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소에 놓인 고 장진영의 영정. | ||
1_ 왜 위암 말기까지 몰랐을까?
고 장진영이 가장 처음 위암 진단을 받은 병원은 결국 그가 사망한 강남성모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미 위암 4기였다. 다른 장기는 물론 뇌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였다고 한다. 고인은 서울대학병원에서 똑같은 진단을 받은 뒤 치료를 시작했지만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왜 고인은 위암이 4기까지 진행되는 동안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위암 진단 소식이 알려진 뒤 기자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로비스트>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장진영이 매우 아픈 기색이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렇지만 대작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피곤한 상황이었고 스트레스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이는 고인이나 측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게다가 고인은 이미 영화 <청연>을 촬영하고 개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뒤였다. 여성 주인공을 원톱으로 내세운 보기 드문 한국영화 <청연>에서 고인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동료 배우 박해일은 “배종옥 전도연 김혜수 강혜정 등 연기파 여배우들과 작업을 해봤지만 고인처럼 열정적으로 영화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여배우는 없었다”고 회상한다. 이런 열정과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스스로의 병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 게 아닐까. 동료 영화인들이 고인의 죽음을 더더욱 안타깝게 여기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2_ 왜 위암 초기라 보도했을까?
장진영이 위암 진단을 받았다는 기사가 처음 보도될 당시에는 병이 상당히 진전돼 위험한 상태라는 기사도 있었지만 곧 대부분의 기사가 ‘위암 초기 진단을 받았고 수술이 아닌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변해갔다. 조금만 의학적 상식이 있어도 이는 어폐가 있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위암의 경우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하는 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지만 수술을 못한다면 이미 상당히 암이 진행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장진영이 위암 투병을 시작할 무렵 이미 기자들 사이에선 고인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렇지만 소속사에서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당사자가 병과 싸워 볼 수 있도록 위암 말기라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한 것. 당시 소속사 예당엔터테인먼트 김안철 팀장은 “언론이 앞 다퉈 고인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 기사화할 경우 고인의 죽음이 임박했음이 기정사실이 돼 버리고 그렇게 되면 본인은 병과 싸울 의지마저 잃을 수 있다”며 언론의 협조를 부탁했다.
▲ 고인의 남편 김 아무개씨. 박은숙 기자 expark@ilyo.com | ||
3_ 왜 무연고 성북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했을까?
고인이 연인 김 아무개 씨와 혼인신고를 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직후 왜 무연고지인 성북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확인 결과 그 까닭은 성북구청이 서울대학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구청이었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고인과 함께 암 치료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LA의 한 병원을 찾았지만 그곳에서도 치료가 힘들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런 힘겨운 상황에서 김 씨는 절망하지 않고 고인의 생일에 맞춰 프러포즈하고 결혼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귀국한 뒤 장진영은 다시 서울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임종이 임박함을 느끼자 홀로 가까운 성북구청을 찾아 혼인신고를 했다. 그렇게 고인은 김 씨에게 혼인신고라는 마지막 선물을 받고 세상을 떠나게 됐다.
4_ 왜 결혼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 했을까?
미국에서 결혼식을 치렀고 혼인신고까지 해 임종 당시 고인은 유부녀였다. 그럼에도 유가족이나 소속사에선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관련 기사가 보도된 뒤에야 그 사실을 밝혔다. 남편 김 씨는 상주를 맡지도 않았다. 심지어 고인의 일부 가족들은 결혼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장진영의 막내 고모는 “두 사람의 사랑이 지극했던 것으로 안다. 조카 사위가 진심으로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한다.
고인의 한 측근은 결혼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게 고인의 유지였다고 한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을 남편 김 씨를 배려해 결혼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그렇지만 결혼 사실이 기사화되자 결국 남편 김 씨는 소속사를 통해 이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4일 오전 7시 45분경 치러진 영결식에서 남편 김 씨는 매우 침통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화장터를 거쳐 장지인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분당스카이캐슬추모공원에 도착해 오후 12시 30분경 추모식이 엄수될 즈음에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추도식이 끝나고 차량에 탑승하는 남편 김 씨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그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는 말을 남긴 채 장지를 떠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문다영 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