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호>에서 호랑이 사냥꾼으로 변신한 최민식(왼쪽)과 영화 <히말라야>에서 산악인을 연기한 황정민.
# 최민식 vs 황정민
두 사내 중 누가 웃을까? 이게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최민식은 지난해 개봉된 영화 <명량>으로 17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국민 배우’로 불린다.
반면 지난해 최민식이 있었다면 2015년 충무로의 주인공은 황정민이다. 올해 초 영화 <국제시장>으로 1400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베테랑>으로 1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쌍천만 배우’로 등극했다. <히말라야>까지 1000만 영화가 된다면 한 해 개봉된 3편의 영화로 모두 1000만 고지를 밟은 유일무이한 배우가 된다.
두 사람은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한국형 누아르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영화 <신세계>의 두 주역이기 때문.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인 <대호>에 또 다시 최민식이 출연한 반면 황정민은 <히말라야>를 선택하며 경쟁구도를 만들게 됐다.
박훈정 감독(왼쪽), 이석훈 감독
<대호>의 박훈정 감독과 <히말라야>의 이석훈 감독은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각광받는 ‘젊은 피’다. 박 감독은 <부당거래>와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데 이어 <신세계>는 직접 연출을 맡아 감독 대열에 합류했다. 이석훈 감독은 <댄싱퀸>과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흥행 감독이다.
최민식과 황정민이라는 두 거물이 <대호>와 <히말라야>를 선택한 배경에는 두 감독이 있다. 최민식은 <신세계> 출연 후 <신세계2>에도 합류할 뜻을 밝힐 만큼 박 감독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 황정민 역시 이미 이석훈 감독의 연출작 <댄싱퀸>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황정민은 <히말라야>의 제작발표회에서 “<댄싱퀸>의 감독님, 스태프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부분이 이 영화를 선택할 때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 부성애 vs 동료애
조선 마지막 호랑이와 포수의 이야기를 그린 <대호>의 저변에 깔린 정서는 부성애다. 홀로 아들을 키우는 포수 천만덕(최민식 분)과 새끼를 잃은 지리산의 산신인 호랑이의 애절한 부성애가 묘한 동질감을 형성하며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반면 <히말라야>는 동료애가 근간이다. 2005년 등반에서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휴먼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로 떠난 산악인 엄홍길의 실화를 바탕으로 산사나이들의 진한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황정민이 엄홍길이라는 실명으로 등장하고, 정우는 엄홍길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으나 2005년 에베레스트 등정 후 하산 도중 조난당해 세상을 떠난 산악인 고 박영석을 극화한 박무택 역을 맡았다.
# CJ vs NEW
연말연시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때문에 충무로 4대 투자배급사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올해의 경우 쇼박스가 일찌감치 <내부자들>을 개봉해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경쟁 구도에서 살짝 벗어났고, 롯데는 배우 유승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조선마술사>를 등판시킨다. 하지만 작품의 무게감 면에서 CJ의 <히말라야>와 NEW의 <대호>가 ‘2강’으로 분류된다.
CJ는 <히말라야>로 화룡점정을 하겠다는 각오다. <국제시장>으로 2015년을 열고 여름 성수기는 <베테랑>으로 석권한 CJ는 <히말라야>로 연말까지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올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NEW는 <대호>의 성공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후 2016년을 맞겠다는 각오다. 올해 흥행 톱10 영화 중 NEW가 투자 배급한 영화는 <연평해전> 한 편 뿐이다. 또한 <대호>는 총 제작비가 200억 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성공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 호랑이 vs 눈
<대호>와 <히말라야>에는 최민식과 황정민 외에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호랑이와 눈이다. 각 제작진은 고도의 CG(컴퓨터 그래픽)와 현지 로케이션을 통해 장엄한 광경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대호>의 제작진은 몸길이 380cm, 몸무게 400kg의 호랑이를 탄생시키기 위해 2개월 동안의 검증기간을 거쳐 <설국열차> <스토커> <베를린> 등에 참여한 후반작업 업체를 선정했다. 호랑이의 종류, 특성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연구한 끝에 털 한 올까지 정교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호랑이가 스크린 속에 구현됐다.
<히말라야> 제작진은 네팔 히말라야와 프랑스 몽블랑에서 촬영을 감행하며 광활한 설원을 온전히 담을 수 있었다. 배우들은 전문가들과 함께 감압훈련, 암벽과 빙벽 등반 훈련까지 받았고 고산병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