어릴 때부터 트로트를 좋아했어요. 친가, 외가 모두 8~9남매씩으로 친척이 많아서 마이크를 쥐고 살다시피했거든요. 레이싱걸 할 때도 자주 노래방에 갔어요. 친구들과 가면 트로트 부른다고 눈치를 줘서 혼자 다녔죠. 심지어 발라드에서 트랜스 리듬으로 넘어가는 다비치의 ‘8282’를 불러도 트로트냐는 말을 들어요. 뭘 불러도 트로트래요(웃음). 제 18번곡이요? 너무 많은데 일단 마이크 쥐면 ‘애모’, ‘사랑밖엔 난 몰라’로 시작하죠.”
2년 전 가수 데뷔의 꿈을 꿨고, 1년 전 앨범 발매를 위해 녹음까지 다 끝낸 상태였지만 선뜻 나서지 못했다. “노래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해서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정은주는 이제야 자신의 앨범을 손에 쥐게 됐다. 자동차 업계 및 방송의 수많은 러브콜을 고사하고 선택한 길인만큼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단다.
이번 앨범은 총 3곡을 담은 EP앨범(싱글보다는 길고, 정규앨범보다는 짧은 음반)으로 ‘짜릿짜릿’이라는 신나는 트로트와 두 곡의 발라드풍 트로트로 구성돼 있다.
가수로서의 첫 앨범이라 녹음 때 고생했을 법도 한데 의외로 쉽게 감정을 담아낼 수 있었단다. 세 곡 모두 이별에 관한 내용으로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냈다는 후문이다.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경험들을 했어요. 6년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군 제대 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펴서 6개월 만에 결혼하기도 했고, 막역한 사이의 친구와 제 남자친구가 함께 애정행각을 벌이는 걸 목격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런 기억들이 밑거름이 되고 있어요. 프로듀서가 곡을 만들 때 제가 술자리에서 마음 터놓고 했던 이런 얘기들을 많이 반영해줬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저의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요.”
트로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여성그룹 ‘티아라’ 멤버 제의도 정중히 거절했다는 그는 이제 트로트 가수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정은주가 만들어갈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