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코너였던 ‘독한 것들’의 히트로 전도유망한 개그맨이었던 곽한구는 첫 번째 절도사건 이후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특히 KBS는 지난해 6월부터 곽한구를 출연 규제 대상자 명단에 올려 두고 출연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렇게 방송 활동이 중단된 뒤 곽한구와 꾸준한 만남을 가졌던 개그맨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가 동료 개그맨들과 일절 연락을 끊은 데다 스케줄로 바쁜 개그맨들 역시 그를 챙길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그를 둘러싼 루머의 확인 역시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곽한구의 근황에 대한 소문은 몇 가지 있어왔고 두 번째 절도 사건이 발생하자 소문은 더욱 많아졌다. 개그맨들 사이에 돌고 있는 그에 관한 다양한 소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그가 연예계 생활을 접고 중고차 딜러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는 소문. 곽한구의 선배인 인기 개그맨 A 매니저는 “개그맨들 사이에서 곽한구가 중고차 딜러로 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면서 “하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개그맨 B 역시 “예전부터 그의 주위에 자동차 관련 일을 하는 지인들이 많았다”며 “그가 딜러 생활을 시작했다면 자연스럽게 그런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몇몇 개그맨이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일이 재밌다”는 얘길 곽한구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사건을 담당하는 안산단원경찰서 강력 4팀의 입장은 다르다. 개그맨으로 데뷔하기 전에는 카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지만 개그맨 데뷔 이후에는 카센터나 자동차 매매센터 등에서 일하지 않았다는 것. 경찰은 곽한구가 첫 번째 절도사건 이후 별 다른 일 없이 집에서 쉬며 지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곽한구의 선배 개그맨 C는 또 다른 소문을 들려줬다. 개그맨 C는 “곽한구가 대포차 불법 매매나 컨테이너를 통한 차량 불법 수출 등의 일을 하는 지인들을 돕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이것 역시 넓게 보면 자동차 관련 일이고 이것이 와전돼 중고차 딜러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곽한구가 또 다른 차량 관련 불법 사항에 연루됐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안산단원경찰서 강력 4팀 관계자는 “다른 혐의점은 특별히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소문이 계속 확장돼 악성으로 변질되는 연예계 루머의 속성이 이번 곽한구 사건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 소문은 곽한구가 자신의 집근처에서 포장마차를 열고 장사에 매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코너에 출연한 바 있는 개그맨 D는 “좀처럼 곽한구와 연락이 안 된다”면서 “지난 연말 마지막 통화를 할 때 그가 포장마차에 한 번 놀러오라고 했었다”고 말한다. 또한 “그가 자신의 돈으로 포장마차를 차린 것인지, 지인들과의 동업인지, 아니면 별도의 투자 없이 지인의 장사를 돕고 있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면서 “아마도 생활고에 부딪쳐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인의 가게를 봐주던 게 아닌가 싶다”는 조심스런 추측을 보탰다.
한편 동료 개그맨들 사이에선 곽한구가 첫 번째 절도사건 이후 행사 무대 MC를 보며 지내왔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실제 그는 데뷔 전 한 행사 전문 에이전시 업체와 전속 계약을 맺고 다양한 행사 무대에서 MC로 활동해온 바 있다. 그렇지만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가 소속됐었던 에이전시 업체 대표에 따르면 “<개그콘서트>의 인기로 왕성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을 때에도 그는 행사 스케줄을 꼬박꼬박 챙기는 편이었다”며 “행사 무대에서의 진행 솜씨도 훌륭해 섭외가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었는데, 첫 번째 절도사건 이후 단 한 차례도 섭외 요청이 없었다”고 전한다. 그와 함께 행사 무대에서 자주 섰던 타 방송사의 공채 개그맨 E는 “예전에는 종종 밤업소나 지방 행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지만 못 본 지 꽤 됐다”며 “절도사건 이후 누가 그를 섭외하겠느냐”며 그의 활동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항간에선 곽한구의 연이은 절도사건이 충동조절장애 등의 정신질환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또한 소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곽한구가 외제차에 한이 맺힌 게 아니냐는 동정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담당 형사는 “처음에 범죄 사실을 부인하다가 나중에 인정하는 등 곽한구는 범죄자들의 전형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신장애는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료 개그맨들 역시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개그콘서트>에 출연하고 있는 선배 개그맨 F는 첫 번째 절도사건 당시 “안타깝다”는 반응만을 보였지만 이번 두 번째 절도사건이 보도된 뒤에는 태도가 짐짓 냉담해졌다. 개그맨 F는 “그가 외제차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또한 활동할 당시 일본산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면서 “외제차를 보고 순간적으로 우발적 실수를 한 것이라면 왜 하필 새벽5시에 절도를 했겠느냐”며 그의 행동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요즘 활동이 뜸한 또 다른 선배 개그맨은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전화 통화가 잘 안 돼 미니홈피를 통해 근황을 알아보려 했으나 이미 탈퇴한 후였다”며 “그는 사건 이후 동료와 친구를 모두 잃었다”고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 인기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전에 ‘개그맨 곽한구 차 또 훔침’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을 올린 네티즌 친구의 형이 바로 이번 도난 사건의 피해자였던 것. CCTV를 통해 범인이 곽한구임을 확인한 뒤 게시판에 그 글을 올린 것이었다. 다음날 매스컴을 통해 이 사실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이 해당 게시글을 보기 위해 순식간에 몰려들면서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도 했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