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등신 송혜교’라는 별명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예능계의 겁 없는 신인 정가은. 그러나 그의 20대는 남부럽지 않게(?) 굴곡이 가득한 사연 많은 시절이었다고 한다. 고향인 부산에서 대학 시절을 보내며 빼어난 외모로 모델 활동을 시작한 정가은은 졸업 후 본격적으로 연예계를 노크해 2001 미스코리아 경남 선에 당선되는 등 부산지역에선 상당한 유명세를 지닌 유망주로 성장한다. 하지만 서울에 올라온 뒤부터는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았다. 그나마 창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이라도 볼 수 있는 반지하도 아닌 지하방에서 몇 달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만 들으며 살아야 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던 도중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홈쇼핑 모델 일이 잘 풀려 이·미용 제품을 비롯해 식품판매 프로그램까지 출연하며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과연 당시 그의 수입은 어느 정도였을까.
요즘 한창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홈쇼핑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집과 자동차까지 장만한 정가은이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드디어 지난 2006년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라는 작품으로 그는 꿈에도 그리던 연기자로 데뷔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꿈도 잠시, 다시 그는 주목받지 못하는 무명 연기자로 돌아와야 했다.
2010년 핫 아이콘으로 떠오른 여자 스타는 누가 뭐래도 <지붕 뚫고 하이킥>의 황정음이다. 특유의 애교와 백치미로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의 과거 역시 여느 대기만성형 스타에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잘 알려져 있듯 그는 지난 2002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여성4인조 그룹 ‘슈가’의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리틀엔젤스 합창단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끼 많고 노래 잘하던 그이지만 그룹 ‘슈가’ 시절은 수많은 후회를 남겼을 정도로 고충이 많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룹 내 특정 멤버의 인기를 가만히 지켜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같은 그룹 멤버인 아유미에게만 집중되는 세간의 관심이 어린 나이의 그에겐 질투 이상의 허탈감까지 가져다줬다고 한다.
그는 특히 안티 팬의 비난이 더더욱 견디기 힘들었다고 얘기하는데 그가 ‘관심 없는 멤버’로 불리던 시절 뜻하지 않게 안티팬의 관심을 불러 모은 계기가 있었다. MC 김용만이 진행하던 연예인 퀴즈쇼 ‘브레인 서바이버’에 출연한 황정음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모든 퀴즈들이 어렵게만 느껴졌고 그런 탓에 거듭해서 구구단 문제를 틀리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게다가 “제가 (학창시절) 예체능 출신이라 구구단을 잘 못해요”라는 말까지 하는 바람에 그는 순식간에 안티 팬들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이후 그는 ‘슈가’ 탈퇴라는 힘든 결정을 내리고 연기자로 전업을 시도했지만 이번엔 ‘발연기’ 논란에 시달리며 연기자로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 시절 황정음은 역시 가수 출신으로 인기 배우가 된 윤은혜를 롤 모델 삼아 자신을 위로하곤 했다고. 결국 그는 거듭되는 시행착오 끝에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연예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드라마 <추노>의 ‘최장군’역으로 늦깎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한정수. 프로필에 기록된 그의 나이가 올해로 서른여덟 살이니 진정한 늦깎이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공식 데뷔작으로 기록된 작품은 지난 2003년에 개봉된 영화 <튜브>. 하지만 그는 실제로 1996년부터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15년차를 맞은 베테랑 연예인이다. 그의 실제 데뷔는 다름 아닌 댄스듀오 ‘데믹스’. 타이틀곡 ‘두 명의 애인’ 등으로 반짝 인기를 누리고 사라진 이 그룹을 통해 한정수는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CF모델 활동 등을 거쳐 결국 연기자로 데뷔하게 된다. 뒤늦게 시작한 연기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늦은 나이에 서울예대 영화과에 입학한 한정수는 대학로 극단에서 연기를 배우는 등 많은 준비를 했지만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영화 <튜브>를 찍은 뒤 <얼굴 없는 미녀> <해바라기> 등에 얼굴을 비췄지만 여전히 연기는 그에게 노력만큼 달콤한 보상을 주진 않았다.
▲ (왼쪽부터)한정수, 한상진, 정가은 | ||
2007년 드라마 <하얀거탑> 2008년 드라마 <이산> 2009년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등을 통해 스타 대열에 동참한 배우 한상진. 그 역시 10년의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스타로 등극한 대기만성형 스타답게 남다른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4년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 단역으로 출연할 당시의 일이다. 당시 그는 주인공인 소지섭의 동료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했는데 그의 출연분은 대부분 소지섭 앞자리에서 조용히 일을 하고 있는 장면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감독님의 눈에 띄어야 한다는 오기가 있었다. 그래서 소지섭과 자신이 화면에 잡힐 때면 괜히 안경을 만지거나 펜을 떨어트리는 등의 행동을 통해 어떻게든 감독의 눈에 띄려 애를 썼다. 단역 시절을 거치며 스타로 성장한 한상진. 그는 무명시절이 인내를 가르쳐준 소중한 나날이었다고 전한다. 마음 고생 속에 완성되는 대기만성형 스타들의 내공. 그들이 더 큰 박수를 받는 이유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