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나영, 인기 여배우와 같은 이름이다. 그의 본명은 이슬. 이나영이라는 예명을 사용하지 않고 본명으로 데뷔했더라도 좋았을 듯싶다. 보통 본명이 인기 연예인과 같을 때 예명을 쓰곤 하는 데 왜 그는 좋은 본명을 두고 굳이 이나영이라는 예명을 쓴 것일까.
“이슬이라는 본명을 무척 좋아하지만 트로트 가수 이름으로는 조금 가벼워 보였어요. 신인이지만 열심히 준비했음을 보여 줄 수 있는 무게감을 원했거든요. 이나영이라는 예명은 소속사 사장님이 유명 작명가에게 부탁해 지은 이름이에요. 대박 날 이름이라네요.”
예명에서조차 무게감을 중시한 이나영의 데뷔 앨범은 무려 10곡의 신곡이 담겨 있는 정규 앨범이다. 게다가 사운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샘플악기 사용을 지양하고 기타 베이스 드럼 등의 악기를 리얼 세션으로 녹음하는 정성을 기울였다. 게다가 차태현의 ‘이차선 다리’ 견미리의 ‘행복한 여자’ 등을 작곡한 트로트계의 히트메이커 김민진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어린 시절부터 무대 위에 서는 게 꿈이었어요. 처음엔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는데 제게서 ‘뽕필’이 느껴진단 얘길 많이 들으면서 자연스레 트로트 가수로 꿈이 바뀌었어요. 연예인 되는 걸 반대하는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하고 6년 동안이나 준비해서 데뷔하게 됐어요. 그런만큼 데뷔 앨범에 제 모든 것을 담고 싶었어요.”
이나영이 트로트 가수 데뷔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것은 그가 열아홉 살이던 2003년 가을이다. 신세대 트로트 가수 전성시대를 연 장윤정이 막 데뷔한 시점인데 장윤정의 ‘어머나’가 히트를 친 것은 2004년 하반기. 결국 이나영은 아직 가요계에 신세대 트로트 붐이 일기 이전부터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트로트 가수의 꿈을 포기하진 않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는 게 너무 불안했어요. 장윤정 선배님 이후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쏟아져 나왔고 어느새 저보다 어린 트로트 가수들까지 데뷔하는 데 저는 해놓은 게 하나도 없었잖아요.”
그래서일까. 지난 10월 29일 Mnet ‘엠카운트다운’을 통해 데뷔 무대를 가진 이나영은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통곡하듯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지난 6년여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듯싶다.
“내 노래를 들고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 행복했어요. 그렇지만 지난 6년 동안 준비해온 걸 무대 위에서 모두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아쉬웠어요. 그런 감격과 아쉬움이 교차하면서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데뷔까지 6년여의 준비 기간. 이나영은 이제 그 힘겨웠던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고 얘기한다. 아니 처음 준비를 시작한 열아홉 살에 데뷔하지 않고 6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데뷔하게 된 게 너무 다행이라 얘기한다.
“어렸을 때 노래 선생님들이 트로트는 연륜과 한이 있어야 제대로 된 노래가 나오는 만큼 가창력이나 기교로 노래를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얘길 듣곤 했는데 이제야 그 뜻을 알겠어요. 지난 6년 동안의 어려운 시절이 제게 트로트를 부를 때 가장 중요한 감정 표현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것 같아요. 그런 만큼 이제부턴 정말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요. 너무나 애타게 기다려온 무대가 이젠 저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