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공중파 방송국의 한 리포터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일이 있었다. 당시 이니셜 기사로 해당 리포터는 실명 보호가 됐지만 애꿎게도 같은 이니셜을 가진 선배 리포터에게 불똥이 튀고 말았다. 기사가 보도됨과 동시에 각종 언론의 댓글은 물론 해당 프로그램의 게시판까지 죄 없는 선배 리포터의 프로그램 하차 요구 글이 우후죽순 올라온 것. 뿐만 아니라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전화기까지 주말 내내 쉴 새 없이 울려대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는데 당시 일에 대해 그는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후배의 인지도가 나보다 낮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도 “후배 걱정되는 마음에 티는 안냈지만 기사 몇 개로 인한 파장이 엄청났던 건 사실”이라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또한 “이런 식의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전화기를 바꾸는 연예인들이 이해가 간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당시 사건은 해당 리포터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런가하면 개그맨 홍록기는 연예인 H로 보도되는 사건 사고마다 일일이 미니홈피를 통해 해명하기로 유명하다. 오래전 있었던 연예인 H의 여자친구 폭행사건, 또한 3년 전 개그맨 H의 유명 연예인 성매매알선 사건 등이 불거질 때마다 본의 아니게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것은 기본, 심지어 미니홈피가 테러를 당할 정도였다고. 당시 그의 미니홈피를 살펴보면 ‘양심적으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저 생각보다 바쁩니다’ 등의 해명 댓글을 일일이 달려 있다. 특히 홍록기는 “여자 연예인 작업 관련 기사에 연예인 H가 오르내릴 땐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네티즌들은 100% 날 의심한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연예계 마당발이자 촌철살인 멘트로 유명한 개그맨 김구라의 이니셜 보도에 대한 시각은 피해 연예인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역시 지난해 MC 강병규의 불법 도박 사건 당시 김제동 김용만 등과 함께 MC K 가운데 한 명으로 몰려 수많은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이니셜 보도는 루머를 낳고, 이 루머는 또 다시 추측성 보도를 낳는다”며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누구라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니셜 보도가 낳는 부작용은 거짓 방송 논란으로도 이어진다. 몇 해 전 한 탤런트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절친한 동료 여배우에게 작업을 걸어온 동료 남자 연예인들이 있다는 얘길 했다. 당시 밝힌 이니셜은 K였다. 네티즌 수사대는 즉각 문제의 K가 누군지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같은 작품에 출연한 두 명의 K 이니셜 남자 배우가 용의선상(?)에 오르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네티즌 수사대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출연을 앞두고 작가들이 뭔가 쎈 얘기를 거듭 요구하자 그가 없는 얘길 지어냈던 것. 언론이 해당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꺼내든 이니셜 보도가 엉뚱한 거짓 방송으로 악용된 셈이다.
이니셜 보도로 인해 오해를 받는 연예인들 입장에선 가만히 참고 기다리는 게 최선책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오해만 풀리면 오히려 이미지가 상승하는 반대급부도 누릴 수 있다. 최근 불법 도박 개그맨 K로 오해를 받았던 김병만 역시 굳건히 방송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오해와 억측이 풀리면서 이미지가 상승했다. 그렇지만 가장 확실하게 오해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이니셜로 보도된 당사자의 실명이 공개되는 것인데, 이는 곧 동료 연예인이 더욱 난처한 상황에 내몰리는 것인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연예인들이 많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