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석 | ||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 4부(백기봉 부장검사)는 소속 가수들의 공연 및 출연료 25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박 아무개 전 이사 등 YG 매니저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가수들의 공연과 행사 출연료를 차명 계좌로 송금 받아 챙기는 형식으로 25억여 원의 금액을 횡령해 유흥비와 생활비, 주식 투자비용 등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YG 양 이사와 관련이 있는 클럽 세 곳의 대표인 임 아무개 씨(37), 지 아무개 씨(40), 김 아무개 씨(39) 등이 세금 포탈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 서울지검 관계자는 “이들은 2005년부터 4년 동안 클럽 입장료를 현금으로 받는 점을 이용해 현금 매출액을 고의로 누락해 지난 1월까지 부가가치세 10억 원의 조세(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YG를 세무조사한 국세청이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올 초부터 수개월 동안 YG를 내사해 혐의점을 포착했고, 결국 이번에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하게 된 것이다.
가요관계자들은 평소 본인이 직접 회사 전반을 꼼꼼히 챙기는 편으로 알려진 YG 양 이사가 이 정도 수준의 대규모 횡령을 모르고 있었겠느냐 하는 여부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항간에선 이번 횡령 사건에 양 이사까지 개입돼 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지검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 내용으로 볼 때 양현석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소환 조사를 벌일 계획조차 없다고 밝혔다. 또한 알려진 바와 달리 양 이사는 YG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지도 않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금 포탈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양 이사가 직접 연관되진 않았지만 양 이사와 YG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양 이사와 관련이 많은 클럽들이다. 이번에 불구속 기소된 클럽 대표들 역시 모두 양 이사와 각별한 관계인데 특히 이 가운데 한 명은 클럽이 위치한 빌딩을 양 이사와 공동 소유하고 있을 정도다.
▲ 양현석은 홍대 인근에 건물 세 채를 소유하고 있다. | ||
반면 양 이사가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는 시각도 많다. 공연과 행사 출연료 일부를 횡령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자는 해당 무대에 선 가수지만 이를 총괄하는 회사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양 이사가 이번 횡령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것.
매니저 출신 연예기획사 CEO가 아닌 탓에 이런 대규모 횡령 사건을 눈치 채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매니저 출신 CEO들의 경우 소속 매니저들의 횡령 사실을 금세 눈치 채고 어느 정도 수준은 용돈벌이 정도로 눈감아 주지만 심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곤 한다. 그들이 직접 일선 매니저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경험으로 가능한 일이다. 반면 양 이사는 인기 그룹 멤버로 활동한 톱스타 출신인 탓에 이런 매니저들의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이런 부분이 횡령액이 25억여 원까지 커지는 계기가 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클럽 입장료를 현금으로 받는 까닭에 현금 매출액을 속일 수 있어 벌어진 세금 포탈 사건으로 인해 입게 될 YG와 양 이사의 이미지 손실 역시 상당히 크다. 세금 포탈 사건의 경우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게 되는 사안이다.
YG는 소속 연예인과 전속계약 관련 분쟁을 겪어본 사례가 거의 없는 연예기획사다. 회사 크기를 놓고 볼 때 연예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무분쟁’ 연예기획사인 셈인데 이는 소속 연예인이 ‘YG 패밀리’라 불릴 정도로 끈끈한 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양 이사가 있다.
게다가 YG는 지난 2007년 성실히 세금을 납부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세무서장 표창을 받았다. 일부 유명 연예인과 대형 연예기획사의 세금 포탈 소식이 종종 들려와 팬들을 실망시키는 데 반해 YG는 그만큼 깨끗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마포세무서에 YG가 세무서장 표창을 받은 사진이 전시돼 있었을 정도다. 세무서장 표창을 받을 경우 1년간 세무조사를 면제받는다. 그렇게 YG는 성실 납세자로 대접받았지만 면제 이듬해 세무조사에서는 YG는 아니지만 양 이사 및 YG와 관련된 클럽 세 군데의 세금 탈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