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이 진행하는 토크 프로그램 <고현정쇼>가 신설될 경우 핵심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얼마나 화려한 게스트들의 출연이 가능하냐의 여부다. 이를 두고 방송가에선 같은 연예기획사 소속인 강호동과 유재석이 MC가 아닌 게스트로 출연하는 신선한 방식이 거론된 바 있다. 그렇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정우성 김혜수 조인성 전지현 공효진 지진희 하정우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영화배우들의 출연도 가능해진다. 이 정도면 과거 막강한 인맥으로 호화 게스트를 자랑한 <박중훈쇼>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고현정의 소속사 디초콜릿은 인기 MC를 대거 보유해 방송가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춘 연예기획사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강호동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 송은이 윤종신 최화정 박경림 김영철 강수정 박지윤 솔비 남창희 우승민 등이 디초콜릿 출신 방송인들이다. 그런데 만약 IHQ를 인수 합병할 경우 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된다. IHQ에 소속된 박미선 조형기 김수로 문희준 김신영 박소현 김기수 등 예능 인맥이 더해진다면 현재 방영 중인 인기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대다수가 한 연예기획사 소속이 되는 셈인데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미미했던 <세바퀴>까지 디초콜릿의 세가 확장되는 것이다.
드라마계와 영화계에서의 영향력도 무시무시해진다. 이미 IHQ는 영화계와 드라마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IHQ는 정우성 김혜수 조인성 전지현 공효진 지진희 하정우 장혁 성유리 이종혁 김성수 선우선 차태현 엄기준 등 주연급 배우만 수십 명을 거느린 데다 마동석 류승수 손창민 서신애 김병옥 김정태 오광록 등 개성파 조연배우도 대거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고현정 김태우로 대표되는 디초콜릿 소속 배우들이 추가된다.
방송계와 영화계에서 가장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두 회사의 결합, 말 그대로 메가톤급 공룡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소문이 나돌면서 디초콜릿의 주가는 급등했고 이에 대한 코스닥시장본부의 조회공시요구에 디초콜릿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SK텔레콤(주)이 보유하고 있는 (주)IHQ 주식 취득을 검토 중에 있고 (주)IHQ 이외에도 당사 사업과 관련된 타법인 출자를 검토 중이며 상기의 타법인 출자 등과 관련하여 재원 마련을 위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다”는 입장을 공시했다. 다만 현재 검토 중이나 미확정 사항임을 밝히며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될 경우 즉시 재공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일요신문>은 지난 915호를 통해 디초콜릿 경영권 분쟁을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신동엽이 경영권 분쟁에 패한 부분 위주로 보도된 당시 임시 주주총회가 갖는 더 큰 의미는 권승식 전 GM대표가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부분이었다. 권 대표는 정훈탁 전 IHQ 대표와 함께 사업을 벌이는 등 남다른 관계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정훈탁 전 대표가 최대 주주인 테드인베스트먼트는 잠시 디초콜릿 최대주주로 등극했을 정도로 이미 디초콜릿의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정 전 대표의 디초콜릿 경영 참여는 일정 부분 예상됐던 사안으로 일부 IHQ 소속 톱스타가 디초콜릿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제기됐었는데 오히려 상황은 아예 IHQ를 인수 합병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디초콜릿의 IHQ 인수 합병이 갖는 영향력은 단순히 인기 스타를 대거 보유하게 된다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디초콜릿은 이미 <황금어장> <일요일이 좋다> <스타킹>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외주제작하고 있으며 <무한도전> 외주제작까지 노리고 있다. 여기에 IHQ의 사업영역인 영화 제작 및 드라마 외주제작까지 진출할 수 있다. 톱스타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거대 연예기획사가 이처럼 콘텐츠까지 직접 제작할 경우 그 영향력은 방송사의 그것을 넘어서게 된다.
이 같은 대형 연예기획사는 90년대 후반 연예기획사들이 기업화되기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IHQ의 전신인 싸이더스를 비롯해 이영애 김선아 김정은 이나영 김현주 한고은 등 인기 여배우들을 대거 거느린 에이스타즈, 최진실 이미숙 김남주 김규리 모델 이소라 등을 보유했던 스타즈엔터테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하나의 흐름이 됐고 결국 중소 연예기획사들이 합병해 거대 기획사로 변모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변정수 장진영 배두나 유준상 김지우 정혜영 천정명 이선균 김옥빈 등이 소속됐던 싸이클론엔터테인먼트, 고소영 신현준 신애 김영호 등이 소속됐던 MP엔터테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윌스타 플레이어 등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줄줄이 설립됐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며 A급 스타들의 이합집산이 짧은 주기로 반복됐다. 이후 연예기획사의 우회상장이 붐을 이루면서 주가 상승을 위해 스타를 대거 영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과연 디초콜릿이 IHQ 인수합병에 성공한다면 짧은 이합집산의 주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거대 기획사의 명목을 유지해온 몇 안 되는 회사 가운데 하나가 IHQ(전신 싸이더스)라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게다가 단순한 인수합병이 아닌 정 전 대표가 디초콜릿 측에서 IHQ 인수 합병에 나서고 있다는 부분도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미 박신양 전도연 최지우 등 톱스타들이 IHQ를 떠났다. 톱스타들이 개인 매니저를 두거나 아예 1인 회사를 설립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현재 IHQ에 소속돼 있는 톱스타들이 전속계약 기간이 끝난 뒤 결별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그동안 IHQ가 톱스타들을 대거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소속 연예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예능 프로그램 출연, 매스컴 인터뷰 등을 일체 강요하지 않는 매니지먼트 원칙이었다. 그런데 예능 콘텐츠가 강한 디초콜릿이 IHQ를 인수 합병한 이후에도 기존 IHQ의 매니지먼트 원칙을 이어갈지 여부도 의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