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제는 재료가 웬만큼 다 노출된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살펴보자. 삼성증권 김승우 연구원은 “이번 계약을 끝으로 주요한 기술수출 계약은 단기적으로 마무리됐다”면서 “현 주가수준은 아직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추가적인 기술수출 가능성까지 반영된 구간으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의 한미약품 목표주가는 70만 원이다.
KTB투자증권 이혜린 연구원은 “지속형 인슐린과 콤보 파이프라인은 아직 임상 초기이고, 글로벌 당뇨의약품 시장에서 수세에 몰린 사노피(Sanofi)에게는 최선의 대안이나, 경쟁사인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k)와의 승부가 만만치 않고, 기술수출 수익을 공유하는 한미사이언스와의 합산 시가총액이 이미 13조 원을 상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TB투자증권의 한미약품 목표주가는 65만 원이다.
반대로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쪽은 앞으로도 계속 추가적인 호재가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다. 이들의 한미약품 목표주가는 모두 110만 원으로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다. 하이투자증권 구완성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로 변모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바로 지금부터”라면서 “임상에서 성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면서 할인율이 감소하게 되고, 그 결과 신약가치 상승 및 기업가치 상승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상 진행 단계에 따라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발생할 것이란 주장이다.
NH투자증권 이승호 연구원은 “다수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신약개발 실패 가능성에 따른 주가할인 요인이 축소됐고, 현금흐름 안정화됐다”며 “신규 투자재원을 확보하게 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증권 김태희 연구원도 “임상이 진행됨에 따라 상당한 금액의 이익이 발생하고, 이로써 보다 풍성한 연구개발(R&D) 활동과 사업 확장이라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현황을 보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애매하다. 일단 개발기술 가운데 핵심은 지속성 기술이다. 한 번의 주사로 최소 1주일, 최대 2주일간 바이오 약품의 약효를 지속시키는 능력이다. 관련 진행건수는 6건이다. 이 가운데 당뇨와 비만환자에 적용되는 4건은 이미 수출이 이뤄졌다.
성장호르몬 결핍과 백혈구 감소증 환자에 적용될 2건이 남았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당뇨나 비만처럼 크지 않다. 수출이 이뤄져도 규모가 직전 4건만 못할 수 있다. 이밖에도 항암제나 류마티스 치료제가 개발 중이지만 ‘지속성 기술’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신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가 움직임은 분명 일단 쉬어가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장중 87만 7000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해 80만 원 안팎에서 횡보 중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8조 원대 초반이다. 당장 2차례의 계약으로 들어올 계약금만 6000억 원이 넘는다. 이후 임상 및 매출 단계별로 받을 수 있는 돈도 5조 원이 넘는다. 경제적 가치가 최대 6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최대 10조 원도 가능하다는 게 신중론자들도 동의하는 가치다.
한미약품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7 대 3으로 기업가치가 나눠지는 구조다. 따라서 10조 원의 새로운 가치가 발생하면 한미약품 7조 원, 한미사이언스 3조 원 정도가 당장 가능한 최소한의 기업가치 상승폭이라 볼 수 있다. 올 초 순자산 1조 원이던 한미약품의 시총은 현재 8조 원가량이다. 한미사이언스 시총은 연초 약 1조 원대에서 한때 10조 원을 돌파했다 최근 9조 원대로 떨어졌다. 그래도 두 회사의 시장가치는 여전히 올 들어 16조 원 이상 불어난 상태다.
또 다른 불안요인도 있다. 한미약품 관련, 국내 주요 주식형펀드의 주가조작 의혹이다. 이미 검찰이 조사에 들어갔고, 400개가 넘는 펀드가 이번 기술수출과 관련해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미리 사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한 증권가 관계자는 “한미 쪽에서 증권사에 미리 정보를 흘린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이미 기술개발 중인 사실은 공시가 됐지만, 조만간 엄청난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식의 언질을 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귀띔했다. 주가조작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