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연예인도 고학력 시대다. 단순히 포털 사이트 검색만 해봐도 유명스타들 대부분이 흔히 말하는 ‘좋은’ 학교 출신이다. 특히 나이 어린 10대 연예인들이 급증, 과거처럼 일반인으로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아닌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학력자’는 더욱 많아진 상태다. 더욱이 대형기획사일수록 10대 연예인의 대입은 성공적이다.
“과거에는 캐스팅하고 싶은 고등학생 부모와 ‘대학진학을 책임진다’는 조건을 내걸고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렇게 고등학생들을 영입해서 특차로 대학에 입학시키곤 했는데 요즘에는 ‘대학은 당연한 옵션’이라고 생각하는 연습생이나 부모들이 많다.”
한 대형기획사 연예인 매니저의 말이다. 예전에는 연예인을 ‘딴따라’라고 봤지만 이제는 온갖 특혜조건이 붙는 ‘로또’라고 본다는 것이 이 매니저의 설명이다. 특히 대학입학에 있어서는 더하다. 공부와 재능 모두 뛰어난 스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데뷔 전 연예인의 꿈을 갖고 자신의 끼와 재능을 키워내느라 공부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일단 연예인이 되고 톱스타는 아니더라도 인지도를 얻게 되면 대학의 문턱은 확실히 낮아진다. 이 현상은 대형기획사에서 두드러진다.
SM, JYP, YG, DSP엔터테인먼트, 싸이더스, 엠넷미디어 등 10대 연예인들이 유독 많았던 대형 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의 입시결과를 보면 속된 말로 ‘대박’이다. 57명 중 신혜성(천안대), 이민우(배재대) 등 6명을 제외한 51명이 모두 경희대, 단국대, 중앙대 등 서울 소재 대학교에 진학했다. 특히 경희대는 비 옥주현 이홍기 김태우 슈퍼주니어 규현 등 1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는 9명으로 경기대가 이었다. 경기대는 H.O.T 멤버 중 문희준 장우혁 이재원 등 세 명이 진학하면서 인지도가 몇 백 배 뛰었고, 경희대는 포스트모던음악학과가 연예인들 사이에서 유명해 수강생 반 이상이 연예인이라는 농담이 들릴 정도다. 예전부터 스타들의 진학이 많았던 동국대와 단국대도 각각 7명의 스타들이 이름을 올렸다.
기획사별 소속 연예인들의 대학 진학률을 살펴보면 “대형기획사는 입시명문”이라는 풍문이 괜한 말은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H.O.T 시절 때부터 SM 소속 연예인으로서 대학에 들어간 연예인 25명이 경기대, 동국대, 경희대, 인하대 등에 진학했다. 물론 외국에서 자라 외국어에 유창한 S.E.S 유진이나 슈의 경우 각각 고려대, 한국외대에 합격하는 등 본인만의 능력을 살린 케이스도 있지만 대부분은 연예인이라는 타이틀로 대학에 입학한 케이스다.
JYP도 마찬가지. 2AM 조권과 김태우 비 박지윤 등이 경희대에, 가수 주와 원더걸스의 선예가 동국대에, 2PM 택연과 재범은 단국대에 입학했다. 그런가 하면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카라, SS501이 소속된 DSP 는 이효리(국민대), 클릭비 유호석(인하대)을 제외하면 경희대 4명, 경기대 3명으로 나뉜다. 이 외에 엠넷미디어 싸이더스 YG의 소속 연예인들은 경희대 단국대 경기대에 몰려 있다.
전국 대학생으로 따질 때 몇 명 되지 않는 인원이지만 연예계 10대 연예인들로만 따지자면 거의 대부분이 소위 내세울 만한 대학교에 입학한 셈이다. 이렇듯 대형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의 대학진학률이 성공적인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SM엔터테인먼트 관리팀에 있었던 정 아무개 씨는 “요즘에는 홍보를 이유로 연예인이 우선 스타 반열에 오르고 나면 대학에서 앞다퉈 모시기 경쟁을 벌이는 일이 많다”며 “하지만 과거에는 기획사와 학교 간 협의로 홍보활동 및 행사 참여 조건과 몇 가지를 더 협의해 특차로 연예인을 입학시키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도 종종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진학률이 유독 높은 한 대학교 관계자 역시 이름을 밝히길 꺼리면서도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이 공부를 잘해서 들어오고 싶어 해도 수업에 지장을 준다며 꺼려하는 교수님들이 많다”며 “하지만 몇몇 기획사가 학교 측에 기부를 하거나 장학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해당 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의 대학 진학에 혜택을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본인의 재능과 실력만 있으면 통하던 시절은 지났다. 연예계도 ‘고학력자’들이 넘쳐나는 분야가 됐고, 여기에다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 인기를 얻으면 유명 대학입학도 문제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다. 예전 대형 기획사 오디션장에서 만난 한 지망생의 말이 떠오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 연예인을 지망하기도 하지만 부모님을 비롯해 나 역시도 연예인이 되면 가고 싶은 대학에 갈 수 있고 많은 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예인이 되고 싶다.”
대학의 ''스타 영입'' 전략
수시 늘리고 장학금 팍팍
경희대 경기대 단국대 동국대 인하대 등은 연예인 진학률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는 학교들이다. 연예인 재학생이 많은 학교들은 신생학과, 주력학과를 홍보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스타들을 영입하는 게 대부분으로 경기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경기대는 90년대 후반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입학하면서 큰 홍보효과를 맛본 데 이어 이제는 자연스럽게 선배를 잇는 후배스타들이 입학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국대 홍보팀은 “스타영입으로 낸 홍보효과를 수치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톱스타가 우리 학교에 있으면 수험생들의 뇌리 속에 크게 각인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며 “얼마 전 2PM 재범과 택연이 강의 듣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는데 그때도 학교 이름이 알려져 도움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교들은 스타 영입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까. 첫째는 혜택. 많은 학교들은 연예인 전형 등 수시전형을 만들어 보다 손쉬운 입학을 도와주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각종 장학금 혜택도 안겨주면서 스타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두 번째는 시설과 소문난 교육의 힘이다.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의 경우 초기에는 아는 이가 거의 없었지만 전문적 시설과 체계적인 교육으로 소문이 나 연예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학과다. 하지만 물론 김태우 비 옥주현 성유리 등 톱스타 선배들이 진학한 학과라는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