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지난 7월 3일 일본에서 한국으로 송환된 고 장자연 소속사 전 대표 김성훈 씨. (우)4월 7일 분당경찰서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출두한 장자연의 전 매니저인 유장훈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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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매스컴은 문건에 등장하는 술자리 성상납 강요에 수사 포커스를 맞춰 왔으나 검경 수사는 그보다 고인의 자살 원인에 더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터라 술자리 및 성상납 강요 혐의를 밝혀내기가 힘든 데다 문건 역시 일부만 확보됐기 때문이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김성훈 대표와 유장호 대표 사이의 분쟁이 문건 작성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고 이 과정에서 강요나 협박이 고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와 함께 일하던 유 대표가 독립해 별도의 연예기획사를 설립한 뒤 김 대표 회사 소속 연예인 가운데 일부가 유 대표 회사로 소속을 옮겼다. 이 과정에서 전속계약 위반 소송이 진행됐다. 결국 고 장자연 사건의 원인 역시 연예기획사 사이의 전속계약 분쟁이었던 셈이다. 분당경찰서 역시 이 부분을 인정했다. 분당경찰서 한풍현 서장은 “유 대표가 고인에게 문건 작성을 강요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라며 “본인 소속사 연예인들의 소송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작성하려 한 것이라고 본다”고 얘기했다. 그 근거로 유 대표가 계속 말을 바꿨고 고인의 유족이 문서 공개를 반대했는데 본인이 공개하려 했다는 부분을 들었다. 김 대표 회사에서 유 대표 회사로 소속을 옮긴 송선미는 전속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했고 드라마 출연료를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도 승소했다.
유 대표가 소속 연예인의 소송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고인에게 문건 작성을 강요했다는 혐의가 인정될 경우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김 대표가 강요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고 검경 수사 역시 관련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강요로 작성된 문건인 만큼 내용의 진위를 알 수 없다’는 쪽으로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
한편 유 대표는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김 대표 역시 구속적부심사를 받고 출석 보증금 2억 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석방됐다. 유 대표가 경찰 진술에서 여러 번 말을 바꾼 데 반해 김 대표는 차분히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일본에서 많은 준비를 한 뒤 입국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변호사를 통해 국내 상황을 정리해 놓고 귀국 일시를 가늠하던 중에 체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대표와 유 대표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구속 수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혐의도 입증하지 못한 현재의 상황이 그것을 방증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