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동시에 매각설에 휩싸였다. 두 회사의 수장들이 모두 강력 부인하고 나섰지만 매각설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원기찬 사장(왼쪽),정태영 부회장
요즘 신용카드업계의 최대 화두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매각설이다. 재벌그룹 계열사이자 업계 2위와 3위인 두 회사가 동시에 인수·합병(M&A) 소문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두 회사 중 먼저 M&A설이 나온 곳은 현대카드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GE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캐피탈(43.3%)과 현대카드(43%)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GE캐피탈은 지난 2004년 현대캐피탈·카드의 지분을 인수해 파트너십을 맺어왔지만 지난해 이미 계약 기간이 끝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GE로부터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지분을 되사오는 것이 상식적인 수순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현대차는 “현대캐피탈 지분만 인수하겠다”는 뜻을 GE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카드 지분은 다른 회사에 파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커머셜 등을 통해 현대카드 지분 53.98%를 갖고 있기 때문에 GE가 보유한 43%를 팔아도 경영권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대카드보다 많은 56.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카드 지분 43%를 살 만한 곳이 딱히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예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소문으로 발전했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NH농협금융, 일본계 제이트러스트 등이 현대카드 지분 인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수대금이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데 반해 경영권은 여전히 현대차그룹이 갖게 된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가 아예 현대카드 경영권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이와 관련, 현대카드 측은 정태영 부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는 등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대카드 매각설은) 시작도 안 한 스토리”라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우리 회사에 관한 추측성 기사가 나와도 반응을 안 하는 것이 원칙이다. 맞다, 아니다 반응을 하고 설명을 하다보면 질문이 꼬리를 물고 장기 전략이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얼마 전부터 현대카드가 국내 기업 두 곳과 투자 논의를 한다는 신기한 기사가 돌더니 기정사실화되고 이제는 심지어 매각이 난항에 부딪혔다는 기사까지(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초자료 하나 만든 적 없는데 추측은 진도가 무척 빠르고 엉뚱하다”면서 “기업 내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추측은 할 수 있지만 시작도 안 한 일을 두고 어떻게 스토리가 이렇게까지 발전을 할까”라고 반문했다.
정 부회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은 현대카드의 경영권 향배에 관해 관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엄밀히 구분하자면 현대카드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계열사 경영권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그의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 등이 총괄하는 사안일 경우 정태영 부회장의 뜻과 다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카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회사가 ‘사실무근’ 공시를 내고 그룹 차원에서도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여진은 가라않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금융권에서는 삼성그룹이 NH농협금융에 삼성카드 지분 매입을 제안하고 농협금융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는 즉각 ‘사실무근’이라는 공시를 냈고, 원기찬 사장도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삼성카드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데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여전하다. 삼성카드는 지난 2010년에도 신세계그룹으로 매각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당시 삼성카드는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대주주로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는 설득력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일련의 그룹 구조개편에서 삼성카드가 계열사 지분들을 대거 매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카드는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주요 계열사 중 호텔신라 1.3%, 제일기획 3.0%, 에스원 1.9% 등의 지분만 갖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삼성카드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삼성전자 37.5%, 삼성생명 34.44% 등이어서 금융계열사임에도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같은 금융계열사라도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은 모두 삼성생명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의 경우 향후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대 축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경우 애매한 위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소한 삼성전자가 보유한 지분을 삼성생명에 넘겨 금융지주 쪽으로 편입시키는 작업 등이 필요한 셈이다.
문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화학과 방산 계열을 매각하는 등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의 결제방식의 무게중심이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등으로 옮겨질 경우 자칫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될 수 있는 처지다. 더구나 정부가 은행의 체크카드를 장려하고 있고, 잇단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까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지배구조 문제가 맞물릴 경우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권 다른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관심사인 삼성페이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결제시스템을 고려할 때 현재는 삼성카드가 삼성페이의 안착을 위한 기반이 되고 있지만, 나중에는 그룹 내 경쟁자가 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영복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