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는 축구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최 고의 카리스마맨이다. | ||
축구•야구•농구 등 3대 스포츠의 선수 및 구단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국내 최고의 카리스마 스포츠맨 10명을 꼽아보았다. 축구선수들은 홍명보(34•LA갤럭시)를 이구동성으로 꼽는다. 외모에서부터 카리스마가 넘쳐나는데다, 대표팀에서 줄곧 주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이나 선수 장악력도 뛰어나기 때문.
실제로 선수들은 그를 보면 왠지 정석대로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는 김병지(33•포항)는 “명보형은 존재 그 자체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추켜세운 뒤 “명보형이 출전하면 후배선수들은 혹시라도 실수를 할까봐 조심조심한다”며 선수들이 “알아서 긴다(?)”고 말한다.
월드컵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최진철(전북)은 “나도 명보형의 카리스마를 배워서 팀에서 써먹으려 했는데 잘 안되더라”며 고개를 젓는다.
월드컵이 낳은 스타 김남일(26•전남)도 빼놓을 수 없다. 날카로운 눈매에 꽉 다문 듯한 얇은 입술이 외모에서부터 강인한 승부근성을 느끼게 하는 김남일은 상대 공격수를 악착같이 물고늘어지는 전형적인 ‘터프가이 형’.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에 대해 “알고 보면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숙맥’”이라고 한다. 역시 말수가 적고 무표정한 것이 특징. 일단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잘 웃지 않으면 카리스마의 1차 관문은 통과한 셈이다.
지도자 중에서는 역시 박종환 감독(67•대구)이 첫 손에 꼽힌다. 꽉 다문 입술과 날카로운 눈매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박 감독은 일명 ‘나폴레옹 형’이라 할 수 있다. 83년 세계청소년대회 4강 신화를 일군 데 이어 신생팀 일화(현 성남)를 K-리그 3연패로 이끄는 등 남들이 오르지 못한 산을 두 차례나 정복했다.
박 감독의 수제자인 성남의 신태용(32)은 박 감독에 대해 “목표가 세워지면 결코 타협하지 않는 타고난 승부사”라고 말한다. 야구에서는 V10 신화에 빛나는 김응용 감독(63•삼성)을 제외하고는 ‘카리스마’를 논할 수 없다.
▲ 위 왼쪽부터 박종환, 김응용, 신선우, 김남일. 아래는 이상훈,이종범, 박정태, 이상민 | ||
하지만 해태시절 심판의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더그아웃의 의자를 부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던 과격함도 환갑을 넘기면서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 주변의 평.
현역 선수 중에서는 ‘야생마’ 이상훈(32•LG)이 단연 돋보인다. 강렬한 눈빛과 꽉 다문 입술, 긴 갈기머리를 휘날리며 뿌려대는 강력한 강속구는 메이저리그 최고 좌완 ‘랜디 존슨’을 연상시킨다. 이 때문에 LG 선수들은 지고 있는 경기에서도 이상훈이 몸을 풀면 사기가 올라가고 승부욕이 되살아난다.
그가 5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복귀 직후 곧바로 팀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카리스마 때문. 하지만 이상훈은 끊임없이 후배들을 독려하는 ‘선도형’이다. 후배선수가 파인플레이를 펼치고 들어올 때는 으레 홈플레이트 부근까지 제일 먼저 나가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것이 그 예.
4년간의 해외생활을 접고 역시 친정팀에 복귀한 ‘야구천재’ 이종범(33•기아)도 카리스마 대열에서 빼놓을 수 없다. 선동열과 함께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종범은 공•수•주 3박자를 두루 갖춘 완벽한 기량과 몸소 실천하는 모범적인 행동으로 점차 퇴색해가던 해태시절의 일사불란함을 되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서글서글한 눈매의 소유자로, 카리스마와는 거리와 멀어 보이는 박정태(34•롯데)도 ‘악바리 근성’ 하나로 10년 넘게 팀의 상징적 인물로 군림해 왔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도 5차례의 재수술을 통해 기적처럼 일어난 그는 대표적인 ‘오뚝이 형’이다.
▲ 허재 | ||
TG의 김우현 주무는 “허재가 뛰고 안 뛰고 자체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며, 후배 김승기도 “이름 하나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넘쳐난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비록 허재에게는 못 미치지만 ‘오빠부대의 우상’ 이상민(31•KCC)도 카리스마에 관한 한 빠질 수 없다. 항상 ‘산소 같은 남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겉모습은 강렬하지 않지만 오빠부대들의 함성에 아랑곳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에서 그만의 ‘독기’를 느낄 수 있다. 일명 ‘외유내강 형’인 셈.
농구의 경우 지도자들의 카리스마 순위는 정규리그 3연패에 빛나는 신선우 감독(KCC)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냉철한 지략이 돋보이는 신 감독은 20점을 뒤지는 상태에서도 주전들을 모조리 2군 선수들로 바꾸는 ‘배짱형’ 지도자다. 한재성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