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큰돈을 번 탓인지 뒷말도 무성하다. 양수경과 그 가족이 투자한 종목인 테라리소스 개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항간에선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 사이에 활동하며 ‘당신은 어디 있나요’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 등의 히트곡을 발표해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양수경의 이름이 오랜만에 인기 검색어로 등극했다. 그가 주식 투자로 42억여 원을 벌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인데 남편과 동생이 벌어들인 수익까지 합산하면 수익이 330억여 원에 이른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난 것.
지난해 3월 예당엔터테인먼트가 테라리소스(당시 세고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특수관계인인 이들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주당 350원에 주식을 취득했다. 양수경이 7억 5000만 원, 남편 변두섭 예당엔터테인먼트 회장이 45억 원, 동생 양수열 씨가 4억 5000만 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이들이 주식을 처분한 시점은 지난 5월 22일에서 6월 11일 사이로 분산돼 있는데 양수경은 50억여 원, 남편 변 회장은 303억여 원, 동생 양 씨는 33억여 원에 가지고 있던 테라리소스의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이들 가족 세 명이 390억여 원에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시세차익이 무려 330억여 원에 이른다. 1년 4개월여 만에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 이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취득한 직후 급등한 주가는 1000원대까지 치솟은 뒤 1년 넘게 500~1000원 사이를 오르내렸다.
지난해 7월 세고엔터테인먼트에서 테라리소스로 회사 상호가 바뀌면서 사업 내용도 달라졌다. 본래 사업 영역이던 매니지먼트, 드라마, 영화 등 연예계 관련 사업과 동시에 해외 유전개발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것. 이 과정에서 테라리소스는 계열 비상장사인 예당에너지의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 3월 예당에너지가 러시아 천연자원부 산하 국가매장량승인위원회로부터 가채 매장량을 공식 승인받는다는 호재가 발표되며 500~600원대이던 주가가 1000원선까지 올랐다가 이내 다시 600~700원 대로 떨어졌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10일 이후다. 이에 5월 15일 코스닥시장본부가 갑작스런 주가급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구체적인 사유의 공시를 요구했지만 테라리소스 측은 5월 18일 특이사항이 없다고 공시했다. 그러는 사이 주가는 더욱 올라 2000원선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주가가 2000원 전후를 오가며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던 시점인 5월 20일에서 6월 10일 사이 양수경을 비롯한 세 명의 가족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전량을 처분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
눈길을 끄는 사안은 같은 시기 예당엔터테인먼트도 비슷한 주가 급등을 보였다는 부분이다. 5월 20일을 전후해 최고가까지 급등했다가 잠시 하락한 뒤 6월 10일을 전후해 또 다시 급등했다. 급락한 주가 변동 그래프가 테라리소스와 거의 일치한다. 그렇지만 변 회장은 예당엔터테인먼트의 주식까지 처분해 시세차익을 올리진 않았다.
양수경 가족 3인과 회사 임원까지 예당엔터테인먼트 특수관계인 4명이 모두 소유 주식을 전량 처분하자 테라리소스의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6월 10일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19일 현재 1210원이다. 더 떨어져 다시 500~600원대로 돌아가거나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다시 급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수관계인들이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주가가 급락했지만 5월 초 600원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다시 반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거래량도 꾸준히 많다.
이런 주가 급락으로 인해 개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양수경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테라리소스가 급등하기 시작한 5월 중하순 무렵에도 각종 증권거래 관련 게시판에 양수경의 이름이 종종 등장했다. 테라리소스에 양수경과 남편 변 회장이 투자했다는 사실이 관련 게시판에 올라오며 급등에 대한 관심을 더욱 집중시키는 데 일조한 것. 이들이 주가를 처분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 각종 게시판에는 그들이 성급하게 주식을 처분한 것이라는 지적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양수경이 42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비판의 글이 많아졌다. 특히 급등 당시 테라리소스에 투자한 개미 투자자들 가운데에는 “양수경에게 속았다” 등의 격한 반응도 있었다.
양수경에게 비판이 집중되는 데 대한 반박의 글도 있다. 양수경이 투자한 회사라는 이유로 투자한 것이라면 몰라도 예당에너지의 러시아 유전 개발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테라리소스의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양수경의 주가 처분을 비판할 수 없다는 것. 증권가 관계자들은 양수경-변 회장 부부의 보유 주식 전량 처분을 예당에너지의 러시아 유전 개발 사업이 어려워진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예당엔터테인먼트가 여전히 테라리소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개연성은 크게 떨어진다.
개미투자자들은 갑자기 주가가 급등해 특수관계인인 양수경과 그 가족이 2000원대 전후로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실제 문제가 있었다면 금융감독원에서 직권조사 등을 벌일 수도 있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양수경이라는 인기 연예인이 관련돼 더욱 화제가 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이런 원인불명의 주가 급등락이 종종 벌어지곤 해 구체적인 의혹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직권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한다.
한편 예당엔터테인먼트 측은 “개인적인 주식 처분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자 처분한 것으로 통상적인 주식 거래일 뿐이라는 얘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