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짜>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김혜수와 조승우의 베드신은 당초 시나리오에는 없었지만 감독과 배우가 필요하다고 뜻을 모아 촬영할 수 있었다. | ||
#노출 계약서 따로 있나?
과거에는 노출 계약서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감독과 배우의 합의 하에 진행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는 수준이었다. 일단 촬영이 시작되고 감독과 배우가 노출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다면 기대 이상의 파격적인 노출도 가능했다. 영화 <타짜>가 대표적이다.
<타짜>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김혜수와 조승우의 베드신은 당초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하지만 촬영 중 베드신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은 배우들과 감독이 의기투합해 <타짜>의 최고 명장면을 빚어낼 수 있었다.
최근에는 노출의 수위와 방법 등을 명확히 기재한 노출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노출되는 구체적 신체 부위와 공사(배우의 은밀한 부분을 가리는 작업) 여부, 조명 밝기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후 촬영을 시작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과거 노출에 대한 충분한 얘기 없이 촬영을 시작했다가 배우와 감독이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은 매니지먼트가 체계화되면서 제작사와 매니지먼트 간 노출에 대한 의견 조율을 분명히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상반기 개봉을 앞둔 영화 <방자전>은 여주인공 춘향 역을 맡은 배우 조여정의 파격 노출로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연출을 맡은 김대우 감독은 캐스팅 단계부터 ‘상반신을 노출해야 한다’는 조항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출연을 원하던 몇몇 여배우들은 결국 마음을 접어야 했다.
노출 계약서가 작성돼도 세부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꺼리는 편이다. 그 자체로 여배우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25일 개봉되는 <비밀애>에서 배우 윤진서는 수차례 파격적인 정사신을 감행했다. 윤진서가 “베드신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비밀애>의 관계자는 “노출 계약서의 존재 여부 자체에 대해 ‘오프 더 레코드(특정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합의)’로 하기로 계약서에 명시가 돼 있다”며 말을 아꼈다.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나?
노출신 촬영 현장에는 통상 최소 스태프만 투입된다. 해당 배우를 제외하면 촬영 감독과 배우를 돌봐 줄 최측근 한 명 정도만 입회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감독도 모니터로 촬영 장면을 지켜보기 때문에 촬영이 진행되는 방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기타 스태프도 조명 마이크 등 장비를 확인 후 밖으로 나와서 대기한다. 촬영이 끝난 후 내부 분위기에 대해 자세히 묻지 않는 것도 하나의 예의다”고 귀띔했다.
▲ <미인도>의 김민선. | ||
#언제 노출을 선택하나?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연기의 연장선’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배우 전도연이 여기에 해당된다. 전도연은 영화 <해피엔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에서 파격적 노출신을 선보였다. 그는 <해피엔드>로 춘사영화예술상, 영평상 여우주연상을 잇달아 거머쥐었다. 노출을 바라보는 색안경은 그의 연기 투혼에 대한 평가 뒤로 숨었다.
전도연은 복귀작 <하녀>(감독 임상수)에서 다시 한번 강도 높은 노출신에 도전한다. 여배우들이 통상 결혼 후 노출을 꺼리는 것을 감안하면 남다른 행보라 볼 수 있다. <하녀>의 관계자는 “전도연에게 노출은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작품과 배역이 마음에 드는데 노출 때문에 주저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노출을 연기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던 배우 성현아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이어 <애인>에서 과감한 노출을 시도했다. 배우 추자현과 김민선 역시 각각 영화 <사생결단>과 <미인도>에서 노출 연기를 펼치며 새롭게 주목받았다.
#알몸신도 CG 사용하나?
최근 외국 잡지 속 모델들의 몸매가 CG로 보정 작업을 거친 후 게재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네티즌의 야유를 받았다. 영화 역시 이런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CG 기술이 지나치게 발달한 탓이다.
한 CG 전문가는 “노출 장면에 CG를 사용할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으로 보면 TV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점이 부각돼 보인다. 이런 단점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간단한 CG 작업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배우들이 노출 장면 촬영을 앞두고 몸매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노출 장면에서 CG를 사용하는 대신 일정 부분에 대역 배우를 쓰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화제가 된 수애의 정사신에는 여배우의 전라 뒤태가 드러나는 장면이 1초간 삽입됐다. 바로 이 장면에 대역이 쓰였다.
한 영화 홍보대행사 이사는 “여배우의 노출은 영화 홍보에 유용하다. 하지만 대역이라는 사실이 일찌감치 알려지면 김이 샌다. 때문에 대역을 썼어도 영화 상영이 끝날 때까지는 관계자들이 함구하자고 입을 맞추곤 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