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레이싱걸 한채이는 승무원 출신이다. 승무원이 하고 싶어 열심히 공부에 매달렸던 그는 결국 승무원이 됐지만 곧 일을 그만뒀다. 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릴 때부터 고교 선생님으로부터 “미스코리아”라는 찬사를 받았던 한채이는 전시회, 모터쇼 등에서 모델로 서다 레이싱 업계의 러브콜을 받고 올해 처음 정식 ‘레이싱걸’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전 정말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그래서 지금도 제 친구들은 ‘너처럼 내성적인 애가 어떻게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냐’며 신기해하고는 해요. 그런데 끼가 있나 봐요. 처음엔 ‘레이싱걸’이라는 직업도 꺼려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좋아요.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도 기분이 좋고, 카메라 앞에 한 번 설 때마다 팬이 늘어서 좋아요.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게 참 고맙고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2005년부터 모터쇼에 서긴 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팬 카페가 생겼다는 한채이는 한 명 한 명 팬이 늘 때마다 최고의 행복을 느낀단다. 4개월 만에 500여 명이 넘는 팬들이 팬 카페를 구성하고 있는데 그중 특이하게도 부부 팬이 있다고.
“경찰인 남편과 유치원 선생님인 아내 분이 늘 저를 응원하러 오세요. 한번은 태백에 촬영을 간 적이 있는데 거기까지 오셔서 ‘몸보신 하라’며 삼계탕을 사주시더라고요. 두 분 다 워낙 차를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게 취미라서 절 좋아해주세요. 부부 팬은 톱스타도 흔하지 않은데 전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잡지 모델이나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수없이 받았지만 당시엔 연예인에는 관심도 없었고,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한채이. 하지만 모델 일을 시작하고 보니 영화에도 출연하게 됐다. 단역이긴 하지만 영화 <작업의 정석>과 <국경의 남쪽>에 출연하며 처음 촬영 현장을 접했다. 한채이는 “얼굴은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너무너무 긴장이 됐다”며 “표정관리도 제대로 안 돼 어려웠지만 즐거웠다”고 말한다. 그래서 연예계에 진출한다면 연기자를 하고 싶다고. 그런데 과거에 연기를 하다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단다.
“고등학교 때 연기를 하고 싶어서 연극반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제 소개를 하다 울어버렸어요. 너무 창피하고 긴장이 돼서…. 현재 연극배우로 활동 중인 언니가 당시 연극부 3학년이라 대본까지 극비리에 공수해줬는데 연기하기도 전에 울어버린 거죠(웃음). 하지만 이제는 기회가 오면 울지 않고, 당당하게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카메라에 찍힌 제 모습을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당당하고 시원시원한 외모와 달리 수줍음을 많이 타는 한채이는 조심스럽게 연기자의 꿈을 꾸고 있다. ‘엉뚱하고 귀여운 악녀 역할을 잘 소화해낼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정말요?”라며 동그랗게 눈을 뜨고 물어보던 그는 “어떤 역이라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좋다”면서도 “최근 종영한 <찬란한 유산>의 고은성(한효주 분)처럼 악착스러운 역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물론 그 이유에는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기 때문’이라는 전제조건도 붙는다.
스물다섯. 출발은 늦었지만 “앞으로 한채이 사진만 찍겠다”고 선언하는 팬들 덕분에 행복하다는 그는 팬을 위해 더 나은 모습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