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경찰은 박 씨가 형량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이는 지능범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재진 수사과장은 “피의자의 말을 모두 믿을 순 없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결국 양평경찰서는 정신감정을 의뢰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박 씨가 사전답사를 거쳐 범행에 쓸 대리석을 구입했으며 범행 이후 다시 현장을 찾아 걸레와 물 등을 이용해 그 흔적을 깨끗이 지우는 등 완전범죄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유골함을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거나 협박 등을 하진 않았다. 유골함을 훔쳐가서 홀로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다. 따라서 경찰은 박 씨가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았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양평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공범 여부에 집중돼 있는데 범행 자체에 가담하지 않았을지라도 이를 사주한 이가 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유골함 절도를 사주한 이가 있을 경우 이를 밝혀내는 과정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결국 유골함은 되찾았지만 수사는 여전히 같은 자리인 셈. 이에 따라 갑산공원 이해관계자는 물론이고 고인과 유가족, 또는 소속사 이해관계자, 스토커와 같은 광적인 팬 등이 박 씨에게 범죄를 사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평경찰서 관계자는 “박 씨가 체포 당시까지 유골을 가지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누군가가 사주했다면 유골함 자체보다는 도난 사건의 여파를 목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