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결혼이라면 무작정 협찬을 통한 화려한 결혼식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는 일부 톱스타들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다. 유명세는 갖추고 있으며 어느 정도 인기는 있지만 톱스타로 분류되지 않는 이들의 경우 협찬을 받아도 한정적인 협찬에 불과하다. 게다가 스타급으로 분류되지 않는 연예인들의 경우 스스로 관련 업체를 돌아다니며 협찬을 구애해야 하기도 한다.
우선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연예인들은 어디까지 협찬을 받을 수 있느냐다. 인지도에 관계없이 연예인의 협찬목록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일명 ‘스드메’라 불리는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등 세 가지가 가장 기본적인 협찬 품목.
일반인들이 ‘스드메’에 들어가는 비용이 300만 원 정도라고 할 때 연예인들은 기본적으로 이 돈을 절약하는 셈이다. 특히 연예인들은 평소 스튜디오, 드레스샵 메이크업샵 등을 자주 이용하므로 이들과 친분 있는 경우가 많아 협찬을 부탁하기가 용이한데, 업체의 입장에서도 일반인 신랑신부들에게 일종의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어 협찬에 적극적인 편이다.
이외에 한복협찬도 자주 이뤄지는데, 이 경우는 신랑 신부의 맞춤한복은 무료로 협찬해주지만 양가 어머님의 한복은 돈을 주고 맞춰야 한다는 단서가 붙기도 한다. 통상 신랑신부와 양가 어머님까지 총 4벌의 한복을 구입해야 하므로 결국 절반 협찬인 셈.
뿐만 아니라 예물 역시 지정된 업체에서 맞출 경우 고가의 물품들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조건부 협찬이 이뤄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100만 원을 넘지 않는 폐백음식도 협찬이 자주 이뤄지는 편인데 역시 폐백 사진을 언론에 공개해야 하는 단서가 붙는다. 신혼여행의 경우 종종 협찬이 이뤄지지만 해당 여행업체가 일정을 관리하는 데다 동행까지 해야 해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연예인들에겐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이뤄지는 협찬을 돈으로 환산하면 천차만별이겠지만 대략 500만~1000만 원 정도에 달한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연예인 웨딩비용의 20% 안팎인 셈. 연예인들의 협찬 비용범위가 20%선에서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웨딩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예식장 식대의 할인 폭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대개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연예인들의 경우 하객들의 식사 할인 폭이 많아야 10~20%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이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몇 년 전 결혼한 방송인 K의 경우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협찬 퍼레이드가 식대부분에서 막히자 상담도중 상당히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후 호텔 측에서 K의 자존심을 배려해 식사가격에 음·주류와 떡, 그리고 국수 등을 협찬해주는 선에서 K의 결혼식을 유치했다는 후문이다.
연예인들에게 식대 할인이 큰 폭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물론 있다. 새롭게 리모델링을 했거나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호텔이나 예식장 등이 그런 경우다. 당연히 광고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결혼한 개그맨 Y를 비롯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배우 K, 개그맨 M 등이 무려 50% 가까이 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식대 할인을 받고 결혼식을 치렀거나 준비 중이다. 때문에 결혼을 앞둔 연예인 사이에서는 큰 폭의 식대할인이 가능한 신생 웨딩홀을 찾는 게 또 다른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올 겨울 결혼예정인 방송인 K 역시 새롭게 리모델링한 웨딩홀만을 찾아다닌 끝에 결국 섭섭지 않은 할인금액을 제시받으며 식장계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예인들의 결혼협찬에는 엄연히 장단점이 존재한다. 결혼 이후에도 각종 아침 프로그램 등의 매스컴을 타면 집안 인테리어를 협찬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스튜디오 촬영을 통해 해당 스튜디오로부터 짭짤한 용돈을 손에 쥐기도 한다. 최근 결혼을 앞둔 배우 K의 경우 각종 광고에 자신의 웨딩 촬영사진을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어지간한 CF 계약금에 버금가는 부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K가 스타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드레스와 턱시도 등의 협찬에서 업체 관계자들의 지나친 홍보 욕심이 연예인들을 피곤하게 만들곤 하는 것. 특히 웨딩 리허설 촬영의 경우 일반인들은 서너 벌 정도의 드레스만 갈아입으며 촬영을 끝나지만 연예인의 경우 협찬 업체가 수십 벌에 달하는 자사 드레스를 입히려 해 날이 새도록 촬영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공짜로 협찬받은 드레스인 까닭에 볼멘소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또한 커튼과 가구를 비롯한 집안 인테리어를 협찬해준 업체 측에서는 대개 일회성 홍보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AS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결혼한 방송인 J는 비록 협찬으로 진행된 집안 인테리어지만 AS관련 계약서를 쓰지 않으려는 업체의 태도에 여간 실망한 게 아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협찬을 해주는 업체 측의 지나친 요구도 연예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아침프로그램 출연을 해야지 협찬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등의 조건부 협찬을 붙여 협찬받은 연예인이 직접 아침 프로그램 관계자와 접촉해 섭외를 부탁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써야 할 때도 많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 아예 협찬 없이 결혼식을 진행하는 무협찬 결혼식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