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중국 쑤저우의 크라운 플라자에서 중국 드라마 <천당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한지혜가 밝힌 각오다. 이처럼 여배우의 중국 연예계 진출 러시에 한지혜가 동참을 선언했고 결혼과 출산 이후 연기 활동을 잠정 중단했던 김희선 역시 컴백작을 한국이 아닌 중국 영화 <전국>으로 정했다. 과연 어떤 이유로 한국 여배우들의 중국 진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일까. 연예관계자들은 일본보다 중국이 더 매력적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지만 눈빛과 연기로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을 비롯해 함께 촬영하는 배우와 스태프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천당수> 제작발표회에서 한지혜가 밝힌 소감이다. 한지혜의 얘기처럼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중국 연예계 진출이 가장 용이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언어 문제다. 중국어로 연기하는 대신 한국어로 연기한 뒤 더빙하는 방식이라 언어 장벽이 크지 않다. 한 중국 연예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요즘엔 더빙이 아닌 동시녹음이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 배우만 더빙을 하고 있다”면서 “채림이 더빙 연기를 매우 잘 소화해 가능해진 일로 그가 후발 주자들의 길을 잘 닦아 놓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여배우들의 중국 진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현지에서의 대우가 상당히 좋기 때문이다. 중국 시청자들의 한국 여배우 선호도가 높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한국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 출연료는 물론 각종 편의 제공, 더빙 등 촬영 제반 사항에 대한 배려 등이 남다르다.
한 중국 언론사의 한국 특파원은 “중국에선 장나라가 한국에서 최고 수준의 스타로 알고 있다”면서 “특파원으로 한국에 온 뒤 장나라가 인기 스타이긴 하지만 톱스타는 아님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얘기한다. 그만큼 중국 진출 한국 배우들은 중국 현지에서 최고 스타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 출연 섭외 역시 감독이 직접 나설 정도다. 한지혜의 소속사 김안철 팀장은 “연출을 중국 국가 1급 감독인 황건중 감독이 맡았는데 그가 직접 연락해 여러 차례 출연을 요청했다”면서 “감독의 거듭된 구애에 결국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출연료 역시 최고 대우다. 대부분 주연급 배우의 한국 드라마 출연료 수준에서 출연료가 결정되는데 이 정도면 중국에서 상당한 대우에 해당된다.
또한 중국 연예계 진출은 할리우드 진출의 초석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의 경우 할리우드로 진출해 성공적인 활약을 보이는 감독이 여럿이고 화교들 가운데에는 할리우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도 많다. 김희선의 중국 영화 출연 역시 이런 취지로 보인다. 지난 2005년 청룽과 영화 <신화>에서 호흡을 맞춘 김희선은 중국의 쟁쟁한 영화인들과 두루 인연을 맺고 있다. 영화 <전국>에 특별 출연하는 것 역시 이런 인연에서 비롯됐다. 최근 송혜교의 중국 진출 역시 이런 분위기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중국 드라마 출연은 드넓은 중국 CF 시장 진출로 연결되기도 한다. 중국 드라마에 출연해 지명도가 올라갈 경우 자연스럽게 중국 기업 CF 모델로 발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발성 내지는 3개월, 6개월 계약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과 달리 중국 기업 CF의 경우 기본 계약이 2년 이상이다. 또한 중국 현지 CF 출연료는 한국 CF의 1.2~1.5배 수준으로 다소 높다. CF도 매우 다양하고 많은데 심지어 십자수 CF까지 있을 정도다. 또한 연예기획사 입장에선 소속 여배우의 중국 진출 이후 중국 현지에서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부분도 상당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번 자리 잡으면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다는 부분도 중국 연예계의 장점이다. 중국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중국 최고의 스타는 40대 중반인 장만옥일 정도로 중국에선 한번 스타의 자리에 오르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다만 한국 여배우들은 중국 활동을 잠시의 외유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꾸준한 활동을 주문했다.
중국 연예계가 한국 여배우에 열광하는 이유는 ‘착하고 선한 이미지’와 ‘예쁜 외모’ 때문이라는 게 중국 연예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장금>이 중국 현지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뒤 이영애와 함께 중국 현지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는 박은혜다. 박은혜의 소속사 역시 “박은혜의 단아하고 정숙한 이미지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다. 중국 진출에서 남자 연예인이 배제되고 여자 연예인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정작 요즘 중국 현지 분위기는 점차 식어가고 있다. 중국 진출 배우 1세대에 해당되는 장나라와 이정현의 연이은 말실수 때문이다. 자신의 노래로 중국의 산적들을 제압했다는 이정현의 ‘산적 발언’과 중국에 돈 벌러 간다는 장나라의 ‘돈 발언’에 대한 역풍이 여전하다는 것. 한 중국 언론사의 한국 특파원은 “한국에선 중국 분위기가 많이 진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각보다 파문이 크다”며 “중국인들이 신의를 중요시하는데 장나라와 이정현의 문제 발언 동영상이 확산되면서 한국 연예인에 대한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 전한다. 또한 전반적으로 한국 연예인들은 홍보가 미비하고 팬서비스도 부족하다는 평도 있었다. 한국의 스타급 연예인들이 중국 팬들과 지나치게 거리를 두려 한다는 것.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한국 여배우들은 적어도 중국 연예계에선 신비주의 전략이 적절치 않다는 부분을 숙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