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운은 건국대 입학 당시 냉면그릇에 소주를 부어 한번에 마시다 응급실에 실려갔었다고. | ||
최근에는 많이 퇴색된 느낌이 있지만, 학교별로 이어져 내려오는 이러한 전통은 운동부 출신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도에서 벗어난 신고식은 때로 사고와 파문을 부르기도 한다.
스포츠 스타들의 증언을 통해 학교별 신입생 환영회나 신고식 전통과 이에 얽힌 에피소드를 모아봤다.
‘신입생 환영회’와 ‘신고식’ 전통은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당파’.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운동부 역시 고려대는 막걸리, 연세대는 생맥주로 유명하다.
고려대는 주로 학생회관 내에 커다란 막걸리통을 갖다 놓고 5개 운동부가 모여서 ‘집단 술대결’을 벌이고, 연세대는 신촌 로터리에서부터 연세대 정문 주변의 술집을 옮겨다니며 ‘서바이벌 게임’을 즐겼다.
특히 중국집에서 엽차 잔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것으로 시작되는 연세대의 술파티는 2차 호프집을 거쳐 3차 나이트클럽에 가서 절정에 이른 뒤 4차 카페에선 ‘정리집회’로 마무리되곤 했다.
고려대 출신의 김진 감독(농구·동양)은 “당시 신입생들 몸에서 1주일 동안 막걸리 냄새가 빠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힘든 상황을 술회했고, 대표적인 ‘술꾼’이었다는 연세대 출신의 안경현(야구·두산)도 “2차에서 길거리에 뻗는 바람에 혼자 일행에서 낙오돼 나이트클럽에 못 간 것이 안타까웠다”며 웃음을 짓는다.
농구로 유명한 중앙대도 신입생 환영회 때 거창한 술잔치가 이어지는데 특히 신입생들의 혼을 빼놓는 것은 다름 아닌 ‘폭탄주’. 그것도 일반인들이 흔히 2백ml 음료수 컵에 제조해서 마시는 것과 달리 국수용 사발에 부어 마신다.
맥주 2∼3병에 소량의 양주를 섞어 흔든 뒤 ‘원샷’을 했다가 한번에 다 못 마시고 한 방울이라도 남길 경우 1년 내내 학교생활이 괴로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신입생들은 으레 2차에 가기 전에 숙취를 방지하는 드링크를 나눠 마셨다는 후문.
엄격한 규율로 유명한 건국대 축구부도 신입생 환영회에서만큼은 ‘완전한 자유’가 주어졌다. 건국대 출신인 고정운 전 선수는 냉면 그릇에 가득 담긴 소주를 원샷했다가 응급실에 실려간 아픈 기억을 꺼내 놓는다.
▲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중앙대 농구부는 신입생이 들어오면 야구부, 축구부 등 다른 운동부에 일일이 데리고 다니면서 인사를 시키는 전통이 있다. 그때는 으레 다른 종목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노래와 춤을 주문한다.
만약 여기서 선배들의 요구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찍히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운동부 간의 강한 자존심 대결로 인해 선배들은 신입생들을 데리고 가기 전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후배들을 ‘단련’시킨다.
축구부의 전통이 유명한 한양대도 매년 신입생 환영회 때 장기자랑과 연극 등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통상 한달 전부터 피나는 훈련을 한다. 신입생들은 특히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가 곤욕인데, 한양대 출신인 이관우(대전)는 당시 동기들과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란 노래에 선배들의 별명을 붙여 부르는 임무를 부여받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신입생 환영회 때 애인을 데려와야 하는 일명 ‘카니발파’도 있다. 단국대는 학부모들을 모시고 운동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환영식을 개최한다. 신입생들에게는 2차로 마련되는 선배들과의 ‘진짜 환영회’가 기다리고 있다. 이때 애인을 데려오지 못하면 왕따(?)를 당하기 일쑤.
유도 명문 용인대도 2차 ‘술잔치’ 때 파트너가 필수 조건. 워낙 군기가 심해 애인이 없는 신입생들은 일명 ‘티켓’을 끊고 다방 아가씨를 데려오기도 했다고. 용인대는 특히 독특한 ‘신고식’으로 더 유명하다. ‘야산에 혼자 보내기’, ‘한겨울에 용인시내 일주하기’ 등 주로 ‘겁주기’가 대부분이다.
그중 한 가지가 입학식한 날 밤에 후배들을 체육관에 집합시킨 뒤 선배들이 기다리고 있는 유도장으로 한 명씩 집어넣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이때 유도장에서 먼저 나온 학생이 안에서 일어난 일을 뒷사람에게 발설할 경우 엄청난 ‘벌칙’이 뒤따른다고. 신고식을 통해 먼저 침묵을 배우는 셈이다.
한재성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