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사실 데뷔 후 앨범이 나올 때마다 ‘멤버들이 바뀌었다’,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는 1기, 2기, 3기 멤버들이 있다’는 말들이 우스갯소리처럼 나왔어요. 매번 변화를 추구해온 우리로선 가장 어이없었던 루머였는데 진짜인 줄 알고 믿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발라드에서 댄스까지 늘 다양한 모습을 소화해 온 브아걸이지만 뛰어난 가창력과 음악에의 열정, 그리고 멤버만큼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유지해 온 브아걸로서는 ‘멤버가 바뀐다’는 말에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브아걸의 노래는 알아도 브아걸 멤버 개개인의 얼굴은 잘 알지 못하던 이들이 많았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이제는 다르다. 노래, 춤, 스타일 등 브아걸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사다. 그런데 브아걸은 아직도 인기가 실감나지 않는단다.
“처음 곡을 받았을 때 곡의 느낌은 너무 좋았지만 대중들이 듣기엔 자칫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의외로 너무 많이 사랑해주셔서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어요(웃음).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계절도 도와줬고요. 날씨가 덥다보니 신나기 그지없는 우리 음악이 사랑받는 것 아닐까요?”
게다가 얼마 전에는 한 포털 사이트 설문조사에서 여성 최고 래퍼로 브아걸의 미료가 뽑히는 영광도 누렸다. 늘 국내의 래퍼퀸으로 꼽혔던 윤미래의 뒤를 잇는 차세대 주자로 인정받은 셈이다. 미료는 특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목소리 톤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더욱이 자신의 랩을 직접 작사하는 실력파이기도 하다.
드라이브할 때 가장 적절한 곡, 몸치도 저절로 몸이 흔들어지는 곡으로 꼽히는 ‘아브라카다브라’는 독특한 제목과 댄스도 화제였지만 무엇보다 브아걸 멤버인 가인과 나르샤의 키스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장면이 크게 이슈가 됐다. 동성애 논란, 성행위를 암시하는 선정적인 내용 등으로 비판어린 시선도 많이 받았는데 정작 멤버들은 “너무 웃겼던 촬영”이라고 기억한다. 가인과 나르샤가 서로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마주 서는 장면에서 웃음보가 터지는 바람에 수십 차례 NG가 났기 때문. 너무 친한 사이라 진지한 연기가 어려워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 멤버들 모두가 즐겁게 촬영했다고 한다.
“내게서 벗어날 수 없어~”라는 ‘아브라카다브라’의 한 소절처럼 브아걸은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워낙 다양한 매력이 공존하다 보니 각 멤버들은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는지 쉽게 파악되지가 않는다. 브아걸 멤버들은 서로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우선 리더 제아에 대해 멤버들은 “언제나 든든한 데다 음악적 지식이 해박한 브아걸의 지주”라고 말했고, 나르샤에 대해선 “늘 언니처럼 멤버들을 챙겨주는 마음씨가 너무 예뻐요”라며 “무엇보다 늘 열심히 연습하는 성실한 면”을 매력으로 꼽았다. 눈웃음이 예쁜 가인에게는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생활 전반에 할머님 정도의 잡학다식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데다 요리도 잘하는 현모양처”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래퍼인 이유로 강한 이미지라는 선입견을 받는 미료는 여성스럽고 애교도 많아 정반대 성격이란다.
네 멤버가 함께해 온 지도 햇수로 4년째. 이제는 친자매 이상으로 서로를 잘 아는지라 눈만 마주쳐도 상대가 뭘 말하는지 아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가장 좋은 점은 가수로서나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모든 걸 공유하고 위로하며 극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뭐든 함께 할 수 있는 점도 좋고요. 우선 쉬는 날이 생기면 모두 함께 3일은 깨지 않고 잘 거예요. 물론 단점도 있어요. 뭐냐고요? 수입을 넷이서 나눈다는 것(웃음)?! 농담이고 넷이 함께이기 때문에 더더욱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 든든한 아군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그렇다면 네 멤버들의 일상 모습이 대중에게 보여질 때는 어떨까. 멤버들은 가장 감추고 싶은 점으로 “아주 사람냄새 나는 원초적인 숙소의 모습”과 “화장 지운 모습”을 꼽았으며, 다른 여성그룹처럼 예쁘거나 여성스러운 성격이 아닌 털털하고 활발한 모습과 멤버들의 숨길 수 없는 개그본능이 대중들을 즐겁게 해줄 첫 번째 요소라고 말한다.
멤버들이 말하는 털털하고 활발한 모습뿐 아니라 브아걸이 다른 여성그룹과 차별화되는 점은 가요계의 톱을 향해 달려오는 동안 어느 순간에도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수시로 변신하는 스타일이 이를 대변한다. 대중들 역시 당찬 그들의 모습을 사랑한다. 하지만 멤버들은 “우리도 여자랍니다”라고 웃으며 “벌레, 어둠, 공포영화”등을 무서워한다고 나열한다. 그 중 가인은 “술 취한 남자가 두려워요”라는 특이한 답을 내놓았다. 그는 “간혹 친척 분들이 주사를 부리는 모습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어릴 때 우리 아래 집에 사셨던 아저씨가 매일 술을 드시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셨어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여자 브라운아이드소울 콘셉트로 시작해 일렉트로니카 수용까지 늘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브아걸. 그들은 늘 2위에 머물던 ‘2위 징크스’와 더불어 미니앨범은 잘 되고 정규앨범은 크게 히트하지 못해 멤버들이 가장 안타까워했던 ‘정규앨범 징크스’의 벽마저 시원하게 깨부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슬슬 다른 분야로도 눈길이 간단다. 특히 가인은 얼마 전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 출연, 김명민 하지원 등 당대 톱배우와 함께 열연했는데 그 매력에 푹 빠져 “연기에 큰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라며 “특히 드라마보다는 영화의 매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반대로 나르샤와 제아는 리얼리티의 열혈팬이다. 짜여진 것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는 나르샤는 남자연예인들의 성역인 ‘1박 2일’ 출연을 원했고, 제아는 “먹는 걸 좋아해서 온갖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식신원정대>에 출연하고 싶어요”라며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런가 하면 미료는 “탁재훈 선배님의 왕팬!”이라고 자처하며 탁재훈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저희는 데뷔 때부터 가수가 지녀야 할 어느 한 부분도 놓치지 않기 위해 매 앨범마다 애써왔어요. 앞으로도 노래 잘하고 스타일리시한 여자보컬그룹으로 남고 싶어요. 지금처럼 사랑도 많이많이 받고요. 아브라카다브라~♬”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