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복 성남 감독이 기자들에게 꼭 김대의를 MVP로 뽑아 달라는 로비(?)를 할 정도로 그에 대한 주위의 신뢰는 두텁다. 한때 비 월드컵 출신, 일본에서 죽 쑤고 돌아온 별 볼일 없는 선수로 불리기도 했던 김대의. 하지만 그는 2년여의 부진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해 성남의 우승신화를 이끈 주역이 됐다.
김대의는 이번 리그에서 도움왕이 유력시됐었다. 그러나 울산 이천수의 막판 맹추격으로 왕좌를 그에게 넘겨줘야 했다. 어시스트 수는 둘 모두 9개씩. 하지만 게임 출장 수가 적은 이천수가 도움왕을 차지하게 됐다.
내심 서운할 법도 한데 그는 포항과의 경기 후“뭐 팀이 우승했으니까 도움왕은 안 해도 되죠”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도움왕을 팀의 우승과 바꾼 것으로 여긴다는 것.
그러나 김대의는 굳이 MVP에 대한 욕심까지 감추려 하진 않았다. 오히려 “도움왕은 내년에도 할 수 있지만 MVP는 좀처럼 받기 힘드니까 잘 좀 신경 써주세요”라며 기자에게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 실제로 김대의는 9골 9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리그 내내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쳐 왔다.
그 결과 축구협회 홈페이지에서 네티즌을 대상으로 이번 리그 MVP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수비진을 교란하는 빠른 돌파가 주특기인 김대의는 상대팀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공격수 중 하나다.
그의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를 보고 있노라면 ‘두 무릎연골이 거의 나간 상태에서 어떻게 저렇게 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김대의의 무릎은 말 그대로 정상이 아니다. 과거의 부진도 바로 무릎에서 시작됐다. 김대의 스스로 “무릎이 원수 같았다”고 말할 정도.
팀 닥터는 “김대의가 1차 왼쪽 무릎 수술의 경과가 시원치 않아 슬럼프가 길어졌다”며 “하지만 2차 수술과 동계훈련을 통해 제 페이스를 찾게 됐다”고 귀띔했다. 김대의는 이제 거의 없다시피 한 무릎연골들이 다칠까봐 걱정되지만 ‘부상 때문에 초조해지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 성남 김대의 | ||
2000년 성남에 입단한 이후에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김대의에게 특히 일본 생활은 축구 인생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남아 있다. 젊은 날의 김대의는 ‘더 큰 물’을 동경했다. 그래서 고려대 졸업 후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앞날은 순탄치 않았다.
김대의는 스피드를 높이 산 제프 유나이티드 가와모시 단장에 의해 픽업됐다. 하지만 감독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그를 처음부터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공격수로서의 자리도 주지 않았다. 말도 통하지 않아 오해만 늘어갔다.
“한국말을 너무 하고 싶어서 한국 음식 장이 열리는 곳이 있으면 찾아가 거기 있는 반찬이며 음식을 다 사먹었죠. 단지 음식 파는 아줌마들하고 한국말로 이야기를 좀 더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그 정도로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나마 위안이 됐던 것은 그를 친아들처럼 돌봐줬던 가와모시 단장의 배려. 그만이 유일한 김대의 편이었다. “가와모시 단장을 아직까지 삼촌이라 부르고 한국 오면 꼭 만납니다. 아직도 자기가 구단 하나 맡으면 꼭 데려간다고 그래요.” 우여곡절 끝에 결국 현해탄을 다시 건너와야 했던 김대의.
그러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은 그의 한국 복귀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2년 동안의 성적이 7골 7어시스트. 스스로의 욕심과는 달리 그는 그저 고만고만한 선수에 불과했다. 성적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때 가장 위로가 됐던 이는 부인 조성은씨.
이제 돌을 앞두고 있는 아들 원준군(11개월)은 지쳐 쓰러진 김대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촉매제였다. 조씨는 남편이 일본에서 돌아온 뒤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작년이라고 말했다. “그이가 너무 힘들어 해서 처음에는 ‘그것밖에 안되느냐’고 자극을 주기도 했지만 사실 나중엔 ‘올해까지만 해보고 힘들면 축구를 그만두라’고 했어요.”
그러나 축구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던 김대의는 이제 K리그에서 검증받은 톱 선수로 발돋움하게 됐다. 김대의는 ‘변신’의 원동력으로 ‘자신감의 회복’을 꼽았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고질적인 부상으로 상실감이 남달랐던 그에게 마음을 비우며 되찾게 된 자신감은 최고의 보약이었다.
김대의는 “아직 해외로 다시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한 걸음씩 나간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요”라며 올해 12월 FA컵과 내년 7월 피스컵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겠노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