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랑하던 연인, 그리고 위암 투병으로 사망한 고 장진영은 영화 <국화꽃 향기>와 너무도 비슷한 인생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았다. 그런데 지난 10일, 장진영이 출연했던 영화 <국화꽃 향기>의 OST 중 ‘희재’를 신인 그룹이 리메이크한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신인그룹 ‘디셈버’의 소속사인 CS해피엔터테인먼트 전창식 대표가 “장진영 씨를 추모하고 명복을 바라는 의미에서 ‘희재’를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 전 대표는 <국화꽃 향기> OST의 제작자로 자신이 제작했던 곡을 소속사 신인가수가 리메이크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방법과 시기로 인해 비판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국화꽃…> 삽입곡 리메이크
전 대표는 장진영 사망 다음날 OST 제작 당시 “어머니를 여의고 힘들어하던 자신을 장진영이 많이 위로해줬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하며 “한참 정신없이 준비 중인 신예그룹 디셈버의 제작 진행을 중단하고 당시 영화 국화꽃향기 제작 관계자들과 함께 눈물로 애도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애도의 의의는 좋지만 굳이 디셈버 제작진행 중단을 거론해야 했느냐”며 질타가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보도자료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희재’는 진영 씨가 앨범 중 가장 좋아하던 곡이어서 적극 추진하게 됐다”고 밝히며 “고 장진영의 삶과 비슷했기에, 그녀를 대표하는 곡이 된 희재가 어떤 노래로 재탄생되는지 한 번 지켜보고 싶다”는 음반관계자의 코멘트까지 친절히 첨부한 것.
전 대표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고, 단지 추모의 뜻만 담겨 있다는 입장이나 이를 접한 대중들로서는 “‘홍보성 의도’의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이 같은 일이 있었다. 권상우 이보영 주연의 <슬픔보다 슬픈 이야기> 엔딩크레딧에 뜬금없이 “고 안재환님께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문구가 뜬 것. 보통 이런 문구는 영화 관계자에게 바쳐지는 헌사다.
이에 대해 원태연 감독은 “납골당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납골당을 찾았다가 고 안재환의 납골함을 보고 놀랐다”며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엔딩 크레딧에 안재환의 이름을 올렸다”라고 설명했다. 생전 안재환이 이 영화 시나리오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직접적 관련은 없는 터라 대부분 냉랭한 반응이었다. 특히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엔딩크레딧에 올렸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끼워 맞추기 식 홍보이자 변명이다”라고 질타했다.
▲ 추도 현수막에 납골당의 전화번호를 기재하여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 | ||
얼마 전 유골함 도난 사건으로 온 국민에게 걱정과 충격을 안겨줬던 고 최진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그와 함께 드라마에 출연했던 정준호가 자신의 새 영화 관련 인터뷰에서 뜬금없이 최진실 얘기를 꺼내 “고인마저 영화 홍보에 이용한다”는 구설수에 시달리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지난 봄 최진실 추모곡을 내 화제가 됐던 인기 작곡가 정의송도 때 아닌 추모비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애도의 뜻이 담긴 추모비 건립은 좋은 취지지만 이미 유족이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는 추모비를 건립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고인을 홍보에 이용했다는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의송은 “사실이 왜곡됐다”며 “순수한 마음에서 추모곡을 만들었고, 또 추모비를 제작해 유족 측과 상의해서 허락하신다면 추모비를 세우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직접 해명했다. 결국 추모비는 유족 뜻에 의해 무산됐다. 최진실 사망 후 “문의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10년 전 출간됐던 자서전의 일부 내용을 유가족 동의 없이 수정해 개정증보판을 냈던 출판사 역시 결국 책을 회수하는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고인이 안치된 납골당의 치열한 경쟁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장진영을 비롯해 고 정다빈의 장례식 중 유가족에 접근하는 장지 컨설턴트가 눈에 띄었으며 납골당 유치 경쟁으로 인해 정다빈의 경우 발인 하루 전에 장지가 뒤바뀌는 일도 벌어졌다.
그뿐 아니다. 고인을 추모한다는 애도의 뜻을 담은 현수막을 제작하는 것이 납골당의 관례가 되다시피 했는데 이 현수막에도 여지없이 납골당 측 전화번호가 기재되는 일이 빈번해 홍보성 의도가 오히려 대중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일련의 ‘고인 마케팅’에 대해 “순수한 목적이든 의도가 다분하든 간에 고인과 관련되면 홍보로 인식되는 경우가 태반이다”라며 “스타는 ‘상품’이 맞지만 사후까지 상품화 되는 건 가혹한 것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묘소가 공개되지 않은 마이클 잭슨이 부러울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