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 룸살롱이 위치한 송도유원지 인근 골목. | ||
유흥업소들이 대대적으로 밀집한 송도유원지 인근 상업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한 P 룸살롱은 다소 외진 골목 안에 위치해 있었다. 따라서 사건이 발발한 13일 새벽 경찰차가 출동했다면 누군가의 눈에 띄었을 터. 그렇지만 인근 편의점 등 주변 상인들 가운데 경찰차가 온 것을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겉과 달리 내부는 엄청나게 호화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P 룸살롱 관계자는 “당일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거나 피해자가 고소한 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려줬다. 신고나 고소가 없었는데 어떻게 경찰 수사가 시작된 것일까.
문제는 발 없는 소문이었다. P 룸살롱 여종업원과 웨이터가 이혁재에게 폭행당했다는 소문이 하루 이틀 사이에 송도 유원지 유흥업소 관계자들 사이에 파다하게 퍼진 것. 결국 이 소문이 경찰 정보망에 들어가면서 경찰의 인지수사가 시작됐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혁재가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M 룸살롱에서의 2차 도중 화가 나 P 룸살롱에 간 것은 아니고 2차까지 모두 끝난 뒤 다시 간 것”이라며 “술에 취한 이혁재가 중간 책임자급 여성 종업원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몇 차례 따귀를 때렸고 이를 말리던 웨이터의 따귀까지 때린 뒤 이들이 자리를 피하자 난동을 부렸다”며 사건 전말을 전했다.
이혁재는 다음 날 바로 해당 업소를 찾아가 사과를 하고 합의를 해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그런 탓에 별도의 고소 고발이 없었던 것. 보통의 경우 이 정도에서 마무리될 사건이었지만 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결국 경찰 인지수사가 시작됐다.
경찰과 업소 측이 모두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하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P 룸살롱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폭행으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지만 입원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혁재 씨가 다음날 찾아와 진심으로 사과해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세인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왜 이혁재가 그토록 해당 여종업원에게 집착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혹 이혁재가 P 룸살롱 단골로 그 여종업원과 내밀한 관계였을 가능성은 없을까. 이에 대해 P 룸살롱 측은 “이혁재 씨가 온 것은 그날이 처음”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혁재가 해당 업소를 처음 찾았음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모두 일치된 진술”이라며 “그 여종업원에게 집착했다기보다는 2차 룸살롱 여종업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술에 취한 이혁재가 이 일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여긴 부분이다. 술자리에 동행한 이들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여겨 2차 술자리를 모두 마무리한 뒤 다시 P 룸살롱을 찾아갔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P 룸살롱의 한 여종업원은 “이미 우리 가게에서 술을 꽤 마셨는데 2차에서도 상당히 마셔서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면서 “다른 업소로 우리 아가씨(여종업원)를 보내달라는 이혁재 씨의 무리한 요구에 언니(중간 책임자 여종업원)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였는데 술에 많이 취했는지 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자신을 무시했다며 장사 제대로 하라고 화를 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수면 밑에서 조용히 진행된 수사가 이혁재 소환 조사 과정 중, 지방지 기자에게 포착되면서 결국 기사화되고 말았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얘깃거리가 하나 더 세인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합의 과정에 조폭이 이혁재와 동행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조폭의 강압에 의한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찰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실제 조폭이 등장한다. 다만 주조연급이 아닌 등장인물 수준이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그날 이혁재가 오랜만에 조폭 관계자를 만났는데 예전에 지인 소개로 만나 서로 동창임을 알게 된 뒤 친구로 지내는 사이라 술자리에 동석했을 뿐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면서 “합의하러 갈 때 동행하지 않은데다 송도가 아닌 인천 내 다른 지역에 기반을 둔 인물이라 합의에 영향을 미칠 상황도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혹시 지방선거 출마?
이름이 같을 뿐이고…
▲ 룸살롱 폭행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이혁재. | ||
그중 하나가 오는 6월에 있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이혁재가 지역 조폭과 접촉 중이었고, 3월에 있을 예비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지역 인사들과 술자리를 거듭하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는 동명이인으로 인한 오해일 뿐이다.
실제 사건이 벌어진 연수구 구청장 출마 후보자 가운데 이혁재라는 이름이 있다. 출생연도 역시 73년으로 같다. 그렇지만 연수구청장 출마 후보자인 이혁재 씨는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정책위원장으로 연예인 이혁재와는 동명이인일 뿐이다. 이 같은 소문은 지난 2003년에도 있었다. 이 씨가 연수구 시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면서 엉뚱하게 연예인 이혁재가 출마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 사건 발생지 연수구에, 동명이인에, 출생연도까지 같은 정당인이 있다는 점은 참 묘한 우연의 일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