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일 | ||
김남일은 해외 진출을 위해 인간적으로 맺어진 AI스포츠의 곽희대 대표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에이전트 이영중 사장이 이끄는 이반스포츠로 둥지를 옮기며 의욕을 다졌었다. 그동안 이 사장은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에인트호벤에 김남일을 입단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와중에 에인트호벤과 독점 계약을 맺은 스카이콤과 불편한 관계를 노출시키기도 했지만 이 사장은 지난번 히딩크 감독 방한 때 약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히딩크의 숙소를 방문, 김남일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을 만큼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그러나 에인트호벤과 히딩크 감독은 김남일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일단 김남일의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수비수라는 점도 그렇지만 김남일이 현재 뛰고 있는 에인트호벤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판단도 한몫했다.
특히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팔 수 있을 만한 ‘물건’이 되지 못한다는 점도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였다. 이영중 사장은 웨스트햄 입단이 물거품될 경우에 대비해서 네덜란드의 하위팀과 독일 분데스리가 등을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몸도 제대로 만들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가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모두 선수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 한때 김남일의 해외 이적 문제를 담당했던 독일의 마쿠스 한씨는 “잘못될 경우 선수만 바보된다. 돈보다 선수의 장래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스포츠 시장을 들썩거리게 만들만큼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던 선수라서 그런지 김남일의 2003년 새해가 유독 쓸쓸하게만 보인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