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파티는 분명 존재합니다. 연예인이 연루됐다는 얘기도 현실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런데 여자 연예인들이 가기 싫은데 상납 차원에서 끌려 나간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물론 술 접대나 성상납 등을 강요받는 여자 연예인도 어딘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그런 파티는 조금, 아니 많이 다릅니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합니다. 파티에 오는 남성들의 면면이 화려하기 때문이죠. 강남에서 잘나간다는 클럽에 가서 출중한 미모의 여성들에게 한번 그런 은밀한 파티가 있는데 가겠냐고 물어보세요. 아마 백이면 백 모두 간다고, 아니 제발 데려가 달라고 매달릴 겁니다. 여자 연예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연예계의 생리에 익숙해진 그들이 더욱 돈과 권력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죠.”
다만 이런 얘기 역시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어디에선 그런 은밀한 파티가 벌어지고 정재계 고위층 자제들의 돈과 권력으로 인해 거기서 함께 어울리고 싶어 하는 여자 연예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오래되고 흔한 얘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그런 은밀한 파티는 누가 모여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 것일까. 여러 신인 여자 연예인을 스타로 키워낸 한 연예기획사의 중견급 매니저의 말이다.
“사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젠 우리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그런 부분을 매니저들이 다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리를 우리가 주선하기도 했고, 적어도 우리가 아는 선에서 일이 벌어졌으니까요. 그런데 이젠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연예계 밖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자리를 주선하고 세팅하는 일을 몰래 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예관계자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 바닥(연예계) 출신이 아닙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해당 연예인 개인에게 접근해서 그런 일을 설계합니다. 우리처럼 평범한 매니저들은 그런 유혹의 손길을 막아 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이죠. 그러나 우스워진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나름 잘나가는 여배우가 신인 시절 그런 은밀한 파티에 종종 나가다 엄청난 스폰서를 물었습니다. 그 스폰서가 나중에는 여배우 소속사에 거액을 투자하기도 했죠. 투자자가 된 스폰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여배우를 담당하며 그런 자리를 못 나가게 말린 담당 매니저를 해고하는 일이었습니다.”
매니저의 세계도 지난 10여 년 동안 크게 변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정통 매니저 출신이 다수였다. 로드매니저로 시작해 매니저를 거쳐 임원이나 대표로 성장한 정통 매니저가 대부분이었지만 지난 10여 년을 거치며 비 연예계 출신 매니저가 급증했다. 연예계가 산업화하면서 경영 전문가 등 비연예계 출신이 대거 연예계로 진출한 것. 정통 매니저 출신들은 이런 변화가 정재계 고위층 자제와 연예인의 만남의 추세도 달라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원로급 연예관계자의 설명이다.
“산업화라는 게 결국 자본화 아닌가요. 연예계가 산업화하면서 분명 합리적이고 투명해졌지만 부익부 빈익빈은 훨씬 심해졌어요. 스타들은 큰돈을 벌고 회사가 상장하면 주주도 되고 그렇지만 신인급은 더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조폭 등을 끼고 연예인과 고위층의 만남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정관계 고위층과 관계가 두터운 비 연예계 출신 연예관계자들이 그런 자리를 주선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 치밀하고 은밀하게 그런 만남이 이뤄지고 있죠. 주먹구구로 그런 자리가 만들어질 때 수사기관에 포착돼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분위기가 아닙니다. 자본화된 연예계에서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들은 스스로 스타가 되기 위해 그런 자리를 찾아 나섭니다. 그런 욕구를 알고 접근해서 자기 잇속을 챙기는 일부 연예관계자들도 문제고요.”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