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본격적으로 연예계 진출을 꿈꾼 건 중학교 3학년 때 국내 기획사에 캐스팅되면서부터였어요. 가족 모두 캐나다로 이민을 갔을 때 현지에서 열린 기획사 신인 선발 모집에 응시해 선발된 게 시작이었죠.”
내로라하는 국내 가수들이 소속돼 있는 대형 연예기획사였기에 스타가 되기까지 탄탄대로의 길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 처음부터 넘기 힘든 도전의 연속이었다.
먼저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캐나다에서 학업을 마치고 평탄한 삶을 살길 바란 것이 부모의 바람. 윤지오가 돌연 한국에 혼자 돌아가 연예계 진출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부모는 기획사 대표를 설득해 학업을 마친 후 계약을 성사시키기로 합의했다.
“부모님이 공부를 이유로 한국에 절대 못 돌아가게 하시니까 당시 캐나다에서 대학에 가기까지 이수해야 하는 4년 과정을 1년 만에 공부해서 조기 졸업을 해버렸어요. 그래서 겨우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졌죠.”
그렇게 홀로 한국 땅에 돌아 왔지만 생활비는 뚝 끊겼다. 제풀에 지쳐 돌아오길 바랐던 부모 때문이었다. 들어가기만 하면 스타가 되리라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연예계 데뷔를 지켜볼 뿐 윤 씨에게 기회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캐나다로 돌아가기엔 꿈은 이루고자 하는 열정은 이미 꺼뜨릴 수 없을 만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막노동판에서 화려한(?) 외모 때문에 퇴짜를 맞기도 했지만 ‘시멘트 바르는 일을 하면 되지 않겠냐’며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일이 언젠가 맡을 드라마의 배역이라 여기며 ‘연기내공’을 쌓는다고 여겼다고.
8년의 시간 동안 공중파 <꽃보다 남자> 단역부터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연애 세포가 말살된 ‘건어물녀’로 출연하는 등 기회가 올 때마다 악역부터 망가지는 이미지까지 가리지 않고 브라운관에 자주 얼굴을 비추려 노력했다.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작년부터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MBA 과정에 합격, 연기 이외의 커리어도 쌓고 있다.
앞으로의 각오를 묻자 윤지오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배역 앞에 과감히 망가질 수 있는 여배우가 되는 것이라 말한다.
“제가 1%에 해당할 정도의 탁월한 외모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나머지 99%에 해당하는 조건이 있다면 꽉꽉 채워 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부모님으로부터 일찍 독립해 온몸으로 부딪치며 배워온 생활 전선에서의 치열함을 생생한 연기로 모두 분출할 거예요.”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