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포츠신문 보도에 따르면 부천 SK의 내년 투자예산은 90억원 정도. 애초 부천 SK 구단 관계자가 밝혔던 투자액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이른바 ‘2백억원 투자설’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8월 최윤겸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교체되면서부터.
▲ 안풀리네… 부천 SK 구단의 투자금 삭감설이 파다하다. 사진은 지난 8월 경기를 끝낸 SK 선수들 모습으로 표정이 어둡다. | ||
구단측은 이대로 방치되면 구단 현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터키 감독의 영입을 계기로 2백억원의 거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부천 강성길 단장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SK그룹도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 투자액수는 2백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자’ 구단의 한해 투자액이 대략 1백3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충격적’인 투자 규모였다. 2백억원이라는 금액이 거론된 과정은 이렇게 알려져 있다. 축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SK그룹의 손길승 회장이 월드컵을 본 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 구단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약 2백억원 정도는 투자돼야 명문구단을 만들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던 데서 비롯됐다는 것.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부천 SK의 투자 축소 계획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부천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산이 90억원으로 삭감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아직 정확한 액수는 결정되지 않았다.
SK그룹 전체가 내년 경영 내실화를 위해 예산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구단은 다른 부서보다 약간 증액된 편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손길승 회장이 투자에 뜻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적인 결정은 최태원 회장(SK주식회사)의 동의가 없이는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부천은 그룹 산하 사업부의 하나이기 때문에 독단적인 예산 추진이 어려운 한계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얘기대로라면 손 회장의 뜻이 그룹 사정과 오너의 판단 때문에 접혀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부천 SK 정순기 부단장은 언론 보도와는 달리 예산 대폭 삭감 자체를 부인했다. 정 부단장은 “예산 결정은 내년 2월이나 3월쯤 이루어지는데 지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 수 없다”며 “구단 투자는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SK 그룹의 홍보실 관계자는 아예 손 회장의 ‘투자 약속설’을 부인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손 회장이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 축구에 관한 대화를 하다 앞으로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이 와전됐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예산이 2백억, 90억이라는 말은 공정기업공시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구단도 엄연히 SK 사업부이므로 예산을 발표하기 전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은 공정공시의무를 가진다. 그러므로 지금 시점에서 예산에 대한 논의 자체가 심각한 범법 사유가 될 수 있다. 모두 근거 없는 소리다”라고 2백억 투자설과 대폭 삭감설 등을 부인했다.
과연 SK의 거액 투자설은 단지 ‘설’에 그치고 마는 걸까. 부천 서포터인 헤르메스측은 이와 관련해 ‘선수 수급 상황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헤르메스 임원단에 따르면 부천 프런트와 지난 8월 말 구단 운영에 관한 토론을 하던 중 2백억원 투자 의향을 확인했다고 한다.
헤르메스의 한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할 말은 없지만 2백억원보다 적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선수 수급만 잘되면 크게 항의할 생각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구단 쇄신에 대한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SK그룹 본사에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며, 경기장 플래카드에 SK의 파행적 구단 운영에 대한 글을 올리는 등의 강경책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