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연예계에서 활동은 하고 있지만 그 영역이 제한적인 무명 여자 연예인들, 그런데 이들 가운데 10%가량이 유흥업소 종사자라는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다. 연예계의 한쪽 구석 음지에서 활동하는 ‘텐프로 연예인’들의 실상을 쫓아봤다.
영화배우 주지훈이 관련된 연예인 마약 사건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대목은 바로 연예인이 직접 해외에서 마약을 밀반입해 왔다는 부분이었다. 주로 단역배우로 활동해온 윤 아무개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결국 법원으로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사건 초기 세간의 관심은 주지훈뿐 아니라 윤 씨에게도 집중됐는데 일부 매체에서는 윤 씨 지인의 말을 빌어 그가 생활고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연예계에서는 그가 부득이한 사고로 수면 위로 올라온 최초의 ‘텐프로 연예인’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로 인해 ‘텐프로 연예인’이라는 용어가 자주 언급되면서 그들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증폭됐다.
정말 무명 여자 연예인 가운데 10%가량이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을까. 정확한 통계수치를 바탕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터라 그보다 많다는 의견과 적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텐프로 연예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연예계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가장 큰 원인은 적은 수입이다. 단역 배우들이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는 경우는 노출이 가미된 배역이다. 케이블 드라마에 노출 있는 단역을 맡을 경우 출연료는 100만 원 수준이고 영화에서 노출 있는 단역을 맡으면 300만~500만 원가량을 받는다. 이런 기준은 노출이 있을 경우에 한정된 것이고 대부분의 단역은 사실상 교통비와 식대 수준의 출연료만 받는 경우가 흔하다. 그것도 1년에 서너 편 정도, 사실상 수입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유흥업계 관계자의 소개로 어렵게 만나 인터뷰를 가진 여배우 최 아무개 양(27)은 지난해 두 편의 영화에 출연한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지만 그가 어느 장면에 나왔는지는 본인의 설명을 자세히 듣고 유심히 봐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한 편의 영화에선 상반신 노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꽤 있는 게 사실이에요. 에로배우하다 온 친구들도 있고 저처럼 연예인 지망생으로 지내다 악질 연예기획사에 몇 번 당하고 결국 이쪽으로 흘러들어온 애들도 있죠. 현직 모델들이 몰래바이트하는 경우도 있고요.”
나름 돈은 꽤 번다. 급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지만 텐프로 업소의 경우 대략 1500만~3000만 원가량을 벌 수 있다. 무명 단역 배우나 에로 배우, 혹은 3류 모델로 벌 수 있는 수입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렇지만 연예계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않으면 그나마도 수입이 크게 줄어든다.
“여기도 월급쟁이와 마찬가지라 꾸준히 출근해야 해요. 촬영이다 뭐다 해서 자주 가게에 안 나오면 수입이 줄고 자칫 잘못하면 일자리도 끊겨요. 저야 뭐 이젠 연예계에 대한 생각을 버린 지 오래돼 그쪽 사람들이 작은 역할 출연을 제안하면 재미삼아 옛 추억에 출연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어떻게든 단역이라도 출연해 제작진의 눈에 띄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 친구들은 업소 지정(소속)이 아닌 ‘텐프로 보도’를 뛰어요. 그럼 이 업소 저 업소 옮겨 다녀야 해 더 힘들고 수입도 줄어들죠.”
연예계에는 룸살롱에서 일하다 손님으로 온 연예관계자의 눈에 띄어 연예인으로 성장하는 이들이 여럿 된다는 루머도 있다. 그렇다면 텐프로 업소에서 일하는 게 연예계 진출의 또 다른 기회일지도 모른다.
“정말 루머일 뿐이죠. 실제로 그쪽 사람들이 많이 오긴 하지만 가게에서 눈에 띄어 캐스팅된다는 것은 로또보다 힘든 확률 싸움이에요. 괜히 그쪽 사람들하고 어울리다 마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애들만 여럿 봤어요.”
텐프로 업소 접대여성의 은퇴시점은 서른 살 전후. 물론 미모를 갖춘 여성이어야 한다는 부분은 모든 유흥업소 접대여성의 공통점이지만 텐프로 업소의 경우 젊음보다는 손님과 무난한 대화 상대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더욱 필수 요소라 은퇴시점이 다소 늦다.
고교 시절 연예계 데뷔라는 청운의 꿈을 품고 중소 연예기획사를 전전하며 데뷔 기회를 노리던 최 씨는 엄청난 빚만 진 채 결국 유흥업소로 왔다. 그리고 이젠 2~3년 뒤에 또 무얼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