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선수촌에 입촌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지정된 방에 짐을 풀자마자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를 터트렸다. 특히 L선수는 어떻게 이런 데서 잠을 잘 수 있냐며 호텔로 돌아가자는 철없는 하소연을 해댔다.
선수들이 묵는 아파트는 45평형으로 방이 4개 짜리다. 침대가 3개 놓여 있는 큰 방에는 선수 9명이 들어갔다. 체격 좋은 선수들 9명이 뒤엉켜 있다보니 가방 놓을 공간이 없을 만큼 비좁다. 특급호텔에서 1인1실을 사용하다 갑자기 ‘내무반’ 생활로 전락한 선수촌 생활에 대해 선수들은 훈련에 지장을 받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아 휴대폰으로 사적인 통화조차 어려운 상태다. 압권은 코칭스태프들의 방. 9명이 한방에 들어가는 일은 없지만 박항서 감독, 최강희 김현태 코치가 한방을 쓰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훈련 외 시간에 언론사를 포함해서 전화 통화 횟수가 많은 박 감독으로선 다른 코치들에게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방 구조뿐만 아니라 한 대밖에 없는 엘리베이터도 최대의 ‘복병’이 될 조짐이 보인다. 코칭스태프들의 방은 17층에 있고 선수들은 16층에 있는데 식당에 가려면 각 층마다 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만 10여 분의 시간이 걸린다. 만약 고장이라도 날 경우 꼼짝없이 1층부터 17층까지 올라가거나 내려가야만 한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그런대로 적응을 잘하고 있지만 프로나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은 너무나 비교되는 생활 여건으로 인해 처음 며칠 동안은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한 코치는 우스개로 이런 말로 상황을 비꼰다. “잠 재워준 시설 만큼 이기면 되죠 뭐.” 인터넷도, TV도 볼 수 없는 세상이 바로 대표팀 선수들의 숙소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