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깜짝 데뷔 vs 준비된 데뷔
‘신인가수’ 견미리와 기자가 마주 앉아 인터뷰를 시작할 즈음 ‘제작자’ 태진아는 매니저답게 사진기자와 사진 콘셉트를 상의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먼저 견미리에게 태진아가 어떤 존재인지 물었다.
“평소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소속사 대표나 선배 연예인보단 한없이 편안한 존재예요. 늘 내 곁에 있어주고 급할 땐 의지하고 의논할 수 있는 ‘민원창구’ 같은 분이죠.”
과연 견미리의 가수 데뷔는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견미리는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수가 되고 말았다고 얘기한다.
“한번은 태진아 씨가 녹음실에 오라기에 일본에서 발표하는 신곡을 들어보라는 줄 알았어요. 녹음실에선 한창 악단이 반주를 녹음하고 있었는데 모두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더라고요. 그것도 내게 어울리게 편집까지 해서. 그냥 이렇게 녹음 작업이 이뤄지는구나 싶었는데 나중에 코러스 녹음하는 걸 보고서야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러더니 태진아 씨가 음반 준비 다 됐으니 가수 데뷔하자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렇게 보름 만에 음반 녹음 끝내고 신인가수가 된거죠.”
드디어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제작자’ 태진아는 ‘보름 만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앨범’이 아닌 이미 ‘10여 년 전부터 준비돼 있던 음반’이라고 얘기한다. 견미리가 이미 준비된 가수였기 때문이라는데 태진아는 지금껏 여러 가수의 앨범을 제작해왔지만 녹음비가 가장 적게 든 가수가 견미리라고 귀띔한다.
“10년 전쯤 견미리 씨가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걸 본 뒤 계속 생각해왔어요. 정규 앨범 제작비가 장난은 아니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절대 순간적인 기분으로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하진 않죠. 충분한 성공 가능성이 보였고 가창력도 정규앨범을 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어요. 난 때를 기다렸어요. 드라마는 이미 많이 해왔고 영화 <거북이 달린다>도 흥행에 성공해 이제 음반을 내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일이라 빨리 끝났을 뿐 대충 만든 음반은 절대 아니에요.”
태진아가 견미리의 데뷔 앨범이 결코 밤업소를 돌며 돈을 벌려고 만든 음반이 아니라고 강조할 땐 성공한 연예기획사 대표의 카리스마가 강하게 풍겼다.
예민한 질문에선 제작자의 카리스마가 더욱 돋보였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주식 대박 얘기가 나오자 태진아는 “보호예수가 돼 있어 1년 뒤에나 수익을 알 수 있는데 괜히 우리 때문에 투자해 피해보는 분이 있을 수 있어 자세히 얘기할 수 없어요”라며 양해를 구했다. 또한 올 초 불거졌던 이혼설에 대해 견미리가 “이상하게 기자들 사이에서만 그런 소문이 도는 것 같아요. 분명히 말하지만 저 이혼 안해요. 요즘 얼마나 행복한데요”라고 얘기하자 태진아가 “그런 얘긴 처음 듣는데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루머일 뿐”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요즘 견미리는 말 그대로 잘나간다. 트로트 가수들 가운데 최고 스타로 꼽히는 장윤정도 1년 넘는 무명 생활을 거쳐 노래가 인기를 얻으며 공중파 음악방송에 출연했을 정도로 트로트 가수에게 공중파 방송의 문턱은 높다. 그럼에도 신인 트로트 가수 견미리는 KBS <뮤직뱅크>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공중파 3사 음악 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했다.
“트로트는 물론이고 어느 장르든 신인 가수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데 저는 훌륭한 제작자를 만난 게 큰 행운이에요. 가수 데뷔 자체를 <뮤직뱅크>라는 큰 프로그램에서 해서 그런지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태진아 씨가 저를 강하게 키워주셨어요.”
이에 태진아는 ‘모든 게 견미리 덕’이라며 겸손한 제작자의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방송국 PD들이 가수 견미리만의 캐릭터와 매력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게 태진아의 분석. 본래 계획은 열심히 방송국을 뛰어 다니며 출연을 부탁하려 했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로 섭외를 요청하는 전화가 몰려들고 있다고. 곧이어 태진아는 견미리의 일본 진출 프로젝트를 밝혔다.
“일본에서 내 음반을 제작한 팀이 얼마 전 방한해 내가 <가요무대>에 출연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그때 견미리 씨가 ‘애인’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일본에서 태진아 견미리의 듀엣 앨범을 내자고 제안했어요. 이미 일본 가요계 관계자들한테도 인정받은 셈이죠. 내년 이맘때쯤엔 견미리 씨가 일본에서 가수로 활동하지 않을까 기대돼요.”
사실 견미리는 <대장금>을 통해 이미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태진아 표현에 따르면 일본에서의 인기가 ‘견미리는 하늘, 태진아는 땅’이란다. ‘제작자’가 아닌 일본 가요계 ‘신인가수’ 태진아는 일본에서 견미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주인공은 단연 견미리 씨예요. 얼마 전부터 일본 방송에서 내 뮤직비디오가 방영되기 시작했거든요. 드라마 <대장금>으로 인해 일본에선 이미 한류스타인 견미리 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거죠.”
일본 가요계에서 태진아는 요즘 한창 잘나가는 신인가수다. 얼마 전에는 일본 야후 사이트에서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제가 출연한 태진아 씨 뮤직비디오가 일본에서 전파를 타고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몰라요. 태진아 씨가 일본 가요계에 태풍을 몰고 오는 데 성공하면 우리 성인가요 업계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