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집 음반 <칠집싸이다>를 발표한 싸이는 남의 눈치 안보고 그냥 즐기자는 자세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싸이는 이 자리에서 “컴백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한때 곡을 쓰는 일이 쉬웠지만 이제는 중압감이 심하다”며 “머릿속에 있는 여러 명의 사공을 단 한 명으로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고민 많던 싸이가 음반 발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던 계기는 올해 초 참여한 한 대학교 축제 무대였다. ‘강남 스타일’의 성공 직전까지 싸이는 대학 축제가 가장 선호하는 스타로 통했다. 그 역시 여느 무대보다 대학 축제를 즐겼다. 오랜만에 그 무대에 오른 싸이는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가수라는 직업을 택했는데,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어떤 노래를 써온 사람인지 새삼 깨달으며 새 음반을 작업했다”고 말했다.
# ‘강남 스타일’과 비교 거부
싸이는 지금도, 또 앞으로도 새로운 노래를 발표할 때마다 자신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한 ‘강남 스타일’과 비교당해야 하는 처지다. 어쩔 수 없다. 지금도 대중에게 깊이 각인된 히트곡이란 점에서 이런 비교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작 싸이는 그런 비교의 시선을 거부했다. “정중하게 사양한다”며 “‘강남 스타일’이 주는 중압감 탓에 강남 지역에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대디> 뮤직비디오 캡처.
싸이의 이번 7집에는 총 9곡이 담겼다. 타이틀곡은 ‘대디’와 ‘나팔바지’ 두 곡이다. 모두 싸이 특유의 코믹한 매력이 물씬 담긴 유쾌한 댄스곡이다. 함께 공개된 두 곡의 뮤직비디오 역시 초반부터 화제다. 한 편의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만큼 완성도는 탁월하다. ‘강남 스타일’ 신드롬의 근원지가 뮤직비디오였다는 점에서 싸이는 이번에도 영상 작업에 공을 들였다.
두 개의 타이틀곡 가운데 작업시간이 더 걸린 노래는 ‘대디’다. 싸이는 “지난해 3월에 곡을 만들어 완성하기까지 19개월이나 필요했다”며 “내가 베토벤도 아니고 3분짜리 대중음악 만드는 데 일곱 번의 계절을 보냈다”고 돌이켰다. ‘나팔바지’가 국내 팬들을 겨냥한 노래라면 ‘대디’는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곡이다. 제목에서도 그 분위기가 느껴진다.
싸이의 음반은 최근 대중음악을 이끄는 주역들을 빠짐없이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그룹 JYJ의 멤버 김준수부터 음원 시장의 강자로 통하는 가수 자이언티, 그룹 투애니원의 씨엘, 록의 대부 전인권까지 그 면면이 화려하다. 특히 전인권과 함께 부른 ‘좋은 날이 올 거야’는 싸이가 “이번 음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꼽을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렇게 여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싸이는 “사람들에게 누가 가장 힘든지 물어보면 대부분 자기 자신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그런 말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 같은 노래”라고 자신했다.
# ‘사연’ 많은 가수
사실 싸이만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고 있는 스타는 드물다. 스물네 살에 엽기적인 퍼포먼스를 곁들은 노래 ‘새’로 데뷔해 이른바 ‘B급 감성’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데뷔 때부터 그는 스타였다. 하지만 이후 펼쳐진 상황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군대 부실 근무 의혹에 휘말리면서 군대에 재입대해 현역으로 다시 복무했다. 군대를 두 번이나 다녀온, 유일한 연예인이다. 지금 싸이의 나이는 서른아홉 살. 쌍둥이 딸을 둔 아빠이기도 하다.
<대디>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가 급증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싸이는 자신을 두고 “한 사람이 인생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기도 힘들다”고 돌아봤다. “군 입대를 위해 훈련소에서 훈련을 두 번이나 받았고 ‘강남 스타일’의 성공 덕에 꿈의 대상인 팝스타 마돈나와 합동 공연도 벌였다”며 “꿈 같다”고 했다.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이번 음반을 작업하면서 싸이는 ‘초심’을 떠올렸다. 하지만 “초심을 찾고 싶어도 도통 뭔지 떠오르지 않더라”는 결론만 남았을 뿐이다. 그래서 찾은 답은 ‘초심’이 아닌 ‘딴따라’다. 하고 싶은 대로, 즐기자는 결론이다.
반응은 고무적이다. 싸이의 새 음반은 발매 초반부터 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시장에서도 그 여파가 크다. 1일에 중국 음원사이트 QQ뮤직에 공개된 ‘대디’는 케이팝 차트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타이틀곡 ‘나팔바지’ 역시 3~4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세계 팬들의 주목도를 확인할 수 있는 유튜브 조회수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