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배삼룡의 유해가 안치된 분당추모공원휴. | ||
지난 23일 오후 장례식장을 찾아온 A 공원 관계자는 “3년 전에 고인의 유해를 우리 안치단에 안치하는 조건으로 약정을 맺어 계약금 1000만 원에 이어 중간 중간 간병비로 수백만 원씩 모두 2000만 원을 아들 배동진 씨에게 건넸다”며 “고인이 우리 추모원에 영면한다는 사실을 팸플릿을 통해 홍보해 왔는데 이로써 우리가 소비자에게 사기를 친 셈이 됐다”며 장남 배 씨를 고소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였다.
결국 장남 배 씨가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 시간을 갖고 A 공원 측에 공식 사과하는 선에서 문제는 일단 마무리됐다. 그렇지만 항간에선 배 씨의 공식사과가 이중계약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추후 A 공원 측이 법적 대응을 하면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유가족들은 A 공원 측이 고인의 생전에 고인을 활용해 추모공원 전단지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최근 몇 년 새 인기 연예인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공원묘지들이 유해 안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뒷돈이 오간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실제 인기 연예인의 유해가 안치된 공원묘지들은 하나같이 수십 개의 플래카드를 진입로를 포함, 공원 곳곳에 붙여 놓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인의 유해가 안장된 분당추모공원휴의 이동우 이사장은 “고인이 오랫동안 퇴촌 등 경기도 광주에서 살았고 세상을 떠난 뒤에도 광주 쪽에 안장되길 원했다고 들었다”면서 “두 따님이 이 부근을 알아보다 우리 시설을 알게 돼 찾아오셨다”고 얘기한다. 병원비도 체납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은 이 이사장은 실내 봉안당 특별실 부부단에 우선 고인의 유해를 모시고 위아래 단도 고인의 유품을 놓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결국 모두 2억여 원의 봉안 시설을 무료로 협찬해준 것. 다만 홍보를 위해 계약금이나 병원비 지원 등의 별도의 금전적 지원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편 취재진의 접근이 제한된 빈소 안에서는 코미디언협회와 유가족도 여러 차례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고성이 오가기도 했을 정도였는데 마찰이 심해지자 코미디언협회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체납 병원비를 두고 병원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발인이 연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유가족과 코미디언협회의 마찰이 더욱 심해졌다. 그렇지만 병원과의 합의가 잘 마무리되면서 유가족이 추후 체납 병원비를 지불하고 장례비용은 조의금과 코미디언협회의 성금 등으로 해결했다.
다행히 2월 25일 오전 8시에 코미디언협회장으로 영결식이 거행됐고 후배 코미디언들이 일렬로 늘어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그렇지만 장지까지 동행한 코미디언은 단 한 명뿐이었는데 그 역시 현직이 아닌 원로 코미디언을 대표해 참석했을 뿐이었다. 영결식에도 요즘 한창 방송에서 활약하는 스타급 코미디언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희대의 스타’가 가는 마지막 길도 ‘과거의 스타’들이 배웅한 셈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