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여기엔 놀랄 만한 비밀이 숨어있었다. 전 대표이사가 치밀한 계획하에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하고 허위사실을 공시해 주가를 뻥튀기했으며, 이 과정에서 200억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유망주에서 하루 아침에 상장폐지당한 G 사의 흥망성쇠, 그 숨은 이야기를 추적했다.
G사는 2006년 유명 그룹의 소속사로 유명세를 탔던 G 엔터테인먼트와 코스닥시장의 I 테크놀로지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기업이다. 합병한 그해 매출은 56억 원에 달했지만 2007년엔 39억 원, 지난해에는 12억 원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그리고 올 들어선 더욱 악화됐다. 소속 연예인이었던 유명 아이돌 남성 댄스 그룹 멤버 중 일부가 올해 초 군입대를 했기 때문이다. G 사의 2009년 상반기 매출은 임대수익만 1분기 450만 원, 2분기 150만 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S 그룹의 활동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이 회사는 S 그룹의 활동이 중단되자 엔터테인먼트 부분의 사업 매출은 사실상 전무했던 것이다.
이처럼 매출이 급감하자 한국증권거래소는 지난 9월 22일 실질심사위원회를 소집해 G 사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한다’는 결정을 했다. 당시 거래소 측에서는 “G 사가 하반기 비욘세 콘서트를 공동주관해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공동주관사의 지분 40%를 시가 다섯 배에 매입하기로 계약돼 있어 정상적 매출 발생이 힘들다고 봤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G 사는 지난 10월 1일 증권거래소에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G 사의 계열사인 O 사의 대표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커피전문체인과 15억 원 규모의 스폰서 계약을 맺는 등 하반기에는 매출이 가능한 구조”라며 “이의신청을 통해 상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G 사는 2008년 3월 O 사의 주식 46만 7500주(55%)를 110억 원에 인수, 경영권을 취득하면서 O 사를 새롭게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O 사는 당시 A1그랑프리 프랜차이즈 권한을 단독으로 계약해 큰 관심을 끌었던 기업이기도 했다.
A1그랑프리는 국가 간 팀 대항으로 자동차 경주를 하는 대회로 2004년 처음 실시한 이후 현재 총 네 차례 대회가 열렸다. 개인 운전자가 아닌 국가 간의 경쟁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A1은 상대적으로 자동차경주 대회가 각광을 받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서 ‘모터스포츠 월드컵’으로 불리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단독으로 A1 대회 개최권을 확보한 O 사는 G 사에 인수된 이후 A1 한국팀을 만들어 경기 개최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고, 여기에 자동차경기장 건립 사업까지 추진한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코스닥 시장에서 G 사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갱신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G 사는 ‘상장폐지’ 조치 후 거래소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O 사의 K 대표이사는 당시 거래소 조치에 대해 “거래소에서 우리 사업들에 대해 이해도가 부족하다”며 크게 반발했다. “하반기에 완성될 사업안들이 상당수 있고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상장을 유지하면 수익이 크게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K 대표이사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G 사는 지난 10월 22일 최종 상장폐지 판정을 받았다. 엔터테인먼트업을 주로 하는 업체인 만큼 그 부분의 수익이 전혀 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 G 사의 ‘상장폐지’ 조치는 각종 경제지에서 S 그룹의 인기가 떨어진 것과 운명을 같이했다는 식으로 보도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G 사의 상장폐지로 G 사에 투자했던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됐다.
더 큰 문제는 G 사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G 사의 사업안들이 모두 ‘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S 그룹의 하락세 때문에 G 사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계열사인 O 사도 A1 사업도 모두 실체가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 2부는 10월 23일 G 사의 전 대표이사 H 씨(현 J 증권 상무)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3월경 G 사 대표이사를 지냈던 H 씨는 당시 페이퍼컴퍼니인 O 사를 인수하는 것처럼 가장해 총 100억여 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H 씨는 지난해 3월 27일 서류상 계열사인 O 사 대표 K 씨와 공모해 O 사가 추진 중인 자동차경주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처럼 허위공시를 내고 주가를 부풀려 110억여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A1 대회 계약을 맺은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계약금을 제대로 지급하지도 않았고, 단지 자신들의 주식을 부풀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 모든 작업의 ‘설계자’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인물은 G 사에서 2008년 1월경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던 A 씨. 실제로 검찰은 자금흐름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횡령된 금액 중 상당액이 A 씨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K 씨와 H 씨도 자금횡령은 A 씨의 계획으로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현 대표이사 역시 이런 사태를 알고도 묵과한 정황을 잡고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A 씨가 주가조작을 계획한 배경에는 S 그룹의 활동 중단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H 씨는 “S 그룹의 활동 불가로 회사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다보니 주가조작을 계획하게 됐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그러나 H 씨는 “이러한 조치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한 것이었을 뿐 개인적인 목적 때문에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