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는 연예계의 핵심 구성원이지만 늘 스타의 뒤에서 활동하는 터라 그다지 주목받는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 상반기엔 매니저들이 연이어 연예인의 인권을 탄압하는 ‘피의자’의 자리에 서더니 이번엔 폭행사건의 ‘피해자’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소 취하로 사건이 마무리됐지만 신현준의 매니저 폭행 사건은 그만큼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물론 대다수의 연예인은 그렇지 않지만 일부 연예인이 자신의 매니저에게 폭언 및 폭행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잊힐 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연예인의 매니저 폭행 사건. 최근 신현준이 매니저 폭행사건의 주인공이 됐는데 2007년엔 개그맨 조영빈이 현장매니저(로드매니저)가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뺨을 두 차례 때려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었다.
또 지난 2005년엔 갓 데뷔한 신인 배우가 버릇없이 대답했다는 이유로 현장매니저를 기다란 나무 봉으로 폭행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무명의 신인 배우마저 현장매니저를 폭행했다는 뉴스에 당시 연예관계자들마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연예인들을 보면 유독 현장매니저가 자주 바뀌는 이들이 있다. 소속사를 옮기는 경우는 전속계약 관계 등이 이유이고 팀장급 매니저가 바뀌는 경우는 광고나 프로그램(작품) 출연에서 이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매니저가 자주 바뀌는 까닭은 위의 경우처럼 업무적인 이유가 아닌 경우가 많다. 현장매니저가 담당 연예인을 버티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연예인의 폭언 및 폭행이 그 이유가 되곤 한다.
2년 가까이 중견 배우 A와 함께 일한 한 현장매니저는 차라리 몇 대 맞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한다.
“그는 절대 폭행을 행사하진 않는 대신 자존심을 건드리는 인신 공격성 폭언을 끊임없이 한다”면서 “그래도 2년 가까이 버틴 것은 정 때문인데 속내까지 그렇진 않다는 걸 알고 있어 참았지만 계속 쌓이고 쌓이다 보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돼 결국 일을 그만뒀다”고 얘기한다.
한류스타 B는 현장매니저가 아닌 스타일리스트에게 성적인 욕설을 하는 장면이 한 기자의 눈에 띄어 구설수에 올랐다.
깔끔하고 매너 있는 남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B는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그 반대의 이미지로 알려진 양면적 이미지의 소유자다.
당시 B는 촬영 현장에서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는데 기자가 이미 도착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에게 당일 의상이 마음에 안 든다며 심한 폭언을 퍼부었다.
성적 모욕감이 들 만큼 수위가 높은 욕설이었는데 그 모습을 처음부터 쭉 지켜본 이가 바로 인터뷰 온 기자였다는 사실을 안 B가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폭언의 수준을 뛰어 넘어 폭행이 벌어지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또 다른 한류스타 C는 화가 날 때마다 폭행을 일삼기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늘 소속사 사무실에서 폭행이 벌어져 소문만 무성할 뿐 목격자는 거의 없다. 게다가 깨끗한 뒤처리로 잡음이 발생하는 것도 미연에 방지하는 편이다.
실컷 매니저를 폭행한 뒤 곧장 사과하며 신용카드를 건넨다는 것. 치료를 받고 쓰고 싶은 데 쓰라며 신용카드를 건네는 데 폭행당한 매니저가 대략 2000여 만 원을 쓰고 신용카드를 반납하는 방식으로 즉각적인 보상을 해주니 뒷말이 거의 없다.
심지어 동료 연예인과 스태프들이 다 보는 촬영현장에서 현장매니저를 폭행하는 이들도 있다. 영화배우 D가 대표적인데 한 번씩 화를 못 참아 현장매니저를 폭행하고 가버리면 다른 배우 매니저들 혹은 중견 배우들이 폭행당한 매니저를 달래줄 정도다.
이처럼 몇몇 연예인들이 현장매니저에게 폭언 또는 폭행을 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의 성격 때문이다.
워낙 입이 걸어 욕설을 수시로 사용하는 이들부터 조금만 화가 나도 주먹부터 나가는 이들이 있다. 거의 하루 종일 붙어 다니는 현장매니저가 결국 이런 연예인의 성격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
당하고 사는 매니저들 역시 하루 종일 붙어 다니다 보니 정이 들기 마련이고 일정 부분 연예인의 성격도 이해하게 된다. 그만큼 가까울 수밖에 없는 사이인 셈.
신현준 사건에서도 폭행당해 고소한 매니저 장 아무개 씨와 신현준 모두 “정말 친한 형 동생 사이였다”는 말을 상당히 강조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참고 참다 그 한계에 다다르면 현장매니저가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현장매니저의 업무는 담당 연예인을 밀착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잔심부름부터 집안일까지 다 챙기는 경우도 많다.
최근 국회에서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주요 내용은 연예인의 인권 보호에 있다. 그렇지만 연예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현장매니저들의 노동 환경 및 처우 등에 대한 대책 역시 연예인 매니지먼트 법에 포함돼야 한다는 일선의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