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관계자들 사이에 “예능프로그램은 11월이 제일 재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연말 시상식이 12월에 벌어지다 보니 수상자의 윤곽이 가려지는 11월을 즈음해 출연 연예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것.
지난 2007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에 빛나는 김대희. 그는 당시 ‘삭발투혼’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데 당시 그의 삭발은 동료 개그맨들의 부추김과 수상에 대한 욕심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당시 이수근 등과 함께 최우수상 후보에 오른 김대희는 “녹화도중 삭발을 하면 수상이 확실할 것”이라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결심을 굳혔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삭발 투혼으로 결국 수상에 성공한 김대희. 물론 그의 최우수상 수상은 단순한 삭발 투혼이 아닌 1년 내내 지속된 그의 꾸준한 노력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히 삭발을 권유한) 동료들은 지금까지도 “왜 하필 삭발을 시상식 앞두고 했느냐”며 농담 섞인 핀잔을 건네곤 한다.
드라마의 경우 역시 비슷하다. 상반기 히트작보다는 하반기 히트작에서 수상자가 더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연말 즈음까지 방영되는 드라마에 스타급 출연진이 더 몰리곤 한다. 반면 연초에 방영되는 드라마가 출연진 섭외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는 후문이다.
11월과 12월에 벌어지는 또 하나의 방송가의 진풍경이 있다. 바로 연예인들의 때 아닌 로비 전쟁이다. 시상식을 앞두고 각 방송사별로 시상식을 꾸려나갈 스태프들이 정해지는데 이를 눈치 챈 연예인들이 수상을 위해 해당 스태프와 만남의 자리를 가지며 자신을 어필하곤 한다. 몇 년 전 한 공중파 방송국의 연예대상 방송을 담당했던 방송작가의 말에 따르면 당시 심사위원들은 유력한 대상 수상자가 딱히 없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 인기 MC A가 10년이 넘게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자신의 공헌도를 어필하며 수상 욕심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당시 A는 해당 방송국에서 한 해 동안 3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메인 MC를 맡아 활동했다. 다만 A가 맡은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부분이 한계였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는 이유로 그는 연예 담당 기자들 사이에서도 대상 수상감으로 점쳐졌던 인물이다. 그러나 A가 해당 스태프들에게 수차례 식사 대접을 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은 또 다른 후보였던 MC B에게 돌아갔다. 아쉽게 대상 수상 을 놓친 A는 이후 주요 활동 무대를 다른 공중파 방송으로 옮겼고 올해 역시 고른 활동을 보여줬다. 유독 상복이 없던 A가 과연 올해 연말에는 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 김대희 | ||
얼마 뒤 있을 한 공중파 방송국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키로 확정된 톱스타 C. 그는 서둘러 시상식 참석을 결정했는데 여기에는 해당 제작진의 귀띔이 큰 몫을 했다. 남의 잔치에 들러리가 되지 않으려는 스타들의 특성상 자신이 수상자가 아닐 경우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까닭에 C의 이른 참석 결정을 두고 벌써부터 대상 수상자로 결정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실제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그가 유력한 대상 수상자로 지목되고 있고 해당 시상식 방송을 맡은 담당 작가들 역시 뚜렷한 다른 경쟁자도 없을뿐더러 시청률도 매우 높았던 드라마의 주인공인 만큼 수상이 유력할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이런 상황을 제작진 측에서 이미 C 측에 전했다. 그렇다고 대상 수상을 확정지어 말할 순 없는 법. 따라서 제작진은 연기대상 참석 섭외 전화를 걸어 매니저에게 “수상 가능성이 무척 크니 꼭 참석해주세요”라고 얘기해 출연 승낙을 받아 냈다.
시상식을 앞두고 분주한 이들은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예쁜 드레스를 선점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하는 스타일리스트들과 드레스를 입은 스타들의 실루엣이 예쁘게 드러나도록 급하게 몸매를 가꾸어주는 성형외과도 바쁘긴 매한가지다. 한겨울이다 보니 여배우들의 몸매가 여름과는 다르기 마련. 때문에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급속보정(?)을 받는 여성 스타들이 상당수라고 하는데 이들이 주로 받는 부위는 운동으로도 잘 안 빠지는 허벅지와 팔뚝 살 등이다.
얼마 전 열린 한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배우 E는 시상식을 앞두고 전신에 걸쳐 관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견배우 F 역시 시상식을 앞두고 지방흡입을 종종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로 복부 쪽 뱃살을 자주 시술하는 편이라고 한다. 물론 스타들이 멋진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는 시상식장에서 예뻐 보이고 싶은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일 것이다. 드문드문 열리는 영화제와 달리 연말에는 2~3일 사이에 여러 개의 시상식이 몰려 있는 만큼 스타들의 이런 욕심 역시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어지간한 유명 성형외과는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는 후문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