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이에스더는 안양예고에서 피아노와 오르간을 전공한 뒤 상명대학교 음대에서 트롬본을 전공한 음악학도였다. 졸업과 동시에 오케스트라에서 트롬본을 연주하며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유치원을 운영하는 고모의 부탁으로 일을 돕기 시작하며 오케스트라를 그만두고 유치원 교사로 지내왔다.
평범한 유치원 교사이던 그가 레이싱모델로 변신한 데에는 역시 감출 수 없는 끼가 큰 요인이 됐다. 이런 끼로 인해 그는 이미 고교시절 연예계 데뷔의 달콤한 기회를 잡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기회는 너무나 위험했다.
“길거리 캐스팅됐는데 알고 보니 꽤 유명한 연예인이 여럿 소속된 대형 연예기획사였어요. 우연히 길에서 그 회사 대표를 만나고 며칠 뒤 연락이 왔는데 다짜고짜 성형외과로 오라는 거예요. 상당히 유명한 병원이었어요. 거기서 상담을 받고 나자 그 대표가 제게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하면 좋겠다며 나갈 생각이 있으면 밀어주겠다는 얘기까지 했어요.”
“대신 감독이나 작가 등을 만나서 술자리를 같이 해야 하고 때론 몸도 줘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거예요. 그때 전 고등학생이었거든요. 당연히 싫다고 그랬죠. 또 연예계 데뷔를 꿈꿔온 것도 아니었고.”
이에스더의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당시 그에게 이런 제안을 했던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예계에서 이미 성상납, 술자리 강요 등 비정상적인 행태로 회사를 운영하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잘못된 유혹을 멋지게 거부한 그는 음악학도로서 평범하게 고교시절과 대학시절을 보냈다. 이런 그가 스물다섯의 늦은 나이에 레이싱모델로 변신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아는 언니 소개로 경주 슈퍼카 쇼에 레이싱모델로 데뷔했어요. 그때 역시 재미삼아 한번 해본 것인데 거기 가니 정말 멋진 레이싱모델들이 참 많더군요. 내가 참 평범하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거기서 나도 한번 이런 큰 쇼의 메인 모델이 되고 싶다는 승부욕이 발동했다랄까요?”
여전히 그의 꿈은 교사다. 그래서 레이싱모델로 활동하는 동시에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하나하나 자신의 꿈을 키워가며 재밌게 살고 싶다는 이에스더한테서 진정한 건강미가 느껴졌다.
글=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