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전을 앞두고는 ‘백일합숙’이라는 걸 하는데 그 한 게임을 위해서 백일 동안 죽을 만큼 힘들게 운동을 한다. 그것도 한여름에 백일 합숙이니 그 고통은 말로서 표현이 안 된다. 사실 한 게임을 위해 그 정도 체력이 필요치는 않지만 하여간 백일 동안 거의 ‘사망’ 일보직전까지 몰고 간다.
지금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필자가 신입생 때는 또 다른 정기(?)전이 있었다. 바로 한겨울에 하는 정기전이다. 말하자면 가을에는 박 터지게 싸워서 승부를 가리는 정기전이라면 또 다른 정기전은 전공분야가 아닌 다른 종목으로 친선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이 정기전은 야구부끼리만 해오던 전통이다. 그런데 말이 친선도모지 막상 붙으면 이 또한 전쟁이다. 한번은 연대에서 ‘부정기전’을 치렀는데 첫 경기인 축구에서 고대가 7-1로 승리했다. 고대는 축제 분위기고 연대는 이때부터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두 번째 경기는 농구. 이 경기에서 럭비를 적절히 ‘혼합(?)’한 연대가 승리했다.
마지막 3차전은 매년 사고가 났던 술먹기 시합. 이 3차전은 신입생들간의 대결이다. 일단 목욕탕 갔다와서 근처 카페에서 모인다. 물론 고대 연대 따로 따로. 여기에서 신입생들한테 위장약을 전원 먹인다. 그리고 우유까지 먹고 나서 정해진 식당으로 가면 홈팀인 연대가 상석으로 안내한다. 그러면 술 시합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양쪽 주장들이 미리 합의를 본다. 전년도에 큰 사고가 났으니 금년부터 즐겁게 마시되 시합은 하지 않기로. 그 사고라는 건 지금은 고교감독인 H선수가 혼수상태까지 간 걸 말하는 거다. 이 술 시합은 한쪽이 병째로 1병을 쉬지 않고 마시면 다른 쪽이 2병 연속 마시고 또 다른 쪽이 3병 마시면 계속해서 한 병씩 늘려 가는 어찌 보면 무모한 시합이다. 그런데 H가 당시 연대 선수가 3병을 마시자 아예 기를 꺾는다며 5병을 쉬지 않고 마셔버렸다. 그러자 6병을 마실 선수가 없던 연대가 기권을 한 것이다. 그래서 고대가 승리를 하고 H는 영웅이 됐다.
그런데 영웅 H가 숙소에 올라가는 길에 뒤로 넘어져서 뇌진탕을 일으켰다. 그 일로 H는 며칠만에 깨어나고 그때부터 H는 정말로 멍해졌다. 별명도 ‘H띵’이라고 불렀다. 신입생들은 속된말로 ‘선배가 까라면 깐다’. 먹고 죽으라면 죽을 때까지 마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오래된 전통이라 해도 잘못된 전통은 누가 나서든 없애야 하지 않을까.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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