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은 신용보증기금의 신입사원 채용 선발 과정 중 하나인 온라인평가가 실시되는 날이었다. 평가는 오후 6시부터 30분간 페이지를 오픈하고 실시하는 것이 당초 공지사항이었다. 그러나 시험 당일, 전산상 오류가 발생했다. 답안 제출 버튼을 눌렀으나 미제출로 뜨거나 아예 접속이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 피해가 속출하자 3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시험이 45분까지로 연장되기도 했다. 이렇게 전산 장애를 겪은 피해자는 60명 정도로 알려졌다.
신용보증기금은 피해자들의 항의에 20일 오후 ‘일부 제출 오류에 대해 검토한 결과, 결과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제출되었고 일부 미제출은 마감 시간 외 제출이거나 개인 PC 환경에 따른 문제로 일부에 국한된 것으로 파악됩니다’라고 신입사원 채용 게시판에 공지했다. ‘극히 소수의 문제’라며 피해 사실을 일축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자 피해자들은 분노했다.
하루 뒤인 21일, 전산 피해자들의 제보에 일부 언론이 이러한 상황을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 측은 응시자 9000여 명 모두에게 다음 단계인 필기시험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에선 정확한 공지가 없었다. 지원자들은 또 다시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필기시험에 대한 정확한 공지는 26일 오후에야 올라왔다. 하지만 채용 과정이 변경되었다는 결과뿐, 채용 과정 변경에 대한 이유나 전산 오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 지원자는 온라인평가 결과에 대한 조치가 없었다는 사실을 비판했다. 그는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서 검색해보고 그제야 전원 1차 평가가 통과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온라인 시험 6시 45분 종료인데 37분에 접속했다. 그 전까지 계속 접속을 시도했으나 접속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는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문의사항이 있어도 제대로 전화하지 못했다”며 “일의 순서가 잘못된 것은 화가 나지만 기회를 준 점에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99.3%가 정상적으로 답안 제출이 되었고 0.7%만이 오류가 났다. 채용대행을 담당한 인크루트 서버의 문제인지, 개인 PC의 문제인지,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채용하는 입장이기에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신용보증기금 전산 오류에 대해 원인 조사를 했지만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 쪽 전산에는 문제가 없어 개인 PC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인크루트는 지난 28일 NH농협은행 서류합격자 발표 과정에서도 구설수에 올랐다. 불합격한 지원자 1990명에게 합격했다고 홈페이지에 잘못 게시한 것. 30분 뒤 오류를 발견하고 즉시 서버를 폐쇄하고 오후 7시쯤 지원자 전원에게 문자를 통해 오후 8시에 합격자 재확인을 하라고 안내했다. 이 일은 서류전형 심사가 완료된 이후 합격자를 발표하는 과정 중에 인크루트 담당 직원의 실수로 발생했다.
농협은행은 합격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지원자 중 합격인 줄 알고 필기시험 문제집을 사거나 인터넷 강의를 신청하는 등의 피해에 대해서는 확인 절차를 거쳐 전액 보상키로 했다. 농협은행은 김주하 행장 명의로 ‘비록 채용대행업체 직원의 실수로 인한 사고지만 채용 기관으로서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채용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심적 고통을 겪은 지원자들에게 농협은행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고민하겠다. 그러나 다른 지원자와의 형평성 및 전형 과정의 공정성을 위해 전형 원칙대로 채용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진심으로 양해 부탁드린다’고 게시했다.
피해를 입은 한 농협은행 지원자는 “합격했다는 문구와 일요일 인적성 수험표가 있었다. 그런데 고사장이 나와 있지 않았다. 오류 때문에 고사장 표시가 안 되어 있는 줄로만 알았다”며 “8시에 합격자 확인을 다시 해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고사장이 나온 줄 알고 합격자 확인을 했더니 불합격이 됐다고 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너무 황당해서 취업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았더니 나와 같은 사례가 많았다. 그러고 9시 정도 인쿠르트 측에서 사과 전화가 왔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고객사인 농협은행과 피해를 입은 지원자들에게 죄송하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신용보증기금 사건에 대해서는 “신용보증기금 온라인평가 오류는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였다”라며 “신용보증기금 측이 전원 합격 처리를 하면서 우리 측에 별다른 말은 없었다. 명확하게 서버의 결함이었다든지 직원의 실수였다면 사과문을 올렸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경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