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발전하는 키스신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의 입장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점점 대담해져 가는 키스신에 얽힌 뒷얘기들을 배우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지난해 브라운관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아이리스>의 사탕 키스신일 것이다. 화이트데이에 선물조차 주지 않는다며 토라진 김태희를 향해 입안의 사탕을 건네며 키스를 감행한 이병헌의 로맨틱한 모습. 이 장면은 이후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면서 단숨에 화제의 키스신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 장면이 이병헌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키스신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아이리스> 촬영 당시 감독과 매 장면 아이디어 회의를 한 이병헌은 당시 키스신 촬영을 앞두고 자신의 대학시절 화이트데이 경험담을 아이디어로 내놓았고 이를 수락한 감독 덕에 희대의 명장면이 탄생한 것이다. 이병헌은 “대학 시절에 있었던 오래된 에피소드였는데 당시에도 이미 대성공을 거둔 이벤트였다”며 “많은 화제가 된 걸 보니 또 한번 대성공을 거둔 것 같다”고 말한다.
키스신을 앞두고 배우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잘 알려졌다시피 바로 구강청결제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F4 윤지후로 출연한 가수 김현중은 드라마 촬영 당시 한채영과의 키스신을 앞두고 긴장했던 일화를 전한 바 있다. 생애 첫 키스신인데 상대배우는 유부녀인 한채영. 그는 보통 키스신 직전 사용하는 구강청결제를 촬영 당일 아침부터 연신해댔고 수시로 양치질까지 하며 키스신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영화 <청담보살>에 출연한 배우 박예진은 상대 배우 임창정과의 키스신을 앞두고 구강청결제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미 MC몽, 정겨운 등과 몇 차례 키스신을 경험한 그였지만 유부남 선배인 임창정과의 키스신이 유독 더 긴장이 되더라는 것. 그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술. 술기운을 빌어 키스신을 찍으려했던 그의 계획은 결국 촬영이 커다란 NG 없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으로 완성됐다. “막상 촬영에 들어서니 전혀 떨리지 않았다”는 게 그가 밝힌 후일담.
그런가 하면 영화 <순정만화>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그룹 슈퍼쥬니어의 강인은 키스신 촬영을 앞두고 민망했던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생애 첫 영화 출연이자 연상의 선배인 채정안과의 키스신을 위해 일부러 식사도 안 하고 입 안을 깨끗이 유지하려고 무척 신경을 썼는데 막상 상대배우인 채정안은 촬영 전, 삼겹살에 마늘을 얹어 먹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 키스신 초년병과 유경험자의 키스신을 대하는 자세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조금 오래전 얘기지만 가수 박진영은 자신의 히트곡 ‘엘리베이터’ 뮤직비디오에서 모델 이소라와 키스신을 가미한 격정적인 안무를 함께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박진영은 “왜 연예인들이 보통 키스신이나 베드신은 그저 연기일 뿐이라고, 또 별 느낌 없다고 하는데, 해보니 그게 다 거짓말이더라”며 내심 좋았던 속내를 털어 놓은 바 있다. 하지만 박진영의 말마따나 이렇게 좋은 키스신을 한사코 거부하는 배우들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등에 출연했던 배우 최민용이다. 평소 보수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그는 키스신은 물론, 포옹신이나 손잡는 신만 나와도 무척 난감해 하는 스타일이다. <거침없이 하이킥> 출연 당시에도 그는 서민정과의 키스신을 완강히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작진이 그를 설득하는 데 무려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는 후문이다.
많은 이들의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키스신을 찍은 후 실제 연인 사이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다. 대략 쿨하게 넘어가거나 질투가 시작되는 두 가지 결론이 가능한데 잉꼬부부로 소문난 최수종 하희라 부부는 전자의 경우다. 2년 전 뮤지컬에 출연한 하희라는 당시 상대배우 정성화와 극중 10여 차례 키스를 나누어 화제가 됐다. 하루는 최수종이 응원 차 아내가 공연 중인 극장을 방문했다. 연신 계속되는 키스신에 엉뚱하게도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 위 배우들이 아닌 최수종에게 향했다. 결국 그는 관객들의 몰입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용히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당시 자리를 피한 이유는 질투가 아닌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아내를 위한 배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즘 젊은 커플들은 조금 다르다. 최근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가수 출신 연기자 황정음은 극중 최다니엘과의 키스신이 방송된 직후 공개 연인인 가수 김용준으로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아야 했던 사실을 털어놓은 바 있다. 여친의 키스신을 본 뒤 김용준은 질투심을 느꼈고 이로 인해 시작된 사소한 말다툼이 결국 큰 싸움으로 번졌던 것. 황정음은 당시 상황에 대해 “남자친구가 가수이기 때문에 이해 못했던 것”이라며 “앞으로는 이해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둘 사이에 원만한 합의를 봤다”고 얘기한다.
그런가 하면 신세대 커플이 아닌 오랜 기간 잉꼬부부로 사랑받고 있는 신성일 엄앵란 부부 역시 상대의 키스신을 보며 질투를 느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감독의 허락 하에 실제로 키스를 나누며 키스신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신성일. 그와 키스신을 찍어야 했던 여배우들은 실제로 엄앵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허락을 받아야 했을 정도라고 한다. 반면 엄앵란은 결혼 이후 단 한 번도 다른 남자배우와 키스신을 찍어보지 못했다고. 그 이유인즉 엄앵란의 키스신이 있으면 언제나 신성일이 촬영장에 나타나 대역을 전담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키스신 매너가 안 좋기로 소문난 배우는 바로 개성파 배우 A다. 지난 2004년 A는 한 유명그룹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상대배우와 키스신을 촬영한 바 있는데 당시 상대 역할을 맡았던 신인 배우 겸 모델은 그와의 키스신을 촬영한 뒤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고 전한다. 감독의 OK컷 사인이 나오자마자 배우 A가 제작진과 상대 배우 바로 앞에서 ‘카악~ 퉤!’하며 침을 뱉더라는 것. 상대 신인 배우는 수치심에 잠조차 이룰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