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무, 김태현 | ||
연예계 내에서 그 어떤 곳보다도 회식자리가 중요시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예능계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리얼 버라이어티의 특성상 출연진 간의 호흡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맞출 수 있는 곳이 바로 회식자리다. ‘1박2일’의 강호동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멤버들과 스태프의 회식자리를 자주 주도하는 편이다. 이는 운동선수 시절부터 몸에 밴 단체생활의 습관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식자리에서 항상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며 멤버들의 화합은 물론 제작진과의 친목을 외치는 그의 리더십은 출연 프로그램의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곤 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연말 시상식 때마다 통 크게 한턱 쏘기로 유명한데 연예대상을 수상한 지난 2~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빠트리지 않고 동료 출연진과 제작진이 참가하는 회식 자리를 주도하며 한 해를 마감하곤 했다. 그가 즐겨 찾는 회식 장소는 자신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고깃집을 비롯, 방송국 인근의 식당, 자신 소유의 별장 등으로 다양한 편이고, 회식비 일체는 항상 그가 부담한다. 특이한 점은 그가 주도하는 회식에는 언제나 일등급 한우와 일등급 돼지고기가 가득하다는 사실.
흔치는 않지만 녹화 도중 발생한 출연자 사이의 앙금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공간도 바로 회식이다. <스타골든벨>에 출연 중인 아나운서 전현무와 개그맨 김태현. 동갑내기 절친 사이인 이들은 프로그램 출연 초반에 상당히 불편한 감정으로 서로를 대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예능감 없이 운 좋게 MC자리를 차지한 아나운서와 욕심만 많은 개그맨 정도로 서로를 생각했었다는 그들. 때문에 녹화가 진행되면서도 서로간의 호흡은 늘 불협화음으로 치닫기 일쑤였는데, 이들 두 사람을 친구로 만들어준 장소 역시 회식이었다. 술을 즐겨 마시는 김태현과는 달리 전현무는 술에 매우 약한 편이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전현무가 용기를 내 폭탄주를 마시는 김태현에게 사이다로 대적(?)을 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둘은 밤새도록 사이다와 폭탄주를 사이에 두고 속 깊은 얘기를 나누며 둘도 없는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무릎팍도사’에 출연 중인 가수 올라이즈밴드 우승민. 그 역시 게스트로 출연했던 가수 이승환과 녹화 당시 상당히 불편한 감정을 가졌으나 회식자리를 통해 가까워질 수 있었음을 고백했다. 당시 이승환은 녹화 도중 우승민의 음악을 ‘웃기는 음악’이라고 농담을 했고 이에 기분이 상한 우승민은 서로의 음악적 견해 차이로 약 30분 동안 이승환과 논쟁을 벌였다. 이 부분이 방송에 나가진 않았지만 당시 녹화 분위기는 상당히 냉랭했다고 한다. 대선배 이승환과 우승민을 화해시킨 건 역시나 회식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화해시킨 건 술잔이 아니라 둘 사이의 공통취미인 ‘야동’이었다는 후문. 음악적 견해 차이를 딛고 야동적 견해 일치를 일궈낸 것이다.
▲ 우승민, 이승환, 리쌍의 길 | ||
제작진 입장에선 연예인들의 회식 장소는 그 어떤 오디션보다도 검증된 신인 발굴의 장이 되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스타들 사이에서 입담 좋기로 소문난 연예인이 있다면 그들은 곧 제작진 입장에선 염탐(?)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 염탐의 자리가 바로 회식과 같은 술자리가 되는 것. <놀러와>를 통해 예능계로 데뷔한 리쌍의 길이 이런 과정을 통해 발굴된 대표적인 연예인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찾고 있던 <놀러와>의 제작진은 길이 힙합인들 사이에서 소문난 입담꾼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힙합인들끼리의 회식 자리를 찾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길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 경력이 전혀 없었지만 제작진은 회식 자리에서 검증된 연예인인 만큼 과감히 기용했고 길은 기대에 부응해 예능계의 샛별로 급부상했다.
또한 가수 마야는 회식 자리에서 투혼 넘친 무대를 선보여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사연은 이렇다. 건강 프로그램 <비타민> 출연 후 제작진과의 회식 자리에 참석한 마야. 여느 때처럼 회식자리를 주도하며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는데 그만 도가 지나친 나머지 성대에 이상이 생기고 말았다. 가수 입장에서 성대를 다친 것은 상당히 큰 후유증을 남긴다. 이로 인해 한동안 예정된 스케줄까지 취소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훗날 이 회식은 마야에게 큰 기회가 됐다. <비타민> 제작진이 얼마 후 <윤도현의 러브레터> 제작팀으로 자리를 이동한 것. 당시 회식에서의 맹활약을 눈여겨 본 제작진은 가장 먼저 마야를 초대 손님으로 섭외해 마야는 당시 가수들 사이에서 꿈의 무대로 불리던 러브레터 무대에 서게 됐다.
드라마 팀 회식은 시청률에 따라 좌우된다. 시청률이 좋을 경우 바쁜 촬영 일정 속에서도 회식 자리는 잦아지지만 시청률이 낮을 경우 그 흔한 종방연조차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 자신의 끼를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은 연기자들은 종종 있는 회식자리나 종방연 자리에서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스타덤에 오른 윤상현은 드라마 종방연에서 무려 30여 곡의 노래를 연이어 부르며 노래 실력을 뽐냈다고 한다. 당시 윤상현은 드라마에서 ‘네버엔딩스토리’를 불러 연기력뿐만 아니라 가창력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은 마침 생일이 임박한 김남주의 부탁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종방연을 비롯한 회식비는 누가 부담할까? 대부분 주연배우나 메인 MC들이 부담하곤 하는데 시청률 대박을 친 드라마의 경우 방송사의 사장이 직접 회식 자리에 등장해 금일봉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국민 MC 임성훈은 자신의 출연 프로그램이 5회 방송이 되는 달에(주간 프로그램의 경우 보통 월 4회 방송됨)는 어김없이 회식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달 4회 방송이 정상인데 5회 방송이 될 경우 이는 보너스인 만큼 회식비로 사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칙이라고 한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