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가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추진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유보시킨 조직 개편안을 동구의회가 나서서 통과시키려 하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풍경은 동구가 먼저 연출했다. 구는 이달 초 기존 ‘세무과’와 ‘복지정책과’ 등 2개과에 대한 조직 개편안을 마련, 추진했다. 지방소득세 업무 증가 등으로 기존 세무과를 세무 1·2과로 나누고 늘어난 복지수요를 고려해 복지환경국 내에 복지지원과를 신설한다는 것이 뼈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5급 사무관 2자리와 6급 계장 2자리가 신설돼 승진 인사 요인이 발생한다.
노희용 광주 동구청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광주동구청 전경.
구는 지난 1일 각 실과와 동 주민센터 등에 ‘부서별 조직개편안 의견 수렴’ 공문을 보내 각 부서장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끝낸 뒤 입법예고를 하는 등 개편 사전작업을 마무리했다. 구는 내달 3일 동구의회 조례규칙 심의위원회에 조직개편안 심의를 받고 통과되면, 같은 달 9일 동구의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승진 자리를 늘리는 조직개편안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청내 반응도 좋지 않았다. 최근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지원 기구 신설 등 시간이 촉박한 사안이라면 몰라도 기존의 2개과를 나누는 것은 추후에 추진해도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더구나 차기 구청장 출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청장 권한대행인 임영일 부구청장도 퇴직이 임박해 다음 달 공로 연수에 들어가는 등 동구의 수장이 사실상 공석인 가운데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무리하다는 우려도 컸다.
이에 동구는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자 구의회에 심의와 의결 절차를 남겨둔 조직개편안을 지난 2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임 권한대행은 “내년 4월 13일 재선거 이후 신임 구청장이 조직개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면서 “최근 집행부 간부들과 협의에서도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구의회가 이를 ‘저지’하는 또 다른 이상한 장면이 연출됐다. 집행부가 조직 개편안 유보를 밝힌 이날 동구의회는 “행정의 일관성이 없다”면서 “조직개편안 처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선순 동구의장이 앞장 선 모양새다. 그는 이날 청장 권한대행과 실무자들과 회의를 마련해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의원들도 의장의 뜻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광주 동구 행정사무감사에서 박대현, 홍기월, 박종균 구의원은 집행부에 질의를 통해 조직개편안 원안 추진 필요성을 역설했다.
홍 의원은 “조직 개편안 중 복지부서의 증원이 시급한데 내년 새 구청장이 뽑힐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며 “특히 구청장 낙마 이전에 이미 입법예고를 마치고 구의회 설명까지 마무리됐는데 일부 문제제기 탓에 보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냉랭하다. 애초 선거법 위반 선고로 직위 상실이 예정돼 있던 노 전 청장이 조직개편을 추진한 것부터, 청장 낙마 후 집행부가 유보시킨 개편안을 의회가 통과시키겠다고 나선 것까지 ‘비정상의 연속’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직이 개편되면 늘어나는 승진 자리에 눈독 들인, ‘재보다 잿밥에 눈독’이라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외부뿐만이 아니다. 이를 반대하는 동구의회 한 의원은 “인구가 많은 다른 구도 세무 1·2과를 따로 만들지 않는데 과를 늘리는 것 자체가 무리한 조직 개편이라는 비판이 있었다”며 “게다가 청장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추진하다보니 뒷말이 무성하다”고 지적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