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니, 나노미니 패션의 열기를 접하기 위해 기자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동대문 상가. 국내 대표 쇼핑타운인 동대문 상가는 대중의 선호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곳. 그렇다면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는 초미니 패션 스타는 누구일까. 그 주인공들은 대부분 섹시 가수들이다.
70여 명의 동대문 상가 운영자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른 이는 이효리다. 하체가 완벽한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유명하단다. 이유인즉 완벽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하체가 아님에도 초미니스커트를 입어 단점을 보완했을 뿐 아니라 잘록한 허리라인과 글래머러스한 힙 라인을 더욱 강조하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 그 덕분에 자신의 하체 라인에 자신이 없었던 일반인 여성도 적극적으로 미니스커트를 입게 됐다는 것이 동대문 상가 운영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더욱이 미니스커트뿐 아니라 스타킹, 핫팬츠를 비롯해 <패밀리가 떴다> 출연 때 주로 입는 트레이닝복까지 대히트하는 등 명실상부한 유행선두스타라고.
하이웨스트 스타일의 서인영도 많이 거론됐다. 하이힐 애호가로도 유명한 서인영의 ‘짧은 신장’을 커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 바로 초미니 스타일. 더욱이 서인영이 유행시킨 하이웨스트 스타일은 상의를 하의 안에 넣어 입는 방법으로 다리 길이를 더욱 길어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동대문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 중인 황진욱씨(가명·33)는 “서인영의 몸매가 워낙 예쁘기도 하지만 신장이 작은 서인영이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이 스타일은 서양여성들에 비해 비교적 다리 길이가 짧은 한국 여성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된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상인은 “가장 많이 팔리는 인기 아이템 중 하나가 서인영 스타일”이라며 “고객들 중 ‘서인영 스타일’의 미니스커트, 핫팬츠를 찾는 이들이 많은데 종종 서인영이 방송에 입고 나온 의상 사진들을 프린트해서 비슷한 스타일의 옷들을 찾아다니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손담비도 빼놓을 수 없다. ‘미쳤어’란 곡으로 활동할 당시 그의 미니스커트는 소위 대박을 쳤고, 후속곡인 ‘토요일 밤에’의 무대의상 역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심지어 미니스커트, 미니 원피스뿐 아니라 손담비의 전매특허였던 체크 셔츠에 이어 어깨가 강조된 블라우스도 인기가 높아 “미니스커트를 사면서 손담비 스타일의 블라우스까지 함께 사는 이들이 많아 주로 세트로 구비해놓는다”는 상인들이 많았다.
그 뒤는 최근 ‘완벽한 몸매의 표상’으로 떠오른 신민아가 시상식, 공식행사 등에서 입은 미니원피스들이 잘 팔리는 유행아이템이며, S라인의 대명사인 현영이 입는 의상은 꾸준하게 ‘현영 스타일’이란 이름의 이미테이션 상품들로 줄줄이 소비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니스커트를 가장 잘 즐겨 입는 ‘나가요걸’들이 밀집해 있는 ‘나가요촌’ 의류점 상인들이 바라보는 현재 초미니 열풍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의외로 구혜선이 1위로 꼽혔다. 사실 구혜선은 드라마나 공식 행사 등에서 초미니 스타일의 패션을 선보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구혜선이 1위로 꼽힌 이유는 뭘까. 답은 주 소비층인 ‘나가요걸’들의 직업 때문이다. 구혜선이 출연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대히트 후 남성고객들 사이에서 일명 ‘스쿨룩’이 유행했고 고객들의 이런 선호도를 맞추기 위해 ‘나가요걸’들의 상당수가 초미니 스커트로 변형된 ‘스쿨룩’을 구매했다는 것. 결국 변형된 구혜선 패션이 1위인 셈이다.
그 뒤는 국내 스타가 아닌 할리우드 스타가 스타일의 중심에 서 있다. 논현동 나가요촌에서 수입 의류점을 운영 중인 김미희 씨(가명·여·36) “사실 ‘나가요걸’들은 연예인의 스타일, 특히 ○○스타일로 대변되는 아이템을 꺼린다”며 “무척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누군가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직업상의 이유로 미니스커트를 많이 구입하지만 정작 국내 유명 스타가 입었다고 해서 유행하진 않는다는 것. 웬만한 섹시가수보다 자신이 더 낫다는 프라이드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더욱이 국민 대부분이 알만한 유명한 명품 브랜드까지 기피하는 바람에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명품 제품을 공수해오는 의류점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세계적인 스타의 패션 아이템인 경우는 다르다. 또 다른 의류점의 한 상인은 “국내 스타가 아닌 할리우드 스타가 입었던 옷이라고 하면 ‘나가요걸’들이 바로 산다”며 “유행의 선두는 국내 스타가 아니라 할리우드 스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