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서트장에서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해 가수의 노래에 호응하는 함성이 작아지는 진풍경도 연출된다고 한다. | ||
신종플루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다름 아닌 가요계다.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연말 콘서트가 관객 감소 우려로 연이어 취소되고 대학 축제 등 각종 행사도 규모를 축소하기에 이르러 가수들의 설 무대가 줄어들고 있는 것. 때문에 공연업계는 공연장에 각종 소독 세정 제품을 비치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들의 멀어진 맘을 되돌리려 애쓰고 있다. 연말 합동 공연을 앞두고 있는 가수 김장훈과 싸이는 고가의 신종플루 공간 살균기까지 도입해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다. 이 기계는 관객출입구에 터널식으로 설치됨으로서 관객들이 일일이 손세정제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줄 뿐 아니라 그로 인한 공연 시간 지연을 방지하는 등의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김장훈은 설명한다. 그의 미니홈피 일기장에는 지옥훈련을 통해 독한 마음으로 신종플루를 이겨내고 공연을 기필코 성공시키겠다는 굳은 의지의 글이 쓰여 있기도 하다.
신종플루로 인해 사람 많은 공연장을 꺼리는 것은 관객뿐만 아니라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불규칙한 스케줄 등으로 건강관리가 취약한 까닭에 연예계 내에서도 유독 신종플루 발병률이 높은 이들이 바로 가수들이다. 특히나 해외공연을 앞두고 있는 가수들은 조심스럽게 공연 불참 의사를 통보하거나 몸이 약한 일부 멤버를 제외하고 공연에 참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신종플루에 대처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공중파 방송국의 대규모 해외 공연을 앞두고 인기 그룹과 소속사가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시 해외 공연은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인기그룹 A의 참가여부가 막판까지 관건이었는데 해당 그룹 멤버들이 출국 자체를 거부하면서 소속사와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 해당 방송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정해진 스케줄을 지키려하는 소속사와 건강조차 책임 못 져주는 소속사가 어디 있냐며 반발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담당 매니저는 그야말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들은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채 비행기에 올랐다.
신종플루 탓에 몇 번의 연기를 거치다 결국 취소되고 말았던 한 지방의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주최 대규모 행사의 관계자는 가수 B의 이중적인 태도에 실망했다는 일화를 전해주기도 했다. 지자체 주최 행사지만 국제적인 행사인 탓에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B를 어렵게 섭외했는데 출연료부터 지급하라는 ‘출연료 선입금 요구’에 실망감이 앞섰던 것. 이후 행사가 신종플루 확산 우려로 인해 한 달여 연기되자 B의 소속사는 이로 인해 본래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하게 됐다며 출연료 인상을 요구했다. 결국 주최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출연료를 올려줄 수밖에 없었는데 이내 변덕스런 B의 변심에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이유인즉 출연료로 인해 까다롭고 고압적으로 나오던 B의 소속사가 신종플루 심각단계가 발표되자 기다렸다는 듯 출연료를 돌려주며 행사 보이콧을 선언한 것.
신종플루로 인한 가요계의 변화들은 실로 다양하다. 공연장에서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바람에 함성소리가 작아져 가수들이 공연을 제대로 이끌어가기가 힘들어졌다. 또한 팬들로부터 선물을 자주 받는 아이돌 가수들의 경우 요즘은 선물이 온통 비누와 손세정제뿐이라며 먹을거리 등을 잔뜩 챙겨주던 예전이 그립다고 말하곤 한다. 또한 그룹 멤버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신종플루 의심증세가 나타나면 멤버 전체가 즉시 병원에 가야 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공개방송 형태의 녹화가 진행되는 개그계 역시 신종플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지만 각 방송사마다 개그계 고참들이 나서 더욱 적극적인 개그 및 관객과의 접촉을 주문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런 탓에 아직 개그 프로그램 공개 녹화 현장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영화계의 경우 아직 신종플루로 인해 해외 촬영이나 야외 촬영 등이 중단됐다는 소식은 없다. 다만 지난 10월에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관객이 전년대비 2만여 명 감소해 영화관계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열린 대종상 영화제 역시 레드카펫 행사에도 신종플루를 우려한 까닭인지 팬들이 너무 적게 모였다. 현장을 찾은 취재진 사이에선 역대 최소 인원이라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인데 그 덕분에 배우들을 향한 환호성조차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그런가하면 군복무 중인 스타들은 신종플루로 인한 군 장병 휴가금지령으로 안타까워하고 있다. 다행히 인기배우 C는 신종플루로 인한 군 장병 휴가금지령이 내린 11월 5일을 앞두고 가까스로 휴가를 나와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겼다는 후문이다. 100일 휴가 당시 공개 데이트를 즐긴 이진욱 최지우 커플 역시 한동안 만날 수 없는 처지다.
연예인들을 가장 가슴 아프게 만든 것은 단연 탤런트 이광기의 아들 이석규 군이 신종플루로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였다. 이광기 외에도 자녀가 신종플루에 걸린 연예인이 여러 명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광기의 슬픔을 배려해 언론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