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인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왕년의 에로 스타 A가 8년여 만에 성인 업계로 컴백한다는 것. 어렵게 A의 컴백을 준비 중인 성인 콘텐츠 업계와 접촉한 기자는 업체 관계자를 통해 그의 컴백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정식 계약이 이뤄지기 직전 A가 돌연 잠적했다. 그렇게 왕년의 에로 스타 A의 성인업계 컴백은 ‘무산’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도대체 그는 지난 8년 동안 어떻게 지내온 것일까. 성인 콘텐츠 업체 관계자의 얘길 통해 A가 보낸 시간들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국내 에로업계가 검찰의 대대적인 음란물 단속으로 황폐해진 뒤 인터넷 성인방송 인터넷 자키(IJ)로 전향한 A는 연이어 불어 닥친 검찰의 단속으로 인터넷 성인방송까지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하루아침에 백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때가 2001년 초, 대한민국 성인업계가 끝을 모르는 침체기로 빠져 들기 시작한 즈음이다. 이 시기에 해외 서버를 이용한 불법 인터넷 성인방송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아예 단속이 불가능한 해외 현지로 자리를 옮긴 불법 인터넷 성인방송까지 활개를 쳤다.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만큼 노출 수위도 높아져 아예 생방송 도중에 라이브로 성관계를 갖는 포르노 방송이 보편화됐다. A 역시 국내 성인업계를 떠나 해외 불법 성인방송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 불법 성인방송에서 포르노자키(PJ)로 활동할 당시 매달 받은 급여는 800만 원 수준. 실제 성행위를 하는 방송의 경우 30만 원의 수당이 별도로 지급돼 월수입이 1000만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부 해외 불법 성인방송에선 PJ를 감금 폭행하며 방송 출연을 강요하기도 했다는데 A는 다행히 그런 경험은 하지 않았다. 다만 수치심 때문에 방송에서 실제 성행위를 하는 것을 두려워한 동료 PJ들은 각성제의 힘을 빌려 포르노 방송에 출연하는 모습은 여러 번 목격했다고 한다.
오래 가지 않아 해외 불법 성인방송들도 하나 둘 문을 닫았다. 불법 다운로드가 확산되면서 유료회원이 급감한 게 결정적이었다. 결국 PJ로 활동했던 이들도 하나 둘 귀국했는데 대부분 귀국과 동시에 검찰 조사를 받고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아야만 했다. A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A와 같은 스타급 PJ들의 귀국 및 검찰 처벌 소식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됐고 이로 인해 A는 한동안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냉대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런 유명세가 엉뚱한 제안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바로 부유층의 은밀하고 퇴폐적인 파티에 초대받게 된 것이다. A는 컴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당 성인업체 관계자에게 베일에 가려진 부유층의 퇴폐적인 파티 문화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고 한다. 겉으로 드러난 형식은 매우 건전하다. 친분 도모를 위한 ‘와인파티’를 간판으로 내건 경우가 가장 많았고 때론 가장 무도회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한다. 문제의 파티가 열리는 장소 역시 호텔이다. 그렇지만 그 실상은 겉보기와 전혀 달랐다.
대부분 파티 자체는 격조 있고 품위 있게 진행된다. 고급 호텔 홀을 빌려 와인을 마시며 지인들끼리 친분을 다지는 자리, 전형적인 부유층 고품격 사교 문화로 보이는 파티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자리에 A와 같은 여성들이 초대된다는 부분이다. A의 경우 귀국하고 얼마 안 돼 유명 PJ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런 파티에 초대되기 시작했는데 파티 주최 측이 그를 초대한 이유는 매스컴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그를 부유층 파티 참석자들이 직접 보기를 원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곤 파티가 끝날 무렵 그를 파트너로 지정한 이와 함께 미리 예약된 호텔 객실로의 직행을 권유받았다. 이미 상당한 금액의 파티 참가비를 받은 상황에서 객실로 올라가 하룻밤을 보낼 경우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게 된다. 다만 A는 그런 파티에 여러 차례 초대받아 참석했다는 이야기만 했을 뿐 객실까지 따라갔었는지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파티에는 매번 여러 부류의 여성들이 초대된다. 레이싱걸들이 초대되기도 하고 때론 여자 연예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A처럼 유명해진 에로배우들도 그런 대상 가운데 하나다. 이들이 섭외되지 않을 경우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나가요 걸’들이 초대되기도 하는데 A는 에로배우로 활동하다 지금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친한 동료도 여러 차례 그런 파티에 갔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고 한다. A의 근황을 전한 업체 관계자는 “다른 에로배우들에게도 그런 파티 얘길 종종 듣곤 했다”면서 “때론 매우 난잡한 파티도 있는데 아예 홀 문을 걸어 잠그고 초대 받아 참석한 여성들과의 2차를 경매하기도 한다더라”고 말한다.
인기 에로배우 출신 PJ로 유명해지자 그를 원한 것은 이런 은밀한 파티 주최 측뿐만이 아니었다. 유흥업계에서 뻗치는 유혹의 손길 정도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남자 연예인들까지 접근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인을 통해 술자리 등에서 만나게 된 남자 연예인들이 무한한 관심을 보이며 추파를 던지곤 한 것. A는 컴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업체 관계자에게 지난 몇 년 사이 그렇게 접근해온 개그맨과 가수 등의 실명까지 밝혔다.
A의 근황을 전하며 이 업체 관계자는 격분을 숨기지 못했다. “2000년대 초 검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대한민국 성인 업계의 근간이 송두리째 뽑히고 말았다. 차라리 음란물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있고 이를 어겨 단속받은 것이라면 최소한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에로배우나 IJ와 같이 합법적으로 성인업계에서 일하던 이들이 어쩔 수 없이 PJ로 일하다 범법자가 돼 사법처벌까지 받으며 사회 전반의 질시와 냉대를 감수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결국 그들이 성매매의 유혹 앞에 방치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으니 이 나라가 그들을 창녀가 되도록 등을 떠민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항변했다.
이 업체는 A에게 성인업계 컴백을 계속 설득하고 있다. 잠적한 A와 어렵게 다시 연락이 닿았지만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그만큼 그에겐 지난 시절들이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는 듯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