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S.E.S와 핑클의 성공으로 여자 아이돌 그룹이 수없이 양산됐지만 2009년만큼 수많은 걸그룹이 가요계에 진출한 사례는 전무후무하다. 2007년 원더걸스로부터 시작된 걸그룹의 붐은 소녀시대, 애프터스쿨, 2NE1(투애니원) 등의 그룹 활동으로 이어졌고, 2006년 데뷔해 활동하던 보컬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가 후크송과 국민댄스 등으로 다시 인기 대열에 합류했다. 과연 이 많은 걸그룹 중 어느 그룹이 대중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을까. 추석을 맞아 <일요신문>에서 특집으로 준비한 ‘우리나라 최고의 걸그룹은?’이란 설문조사가 지난 22일,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이뤄졌다. 설문조사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총 1000여 명이 참여했으며 남성이 40%, 여성이 60%의 비율을 형성했다.
대중들이 뽑은 최고 인기 걸그룹은 YG엔터테인먼트(YG)의 2NE1이다. 총 34.09%가 “모든 면에서 출중한 그룹”이라며 표를 던졌는데 설문에 참여한 남성의 22.22%, 여성의 50.95%가 2NE1을 뽑았다. YG의 양현석 대표가 고심할 만큼 여성팬들이 많기로 유명한 2NE1의 인기가 입증된 셈. 과반수 이상 2NE1을 뽑은 여성들은 한결같이 “노래, 춤 등 실력과 스타일, 그리고 케이블 TV의 <2NE1 TV>에서 꾸밈없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이유를 말했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는 달랐다. 남성들은 최고 인기 그룹으로 소녀시대(30.65%)를 뽑았고, 그 다음으로 2NE1이 2위에 오른 것. 설문에 참여한 한 군인은 “2NE1은 가수로서 좋아하지만 남자들이 좋아하는 청순, 섹시, 귀여움 등을 모두 갖춘 그룹은 소녀시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2NE1 다음으로는 여성들도 많은 표를 던져 소녀시대가 2위를,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원더걸스가 3위(20.02%)를 차지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에 27.6%로 동률의 표를 던져 지지했는데 남성들 설문에서 2위를 차지한 2NE1보다 5% 낮은 지지율을 보이며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속설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이들 걸그룹 중 가창력, 댄스, 스타일 면에서 가장 뛰어난 그룹은 어느 그룹일까. 우선 댄스면에서 최고의 그룹은 최고 인기그룹과 마찬가지로 2NE1이 44.73%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특히 남성(31.33%)과 여성(50.38%) 모두 2NE1을 가장 많이 지지해 의견이 일치했는데 대부분 “파워풀한 댄스가 ‘여자 빅뱅’이라 불릴 만 하다”며 추천 이유를 꼽았다. 2위 역시 남녀 모두 소녀시대(16.14%)를 선택했다. 한 남성은 “요즘 회사 회식 자리에서 ‘Gee’나 ‘소원을 말해봐’ 노래와 함께 춤을 추는 이들이 많다”며 “아무래도 따라하기 쉬운 춤으로 대중을 공략하는 듯하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스타일 면에서도 2NE1이 1위를 차지하며 대단한 인기를 보였다. 남성의 30.59%, 여성의 46.65%가 2NE1의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특히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도 2NE1의 인기가 대단했다. 딸과 함께 설문에 참여한 한 중년여성은 “하이힐과 짧은 치마 등으로 치장한 다른 그룹과 달리 편안한 운동화, 티셔츠 하나만으로도 멋진 스타일을 보여줘서 좋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지지자들은 “의상과 어울리는 독특하고 참신한 메이크업도 한몫한다”고 밝혔다. 2위는 “각선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의상이 좋다”는 이유로 소녀시대가 차지했으며, 70년대 디스코룩을 재유행시킨 원더걸스가 3위에 선정됐다.
그렇다면 8개의 걸그룹 멤버들의 인기는 어떨까. 그 중 ‘외모가 가장 예쁘다’고 평가받는 스타는 2NE1의 산다라박으로 “갸름한 턱과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를 비롯해 흰 피부까지 정말 예쁘다”, “필리핀에서 제2의 이영애로 불릴 만큼 뛰어난 미모를 자랑한다”는 등의 이유로 총 28.93%의 지지를 받았다. 남녀 모두 1위는 산다라박, 2위로는 소녀시대의 윤아를 뽑았다. 특히 윤아는 연기까지 겸하고 있어 높은 연령층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외모 설문 중 카라 구하라의 경우는 남녀의 의견차가 컸다. 데뷔 초부터 인형 같은 외모로 유명했던 구하라는 여성들에겐 인기가 많았지만 남성들에겐 소녀시대 태연, 티아라 지연, 카라의 니콜에 밀려 9위에 올랐다. “주변에 있을 법한 외모가 좋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글래머 역시 유이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남녀 모두에게 총 51.4%의 스티커를 받은 유이에 대해 팬들은 “연예인으로서는 좀 통통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보면 상당한 글래머일 것 같다”며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2위는 최근 ‘꿀벅지’라는 별명을 얻은 티파니가 차지했다. 운동과 안무연습으로 다져진 티파니의 유명한 허벅지는 얼마 전 방송을 통해 ‘티파니 허벅지 만드는 운동법’으로도 소개됐다.
스타일, 세련미, 카리스마 등 여러 면에서 ‘엣지녀’로 꼽힌 스타는 바로 2NE1 산다라박. 총 52.54%의 지지를 받았다. “외모에서부터 세련미가 뿜어져 나온다”는 이유가 대부분으로 “모든 면에서 다른 스타를 앞서가는 것 같다”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2위는 윤아와 가인이 공동으로 올랐다. 남성의 경우 윤아가 2위, 가인이 4위를 차지했고, 여성은 반대의 결과였지만 이유는 비슷했다. 윤아에 대해서는 “딱 모델 몸매라서 어떤 스타일이든지 잘 소화해낼 것 같다”고 말한 이가 대부분이었으며, 가인의 경우는 “작은 눈이지만 스모키 화장법으로 카리스마를 만들어냈고, 스스로 ‘엣지녀’가 되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아이돌 그룹의 끝이 대부분 ‘해체’임을 감안할 때 ‘그룹이 해체해도 계속 잘나갈 것 같은 스타’는 누굴까. 1위는 29.38%의 선택으로 태연이, 2위는 28.62%를 받아 윤아가 올랐다. 여성들은 1위 윤아, 2위 태연을 꼽았지만 남성들의 경우엔 1위가 태연이었다. 소녀시대 활동을 하면서도 여러 드라마 OST를 히트시킨 태연은 “노래도 잘하지만 가끔 보이는 엉뚱한 면으로 봤을 때 예능인으로 나서도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윤아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연기자로 왕성한 활동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3, 4위는 각각 산다라박과 유이로 산다라박은 국내 데뷔 전 필리핀에서 활동한 점이, 유이는 <우리 결혼 했어요>에서 예능활동을 하는 점이 미래 활동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