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녹화 소식을 듣고 동료 연예인들로부터 문자가 50통이 왔다. 중고 신인이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진행된 KBS 2TV <스펀지 2.0> 녹화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철이 취재진에 밝힌 소회다. 간통 위헌소송까지 번진 이혼소송으로 인해 방송을 떠나 있던 박철은 1년 5개월여 만에 공중파 방송으로 복귀해 <스펀지 2.0>의 고정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고 안재환의 자살로 인해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던 정선희 역시 이달 중순 SBS <좋은 아침>을 통해 1년 3개월여 만에 공중파 방송에 컴백한다. 방송 내용은 선배 개그우먼 이경실과 함께한 2박3일의 제주도 여행기로 박철처럼 고정 출연이 아닌 일회성 출연일 뿐이다. 그렇지만 방송가에선 이미 지난 4월부터 SBS 러브FM <정선희의 러브FM>을 진행해온 정선희가 <좋은 아침> 출연을 신호탄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TV 활동의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05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연예계를 떠났던 가수 김상혁 역시 지난 10월 29일 방영된 케이블 채널 KBS 조이의 <꽃미남 포차 시즌3>를 통해 연예계로 돌아왔다. 무려 4년여 만의 컴백. 또한 지난해 4월 노인 폭행 사건에 휘말린 뒤 지난 9월까지 경기도 마석에서 칩거해온 최민수는 오는 21일과 22일에 걸쳐 2부작으로 방영되는 SBS 연말특집극 <아버지의 집>을 통해 2년여 만에 공중파로 돌아온다. 최민수는 연이어 내년 6월 방영 예정인 100억 원대 블록버스터 드라마 <로드 넘버원>에도 캐스팅됐다.
올해 하반기에 연예계로 돌아오는 이들 네 명 가운데 사건사고로 물의를 빚어 연예계를 떠난 이는 김상혁 한 명 정도. 최민수의 경우 노인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오해로 인해 다소 억울한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철과 정선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연예계를 잠시 떠나 있었을 뿐이다. 연예계를 떠났을지라도 그 까닭이 각기 다른 만큼 컴백 과정 역시 달랐다.
▲ 김상혁(왼쪽)과 박철 | ||
정선희의 경우 남편이 사망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아픔을 겪었을 뿐이므로 딱히 연예계를 떠나야 할 까닭은 없었다. 다만 남편이 유명 연예인인 데다 자살을 했고 유족들이 기자회견까지 열며 끊임없이 고인의 사망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게 부담이 됐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정선희와 유족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상당한 후유증을 남기며 그의 연예계 컴백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정선희는 “너무 힘들어 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동안 너무 다른 이야기가 난무해서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한다.
박철은 이혼으로 인해 연예계를 떠나 있었다. 평범한 이혼의 경우 연예계를 떠날 사안이 아니지만 간통 사건까지 결부된 이혼 소송이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폭로전이 거듭되면서 박철과 옥소리는 모두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간통 사실까지 드러난 옥소리는 아직 연예계로 돌아오지 못한 상황. 박철의 경우 본래 <선덕여왕>의 주요 역할로 캐스팅이 될 뻔했지만 옥소리 측에서 이혼소송 내용에 불복해 재심을 요구해 소송이 계속되면서 아쉽게 출연이 무산됐다. 요즘 <선덕여왕>의 폭발적인 인기를 감안할 때 박철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연예계에 생긴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별다른 자숙기간 없이 연예계로 컴백하곤 했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자숙기간이라는 개념이 연예계에 다시 생겨나고 있다. 연예 관계자들 최민수 박철 정선희 등이 각각의 사정으로 자숙기간을 가지면서 대중들이 다시 자숙기간의 중요성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근엔 군 입대로 그걸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마약 복용으로 물의를 빚은 주지훈,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이재원 등이 예정된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고 군에 입대했다. 군 복무 도중 탈영으로 물의를 빚은 젝스키스 출신 이재진은 다시 군 복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초 휴가를 나갔다 미복귀해 33일 동안 군무이탈했던 이재진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수색대원으로 보직을 변경해 성실히 군 복무 중이다. 해당 부대 관계자는 “매우 잘 지내고 있다”면서 “힘든 사정들로 인해 군무이탈을 했었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예전보다 더 군에 잘 적응해 밝게 지내고 있다”고 그의 최근 근황을 전했다.
이처럼 최근 연예계에서 자숙기간의 의미가 점차 강조되면서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 너무 이른 시점에 활동을 재개할 경우 거센 비난이 집중되곤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슈퍼주니어의 강인(본명 김영운)이다. 강인이 폭행과 음주 뺑소니 사건에 연이어 불거지면서 물의를 빚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연말까지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인 연예계 퇴출 서명운동까지 불거질 정도로 여론의 뭇매가 거센 상황에서 두 달가량의 자숙기간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그렇지만 한 달 여만에 한 의류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등장하면서 또 한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원정 도박 혐의로 자숙 기간을 갖겠다고 공언한 신혜성 역시 한 달여 만에 에세이 북을 발매해 논란을 빚었다. 두 연예인 모두 그 전에 이미 계약된 사안이라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냉랭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