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축구선수 이호와 결혼을 발표한 그룹 베이비복스리브의 양은지. 잘 알려졌다시피 그는 배우 양미라의 친동생이다. 똑 닮은 외모로 사랑받고 있는 두 남매지만 정작 가족들은 양은지가 아닌 양미라가 먼저 연예계 데뷔를 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양미라는 전형적인 개성파, 양은지는 미스코리아 출전을 권유받을 정도로 빼어난 외모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 자매의 일화 하나. 양미라가 중학교 3학년 시절 한 패션잡지 모델 콘테스트에 응모해 대상을 탔다. 수상식 날 양미라는 동생 양은지와 함께 행사장을 찾았는데 예상외로 행사장 참석자들의 시선은 대상 수상자 양미라가 아닌 동생 양은지에게 쏠렸다. 결국 양은지는 그 자리에서 패션잡지의 뷰티 모델로 즉석 캐스팅됐고 해당 잡지에 여러 페이지를 통해 그의 사진이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반면 모델 콘테스트 대상 수상자인 양미라는 콘테스트 결과가 실린 페이지에 작은 사진 한 장만 달랑 실리는 데 그쳤다고.
그룹 015b로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정석원과 장호일(본명 정기원) 형제. 서울대 출신인 이들이 친형제라는 사실은 015b의 전성기가 지난 뒤에야 알려졌다. 한창 활동하던 당시에는 두 사람의 형제 관계가 철저한 비밀에 부쳐졌던 것. 당시 장호일은 음악 활동과 함께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장호일은 바쁜 음악활동으로 인해 회사에서 잘리는 것을 늘 두려워했고 결국 본명이 아닌 장호일이란 가명으로 데뷔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장호일의 직장 상사가 잡지에 실린 015b의 인터뷰 기사를 보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겁이 덜컥 난 장호일이었지만 이어지는 상사의 한마디에 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기원 씨 동생 분 기사 잘봤습니다.” 장호일의 동생이 음악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상사는 잡지에 실린 장호일의 사진을 보고도 그가 장호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저 장호일의 동생 정석원만을 알아봤다는 것. 장호일이라는 가명은 자신의 사촌 동생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가요계에는 고인이 된 형을 대신해 음반을 발표하며 뒤늦게 연예계에 노크한 케이스도 여럿 있다. 록그룹 부활의 보컬리스트 출신으로 현재는 CCM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재희가 대표적이다. 90년대 초반 부활로 활동하며 ‘사랑할수록’ 등을 히트시켰던 그는 잘알려진 것처럼 부활의 보컬리스트 고 김재기의 친동생이다. ‘사랑할수록’ 녹음을 끝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앞둔 시점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형을 대신해 자신의 목소리로 새로 녹음을 끝내고 부활의 음반 활동에 참여했던 것.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당시 김재희의 목소리가 고인이 된 형의 음색과 꼭 닮아 있어 재녹음을 선뜻 허락했고 형의 못 다한 한이 서린 동생의 애절한 목소리가 담긴 이 노래는 결국 부활의 대표적인 히트곡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알 수 없는 의문사로 우리 곁을 떠난 그룹 듀스의 고 김성재. 듀스의 해체 이후 솔로로 컴백한 당일 사망해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그에겐 그의 음성과 그의 외모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친동생 김성욱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형보다 많은 끼를 자랑해 연예계 진출 권유를 많이 받았다는 그는 간직하고 있던 끼를 형의 사망 이후 대중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형의 무대를 대신해 ‘김성욱 d.c.’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그는 두 장의 앨범과 <그때그사람> 등 영화에 출연하며 남다른 재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김성욱은 안타깝게도 불의의 화상사고로 인해 잠시 활동을 중단 중이다.
사촌지간으로 눈을 돌려보면 훨씬 더 많은 연예인들이 같은 피를 나누고 있다. 이종사촌지간으로 잘 알려진 배우 이윤지와 가수 박현빈을 비롯해 사촌형제 배우 조민기와 조형기, 또 이종육촌사이인 가수 강타와 이켠, 월드스타 강수연과 그의 육촌동생 김석훈 등도 유명하다. 그런가하면 90년대 인기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의 리드보컬 강성훈의 여동생 강윤지는 최근 일본에서 발매된 <겨울연가>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을 부르며 가요계에 데뷔한 바 있으며 그룹 동방신기의 보컬 시아준수의 쌍둥이 형 김준수도 현재 데뷔앨범을 목표로 보컬트레이닝을 받는 중이다.
반면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 패밀리도 있다. 바로 개그계의 대부 이경규와 개그 듀오 컬투의 전신 컬트트리플 출신의 개그맨 정성한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재 뮤지컬 제작자로 활동 중인 정성한은 이경규와 가까운 친척지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공개되진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MBC 공채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데 엄격하기로 소문난 이경규는 신인 공채 개그맨이던 정성한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고 스스로 개그계를 개척해나가도록 뒤에서만 격려해줬다는 후문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