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방향으로)이광필, 이부영, 국이, 박상철 | ||
얼마 전 연예인이 동료 연예인을 음란물 유포죄로 고소해 세인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고소를 당한 이는 하리수인데 그를 고소한 연예인 이광필은 다소 생소한 이름의 가수다. 이로 인해 일부 네티즌은 이광필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고 그 역풍은 이광필의 딸로 역시 가수인 이나비에 대한 악성댓글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광필은 벌써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중견 트로트 가수다. 하리수에 대한 고소 역시 이름을 알리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으로 보긴 어렵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활동을 해온 이력의 소유자이기 때문. 청와대 앞에서 ‘사형 전면폐지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납북자가족협의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북한인권운동가이기도 하다. 또한 길용우 조영구 등과 손잡고 연예인자살방지 콜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이광필은 현재 광프라미스라는 기업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사업가다. ‘김충복과자점’의 창업주인 고 김충복 씨의 사위인 이광필이 오픈한 케익하우스광이 광프라미스의 모체다. 그는 대한경호무술연합회 홍보대사이기도 한데 한때 탤런트 김원희 방송인 한성주 등의 경호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회장님 가수’라는 호칭으로 더 유명한 이는 가수 이부영이다. JBC 전북방송 회장인 그는 데뷔 타이틀곡 ‘내 사랑 반쪽’에서 현란한 댄스 실력을 선보이며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어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세대 트로트 열풍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수백 억원대의 자산가인 이부영은 가수 데뷔라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직접 아트레인엔터테인먼트라는 연예기획사를 설립한 뒤 유명 작곡가와 프로듀서 등을 섭외해 데뷔 앨범을 만들었다. 이부영은 엄청난 노력으로 뛰어난 가창력과 댄스 실력, 그리고 입담까지 겸비해 다재다능한 신인 가수로 인정받는 데 성공해 ‘40대 비’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SBS <스타킹>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부영은 지난해 연말엔 2PM의 옥택연으로 변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수백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기업체 회장이 가수로 데뷔한 것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그렇지만 이부영은 “허세에 빠져 상위사회에서 지낼 것만 같은 기업 회장직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서 이렇게 나오게 되었다”며 “꿈에 대한 도전에 나이 제한은 없다”고 얘기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운영하고 있는 (주)성용하이테크 이한중 대표도 CEO 출신 트로트 가수인데 그는 데뷔 계기가 독특하다. 회사 직원들이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사가로 만든 곡 ‘나는 할 수 있다’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돌입한 것.
또한 히트곡 ‘순이 순이야’의 주인공 사공윤은 MBA 공부를 포기하고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유망주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영어와 경영을 동시에 공부를 했지만 결국 트로트 가수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귀국해 데뷔한 것. 사공윤은 “유학 시절 다른 일에 시간을 소비하다 트로트 가수라는 꿈이 사라질까 불안했다”며 가수 데뷔의 이유를 설명한다.
현직 의사가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경우도 있다. 그 주인공은 서울 유로탑 비뇨기과를 운영 중인 비교기과 전문의 이선규 원장. 학창시절 밴드활동을 하는 등 고교시절부터 가수가 꿈이었다는 그는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트로트 가수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영화 속 배역만으론 만족하지 못한 나머지, 결국 데뷔 음반을 내고 진짜 트로트 가수가 됐다.
‘인드라’라는 예명으로 더 유명한 서연 스님은 비구니 가수로 불교 신자들 사이에선 스타로 분류될 정도다. 음대에서 관악기를 전공해 오케스트라 수석단원 출신인 그는 스물여섯 나이에 출가해 ‘서연’이라는 법명으로 살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불교를 알리고자 무대에 서기 시작한 서연 스님은 노래도 하고 플루트 연주도 하고 때론 진행도 했다. 이런 무대를 직접 본 작곡가 김희갑 작사가 양인자 부부의 권유로 2006년 데뷔 음반
트로트 가수 이프로는 세미프로 골퍼로 연예인 골프강사 출신이다. 골퍼로 활동할 당시 그의 평소 호칭이 바로 ‘이 프로’였던 것. 연예인 골프 레슨을 통해 친분을 쌓은 후 <나는 달린다> <황금사과> <연개소문> <외과의사 봉달희> 등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결국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그런가 하면 트로트 가수 국이는 비보이 출신이다. 비보이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할 만큼 뛰어난 브레이크 댄스 실력의 소유자인 국이는 트로트에 팝핀 댄스를 접목한 네오트로트란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기도 했다.
요즘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트로트 가수 가운데 한 명인 박상철은 미용사 출신이다. 가수 데뷔를 위해 강원도에서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던 박상철은 노숙자 생활을 했을 정도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당시만 해도 트로트는 중년층의 전유물로 20대 젊은 가수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탓에 박상철은 당장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미용 기술을 배워 미용사로 일했다. “미용사로 일하며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면서 다시 가수 데뷔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뒤에도 박상철은 재연배우 등으로 활동하며 어려운 나날을 보내다 비로소 스타의 반열에 오르며 신세대 트로트 붐을 주도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